가지각색 꽃향기 그윽한 50대 이상의 모임터 '삶의 향기'방

등록일 2001-08-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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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와 애환 살뜰히 나누며 친형제보다 더 가깝게 지내는 가지각색 꽃향기 그윽한 50대 이상의 모임터 '삶의 향기'방

글/ 김민정 ([email protected])

흐르는 물소리 나는 새봄에, 창포, 백합, 배꽃, 치자꽃, 제비꽃, 라일락, 무궁화, 작은 들풀, 송화, 유니스, 물망초, 장미, 수선화, 민들레, 분꽃, 진달래, 들꽃, 등 온갖 꽃들이 만발한 꽃밭위로 소쩍새 한가로이 날고 밤이 되면 초승달이 환히 비춰주는 곳, 여기에서 컷트머리인 마리, 하와와 함께 진주알 같은 탱자와 석류를 다정하게 따먹으며 아가페적인 사랑을 나누노라면 누구나 너털웃음이 절로 나와 주위가 온통 환한 분홍빛이 되는 바로 이곳.

사이버주부대학 모임방 중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우정과 단결력을 과시하는 이 곳은 바로 50대 이상만 들어올 수 있는 '삶의 향기'방이다.

혹시라도 50대는 '컴맹' 에다 '저무는 세대' 라는 선입견을 가진 이가 이방을 들여다본다면 스스로 자신의 생각이 착오였음을 금방 인정하게 된다.
50대의 넉넉한 여유로 더 따스하게 서로를 감싸안으면서도 20대보다 더 쌩쌩한 젊음과 유머를 간직하고 있다. 아들 다 출가시킨 시어머니, 손자를 본 할머니가 있는가 하면, 아직 늦둥이 중학생을 키우는 새댁 같은 엄마도 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꽃 이름으로 서로 아이디의 조화를 이루며 빵빵한 단결력을 자랑하기도 한다. 각각의 환경은 모두 다르지만 이곳에 들어와 회원이 되면 누구나 마음이 들뜸과 동시에 마음의 평화 또한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지 싶다.

{하루라도 소식이 없으면 뭐하고 있는지 궁금한 사이}

'삶의 향기' 방의 몇몇 분들과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다소 긴장이 되었다. 사주대에서 제일 연장자들이 모인 방이다 보니 혹시라도 말 한마디 실수라도 하게 되면 무척 민망할 것도 고…. 그러나 전화 통화를 시작하고 나자 그런 고민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어느 누구에게서도 연장자의 위엄이나 가식은 찾아볼 수 없었고 아주 편하게 얘기들을 들려주어 즐거운 마음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실제, 학교 동창생들보다 더 친하게 지내요. 말이 아니라 편지(게시판)라는 매개를 통해 시작된 사이이고 보니 아무래도 더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게 되는 것 같아요."
명실공히 '사건 메이커'임을 실토하는 라일락님의 얘기. 별명만큼 그는 정말 일주일이 멀다 하고 '사건'을 몰고 다닌다. 게시판에서 그가 벌인 '사건'들을 읽고 있노라니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 사건이 터지면 그 날 삶의 향기 방은 더욱 북새통이 된다.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모두 답 글을 다는데 그 답 글이 사건보다 더 재미있는 경우도 많다.
어떤 특별한 '사건'이 있는 날은 게시 글이 5페이지도 훌쩍 뛰어 넘기도 하지만 평균 하루에 4~5페이지는 되는 것 같다. 도대체 매일 매일 무슨 얘기들이 그 많은 지면을 채우는 것일까. "매일 출석하는 회원들이 20명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만약 어디를 가게 되는 날은 꼬박 꼬박 결석계도 제출하죠. 결석계 없이 어딜 갔다 하면 다들 궁금해서 난리가 나니까요. 가족보다 더 친하게 느껴지는 친구, 언니, 동생들이에요."특유의 자상함으로 회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방장 창포 님의 얘기다.

과수원 일로 매일 바쁜 배꽃님도 컴퓨터는 매일 켜 놓은 채로 두고 일을 나갔다가 지친 몸으로 집에 들어와서는 맨 먼저 '삶의 향기' 방을 들러 또 어떤 글들이 올라왔는지를 확인한다. "양평에서 과수원을 하는데 매일 남편과 둘만 있어서 적적했어요. 그런데 향기 방을 알게 되면서 온갖 얘기들도 나눌 수 있고 음악도 들을 수 있어서 얼마나 삶의 활력소가 되는지 몰라요. 하루에도 몇 번씩 향기 방을 들락날락해요."
과수원에서 딴 과일들을 가까운 곳에 사는 회원들과 나눠 먹기도 한다. 처음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을 색안경을 끼고 보던 남편도 함께 오프라인 모임에 한번 참석한 이후로 더 적극적이 됐다.

