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글보글 ENGLISH] 마타하리님

등록일 2000-11-25 13:37

조회수 6,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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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는 첫째도 재미,둘째도 재미,셋째도 재미여!
'지글보글 English'의 방장 마타하리님
글 / 김민정([email protected])
"천하의 여간첩 '마타하리'가 앞치마를 입으면 '맡아하리'가 되고, 앞치마를 벗어던지고 샤론스톤의 폼을 잡으면 '마타하리'로 돌아가는거죠."

대화명에서부터 그녀의 재치가 물씬 묻어나는 영어모임방 '지글보글English' 방장 하소영(40) 님. 주부라고 하면 앞치마만 걸치고 있는 모습으로 상상되는게 싫다는 그녀. 주부의 자리도 중요하지만 언제라도 변신할수 있고 이상을 꿈꾸던 본래의 나를 잃고 싶지않은 마음을'마타하리'에 담았다고 풀어낸다.

영어공부방의 방장이라니 누가 들어도 만만하게 접근할 수 있는 사람같진 않다. 그러나 그녀가 방장으로 있는 '지글보글 English'의 게시판을 한번이라도 들어가본 사람이라면 그런 선입견이 완전히 깨지고 만다. 그녀가 쓴 글들은 대부분 구수한 사투리로 회원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고 서로의 친밀감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

영어에 관심은 많지만 막상 영어방에 들어오는게 겁이나던 회원들도 그녀가 올린 글들을 몇편만 읽어보면 단숨에 마음의 벽을 허물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 방장이된 계기
"내가 이방에 첨 들어올땐 고작 몇명의 회원이, 그것도 며칠에 한번씩 글을 올리는 수준이었어요."

우연히 들어온 영어방이 너무 썰렁해서 좋아하던 영시를 한편 올린게 그녀가 방장이 된 계기. 회원누군가의 요청에 의해서 그 시를 번역하게 됐는데 평소 그녀의 게시판 문체대로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올린 것. 글이 너무 재미있어서 잠깐 소개한다.



The victor(승리자)
If you think you are beaten, you are.
(니가 진다고 생각하면 넌 져 짜슥아)
If you think you dare not, you are.
(니가 죽었다 깨나도 못한다면 못혀,아니 안뎌!)
If you like to win, but think you can't
It almost a cinch you won't.
(니가 이기고는 싶지만서도 속으르는 못할걸하면
아마 장담컨데 넌 걸렀당께롱)
If you think you'll lose, you're lost
(요뜻도 마찬가지랑께롱)
For our in the world, we find
Success begins with a fellow's will.
(고봐,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성공을 하느냐 마느냐는
바로 I can do 할수있다는 의지가 있냐없냐에서 판가름 난다닝께)
.................................................이하 생략


이 기상천외하고도 맛깔나는 번역은 이른바 영어방에서 대히트를 했고 그녀는 일약 영어방의 스타로 올라서게 된다. 거기다 모 회원이 다른 게시판에 이 시를 소개하는 바람에 더욱 유명해졌다. 그러다보니 방장으로 추대된 것은 당연지사.

"방장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나를 구속시키고 직책을 맡으면 내가 지속적으로 영어공부를 할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자녀교육에 관심있는 주부들을 무엇보다 영어에 쉽게 접근하도록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구요."

▣ 공부방 프로그램이 다양하던데....
첫째도 재미, 둘째도 재미, 셋째도 재미를 추구하는 이 방의 모토로도 알수있 듯 각 요일마다 다양한 구성으로 짜여져 있다. listening quiz, 음악, 일기, 아동영어 등 지루해질래야 지루해질 수가 없다.그중에서 릴레이 번역과 questionnaire(앙케이트) 는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번역을 하거나 문제를 내는 방식이라 누구나 참여할수 있고 재미또한 쏠쏠하다. 이같은 번득이는 아이디어도 모두 마타하리 하소영 님의 머리에서 나왔다.

"내용이 길면 지루해지잖아요. 그래서 짧은 이솝우화를 한편씩 매일 올려요.그러면 그날 해당자가 해석을 하고 또 다음 주자를 지명하는 방식이죠."

릴레이 번역에 대한 그녀의 설명이다. 내용을 게시판에서 훔쳐보았더니 문장이 짧고 간단하다.내가 지명될까봐 덜덜 떨지 않아도 될것같다. 또 굳이 싫다는 사람에게 강압적으로 맡기는 일은 없다.그건 재미를 추구하는 이방의 목표에 위배되는 일이므로.

