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제로지대 모임터 방장] 체리맘 김신옥 님

등록일 2000-12-18 09:26

조회수 7,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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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아름다운 인연 만들어 가는
- 스트레스 제로지대 모임터 방장 체리맘 김신옥 님
주방의 마술사 체리맘님의 행복한 부뚜막 이야기로 새로 인사드려요.
글 / 신연옥 (자유기고가반 회원·[email protected])
사이버주부대학의 모임터 '스트레스 제로지대'는 얼마전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회원인 지니 님의 결혼식 참석을 핑계로 모임을 갖게 된 것이다. 모임 후기를 읽어보니 열차 안에서 너무 떠들어 승무원으로부터 제지를 당하기도 하고 「명랑 조직 구현」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수건을 나눠 갖기도 한 모양이다.

이들의 떠들썩한 후기는 며칠동안 「스트레스 제로 지대」게시판을 가득 메웠다. 이 모임터는 오프라인 이야기 뿐만 아니라 게시판에 올라온 회원들의 수다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는 곳이다.
「언냐, 언냐 넘 이뽀...*^^*」
「조지건님들 배웅하고 와쓰라」
게시판에는 10대들이 쓸 법한 통신용어가 난무하고 엽기적인(?) 사진과 글이 자주 올라온다.

▣ 우리 회원들은 친자매 이상

「스트레스 제로 지대」의 방장인 김신옥 씨. 튀는 방을 이끄는 사람답게 통통 튀는 사람이 아닐까 짐작했는데, 체리맘이라는 대화명을 쓰는 그이의 목소리에서는 맏언니의 인자함이 가득 묻어난다.

"45살 잔나비띠에요. 조카들과 메일을 주고받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통신의 어투를 쓰게 되었네요. 제가 친정조카, 시집 조카들에게 인기 캡이랍니다."

어느 회원의 표현에 의하면 특기와 취미가 「안티 맞춤법 쓰기」라는 그이. 이년 전에 컴퓨터를 시작했고 사이버주부대학이 오픈하자마자 회원으로 가입했다. 다른 여성 사이트와 달리, 주부들의 자아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애정이 갔다고.

처음엔 누봉이 공혜정님의 여행카페에 글을 올리다가 누봉이님이 글마당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여행카페에 모였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스트레스 제로지대」를 만들게 되었다.

"그냥 친목 모임이에요. 회원가입 절차도 없고 그저 게시판에 글 한 번 올리면 회원으로 여깁니다."

취미가 같다거나 같은 지역에 산다는 공통분모 없이도 회원들은 친자매, 친형제 이상이다. 회원들끼리 채팅을 하다가 누가 '언니, 아기 유모차를 사야할 것 같아요.' 하면 회원들끼리 수소문해서 물건을 찾고, 다음 날 택배로 부쳐 준다.

아기 옷도 그렇게 물려 입고 김치도 나눠 먹는다.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들이 친자매나 다름없이 교분을 나눌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우리 방에 22살짜리 꼬마 아줌마가 있는데, 나랑 같이 놀아요. 온라인에서는 나이 같은 거 상관하지 않지요. 대신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깍듯하고요. 우리 방 사람들이 다 멋있고 정도 많거든요....이름 단 번개가 아니더라도 자주 만나고 통화하고 그럽니다."

격식이나 체면치레 없이 서로를 대하면서도, 지켜야 할 선은 벗어나지 않는 것이 모임터를 활기차게 유지하는 비결이다. 아마 사이버 주부 대학 모임터 중에서 남자 회원이 제일 많은 곳도 스트레스 제로지대일거라는 자랑이다.

회원가입이란 절차가 없다 보니 아내를 따라 글 올리는 주봉님, 밥통 대왕님 같은 남편 회원들도 생겼고 싸부도사님과 영차님도 이 방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영차님은 오지 말라고 해도 자꾸 와요. 아무래도 내 미모가 소문이 많이 난 모앙이예요...하하하."

▣ 참 아름다운 인연

이런 면을 보고 그이가 사교성이 뛰어난 사람일거라 생각하겠지만, 사실 김신옥씨는 이웃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고 살았다. 동대문 시장에서 오랫동안 의류 도매업을 했기 때문에 다른 주부들처럼 집을 지키지 못한 탓도 있지만, 낯가림이 심한 편이어서 친구도 잘 사귀지 못했다. 그런데 인터넷을 통해서 다양한 친구를 만나며 살고 있으니 그이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하기 그지없다. 회원들 역시 그런 말을 한다. 오프라인에서는 바깥출입도 피하는 사람들인데, 온라인에서는 스스럼없이 웃고 떠들 수 있다는 게 이상하다는 것이다.