너털웃음님, 라일락님, 치자님은 올 여름에 남편들까지 동행해 함께 3박 4일로 휴가를 다녀오기도 했다. 처음엔 남편들이 서먹해 하지 않을까 무척 걱정했는데 세 남자가 밤늦게까지 바둑도 두고 이야기도 하더니 어느새 호형호제하는 사이로까지 발전하기도 했다. 너털웃음님은 성격상 남의 집에서 잠을 못 자는데도 향기 방 식구들 집에서만은 예외라며 아이디처럼 너털웃음을 지었다

{오랜 연륜에서 나오는 삶의 지혜, 서로 나눠 가져}

50대라는 나이는 어쩌면 인생에서 제일 큰일을 많이 치르는 때가 아닐까. 금지옥엽 키운 자식을 결혼시키기도 하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군대에 보내면서 눈물짓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마음이 허전할 때 이들은 넉넉한 향기 방에 와서 마음을 달랜다.
지역을 불문하고 경조사가 있는 회원에겐 찾아가서 축하와 위로를 하고 마음이 우울해 하는 회원이 있으면 '위문 공연'을 가기도 한다.
누가 먼저 '이렇게 하자'고 나서기도 전에 모두 저절로 마음이 동해 그냥 행동으로 옮기기를 서슴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자신에겐 엄격하고 남에겐 관대해져야 한다고 했던가요. 50이 넘으니 이젠 웬만한 오해가 있어도 '그럴 수 있겠다' 하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서로를 감싸안게 되더군요. 동갑들만 모이는 방보다 50대에서 60대까지 있는 우리 방이 더 활기찬 것은 인생 선배들에게서 경험담과 지혜도 얻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게시판의 허전함을 못 참는 도배의 진수'로 불리는 치자 님의 얘기다.

사이버 상이 아닌 실제로 만남을 가지는 이른바 '번개 모임'. 지금까지 세 번의 전체 번개 모임을 가졌고 서울 지역 회원들끼리는 일주일에 몇 번씩 만나기도 한다. 보통 2~30대 다른 모임에서는 실제 모임을 가지면 아이디와 사람을 일치시키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서로 생각했던 얼굴과 다르다며 또 한번 웃기도 한다. 그러나 '삶의 향기' 방의 회원들은 생각했던 이미지와 실제 얼굴이 희한하게도 잘 들어맞는다고 한다. 저기 멀리서 걸어오는데도 쟤가 누군지 금방 알아챌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말. 그만큼 향기 방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숨김없이 털어놓고 서로에게 솔직하게 대했음을 입증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향기 방 식구들이 친목 도모와 함께 또 한 가지 하고 있는 일은 조용히 진행하고 있는 봉사 활동이다. 이들은 한 여고생 소녀 가장을 돕기 위한 후원금도 모으고 있고 그때그때 도와야 할 안타까운 사람이나 일이 있으면 수시로 봉사 활동에 나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회원도 꽤 된다.

{서로에게 바라는건, 아프지 않는것과,궁금하지 않게 하는 것}

약국을 경영하는 백합님, 목소리가 유난히 소녀 같은 영랑님은 놀랍게도 60대다. 그리고 미국에서 국제 전화도 마다 않는 정열의 여인 유니스님도 열심히 활동하신다. 우리의 어머니와 같은 연배인데도 유달리 그들이 젊게 느껴지는 건 그 나이에도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컴퓨터와 가까이 지낼 수 있는 열정 때문은 아닌지.<br>&quot;향기 방에서 몇 안 되는 6학년이라(60대) 게시판에 글은 자주 안올리고 그냥 뒤에서 지켜보기만 하지만 그래도 소외감을 못 느낀답니다. 나쁜 쪽으로 휩쓸리기도 쉬운 것이 사이버 세상인데 향기 방 식구들은 늘 솔직하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글들로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너무 보기 좋아요.&quot;<br>등산과 음악을 즐기고 성당의 성가대로도 활동하고 있는 영랑님의 얘기.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혹시라도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모두가 서로 참여하고 배려해서 지금과 같은 관계를 잘 유지해 나갔으면 하는 것. 꼭 게시판에 글을 남기지 않고 자신처럼 지켜보기만 하는 회원일지라도 향기 방의 활성화에 은연중 도움이 되고 있지 않겠느냐며 그들의 눈도 배려해서 너무 일부 몇몇만을 위한 글은 자제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램이다.향기 방 회원들에게 앞으로 서로에게 바라는 점을 질문했더니 모두 한결같이 '나이 들어가면서 서로 몸 아프지 않기' 였다. 또 이 나이에 어디 가서 이렇게 좋은 새 친구를 사귀겠냐며 이렇게 좋은 인연을 맺어 준 사이버주부대학에 감사하다는 마음도 서로 전해 달라고 했다.<br>앞으로 늙어 가면서 그저 서로 궁금하지 않게,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서로 전하면서 지금처럼만 같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이들의 소박한 바램을 들으니 작은 감동과 함께 '삶의 향기' 가 이런 냄새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향기 방 회원들에게 앞으로 서로에게 바라는 점을 질문했더니 모두 한결같이 '나이 들어가면서 서로 몸 아프지 않기' 였다. 또 이 나이에 어디 가서 이렇게 좋은 새 친구를 사귀겠냐며 이렇게 좋은 인연을 맺어 준 사이버주부대학에 감사하다는 마음도 서로 전해 달라고 했다.앞으로 늙어 가면서 그저 서로 궁금하지 않게,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서로 전하면서 지금처럼만 같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이들의 소박한 바램을 들으니 작은 감동과 함께 '삶의 향기' 가 이런 냄새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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