"글로 먼저 만났기 때문이 아닌가 해요. 글은 좀 오버를 해도 되잖아요. 우선 재미있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만나니까 그 분위기가 연결되는 거죠. 첫 번개 때는 얼마나 설레던지…. 근데 참 이상해요. 처음 만나는데도 누가 누군지 척 알겠더라구요. "

그이의 남편 역시 아내의 변화된 모습이 마냥 신기하고 즐겁다. 덤으로 많은 처제들까지 생겼으니, 한 번 맺은 인연이 이렇게 무서운 거라고 김신옥 씨는 말한다.

대화명인 체리맘 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이에게는 체리라는 딸이 있다. 9살짜리 요크셔테리아 애완견으로 핑크라는 5살짜리는 체리의 딸이다. 김신옥 씨 부부에겐 그 체리와 핑크가 가족의 전부. 부부 사이에 자녀가 없다는 것은 한국 여자들에겐 매우 민감한 일이라서 조심스럽게 물었으나 그저 주어진 운명으로 생각한다며 별 일 아닌듯 이야기한다.

그이는 별 일이 없으면 하루의 대부분을 사이버 주부대학에서 보낸다. 스트레스 제로 방의 회원들에게 재미있는 그림과 유머도 선사하고 50대 향기방에서 '형님들에게 재롱도 떨어야 한다.' '하니 박지훈 님의 뉴욕통신기' '누봉이 공혜정 님의 여행이야기' '나무 그림 김영숙 님의 그림 이야기'와 같은 작가 글 마당 코너도 그이가 자주 가는 코너. 조회수가 적으면 글 쓰는 사람 사기가 떨어질까 봐 열심히 읽는다.

"다 우리 방 사람들이예요. 누봉이는 우리 방의 실질적인 두목인데 더먹이라는 대화명을 써요. 부더먹은 나무그림이구요. 난 감투 안주면 삐져서 향기방으로 갈까 봐 나이 대접 해 주는 거죠. 뭐."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이는 회원들에게 참 편안하고 넉넉한 존재다. 인터뷰를 하던 날 새벽 다섯시에 그이는 핸드폰 벨소리 때문에 잠을 깨야 했다. 메시지를 확인하니 '요금이 체납된 관계로 더 이상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는 내용.

범인은 쿠키라는 대화명을 쓰는 회원, 그이와 같이 논다는 22살의 꼬마 아줌마다.

"쿠키하고 신랑은 우리 집에 일주일에 한번쯤은 들려요. 쿠키 신랑이 밥을 좋아해서 밥통대왕인데, 내가 맛있는 거 해 먹이고 싶어서 자주 부르죠."

요리하는 즐거움을 아는 김신옥 씨는 사이버주부대학에서 새로 단장한 [리빙플라자] 코너의 새로 "주방의 마술사 체리맘님의 행복한 부뚜막 이야기"란 칼럼을 시작한다. 물론 회원들의 강력한 추천과 사이트지기의 권유를 몇 번씩이나 거절하다가 마지 못해 맡은 일이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한번 맡으면 최선을 다한다는 주변의 평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스트레스 제로지대를 이끌어온 역량으로 맛깔진 요리칼럼을 회원들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 누구에게나 편안한 방을 만들고파

유난히 그 역할이 많은 한국의 주부들은 스트레스가 쌓여도 제대로 풀지 못하고 꾹꾹 참고만 살아왔는지, 몇 년 전 세계정신의학회에 질병으로 등록된 '홧병'은 한국 주부들의 고유질병이라고 한다.

오늘 이유 없이 짜증이 나는 사람이라면 「스트레스 제로 지대」를 한번 방문해 보길 권한다. 격식이나 예의, 고상함 같은 건 벗어 던지고, 철퍼덕 주저 앉아 수다 떠는 기분으로 게시판을 읽어 보자. 그리고 행간에 숨은 회원들간의 정을 느껴 보자. 흐뭇한 기분으로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늘 저녁 밥상이 왠지 부실해지거든 주방이 마술사 체리맘님의 행복한 부뚜막 이야기를 살짝 들춰보자.
▣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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