또 한가지 questionnaire는 요즘 제일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예를 들면
Have you ever got a telephone call from a strange man who was not saying but moaning?
What do you talk to him if you are in this situation again?

(낯선 남자의 전화, 아무말도 없이 이상야릇한 소리만 내는 섬뜩한 전화를 받아 본적이 있을 것입니다. 한마디 따끔하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런식이다.모두들 킥킥거리며 답변을 쓰느라 바빠질 것 같다. 영어사전도 뒤적일것이고 몇번식 고쳐 지우기도 할 것이다. 즐거움과 함께 어느새 영어실력이 쑥쑥 자란다.

"처음엔 너무나 깍듯하고 예의를 지켜 글을 올리던 회원들도 조금만 지나면 이내 내 글투로 변해요."

영어방인만큼 방을 노크하기까지 두려운 마음들이 있었을터인데 아무 허물없는 사투리에 매끄럽게 써내려간 그녀의 글을 몇번만 접하면 자기도 모르게 사투리로 다 응수하더란다. 그래서인지 게시판은 전혀 딱딱한 영어공부방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사투리일색이다. 이방이 생기고 부터 근 석달을 거의 매일 만나다시피 하다보니 이젠 남편보다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아는 사이가 됐다. 회원들간의 팀웍도 다른 어느 모임방 부럽지 않다. 또한 어느덧 100명을 훌쩍 넘어선 회원들의 숫자와 고정회원의 수가 점점 늘어가는 것을 볼때마다 하소영 님 마음도 뿌듯하다고.

굳이 방장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이방을 '마타하리'개인의 방으로 착각(?)하고 방장에게 너무 모든일을 일임하려는 회원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그녀의 역할이 크다는 뜻도 되지만 하소영 님은 이방은 엄연히 우리가 함께 꾸며가는 영어동호회의 방이라고 새삼 강조한다.

"영어를 어렵게만 생각하지 마세요. 부담을 갖지않고 대하면 별로 어려울게 없거든요? 다함께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꾸준히, 천천히(steady&slow) 공부하는 자세가 중요할 것 같아요."

건전하고 재미나고 신나고,그러다보면 '아 영어가 절로 되네' 하도록 이방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나가는게 목표다.하소영 님은 입시학원을 죽 경영해온터라 지금은 전업주부지만 하루에 서너시간정도 학생들의 영어 공부지도도 하고 있다.

"50세 이전엔 해외여행을 많이 하자 주의에요.그이후엔 국내여행을 하구요.젊은 시절의 에너지를 자식과 남편에게 다 쏟아붓고 그저 죽기전에 한풀이 여행은 하고 싶지 않거든요."

오감이 펄펄 살아있을 때 더 많은 사람과 만나고 더 많은 사연을 함께 하고 싶고, 살아 숨쉬는한 풍부한 감성을 지닌 인간으로 살고 싶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호주, 뉴질랜드, 미국 ,동남아 등지를 다녀왔어요. 이번 방학엔 한 회원이 사는 하와이에 갈까 생각하고 있어요"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4학년인 두아들은 늘 함께하는 그녀의 좋은 여행 동반자다. 남편은 늘 해외여행을 다니는 직업이고 시간이 맞질않아 아이들, 친구하고 주로 다닌다. 늘 해왔던 일이 있어 경비는 그다지 부담이 되지 않는다. 스스로 삶의 전장터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남편에게 한치의 미안함도 없다고. 주부로서는 쉽게 내기 힘든 용기를 그는 과감히 행동으로 옮기며 산다.

▣ 물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살고파
믿기지 않겠지만 그녀는 한번도 전자메일을 보내본적이 없다. 아니 보낼줄을 모른다.(필자의 요청에 의해 보낸 온것이 최초다.) 비디오 녹화도 할줄 모르며 전자동 세탁기도 거의 기능은 모른 채 반자동처럼 사용한다. 컴퓨터 역시 그저 최소한의 것만 할 줄 안다. 악세사리, 유행 헤어스타일, 최신 패션 이런것과도 거리가 멀다. 늘 타이트하게 사는 생활탓인지 몸무게도 늘 그대로다. 물흘러가듯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는 그녀. 하소영님에게선 문명과는 거리가 먼 그녀만의 독특한 개성과 당찬 모습, 활기찬 에너지가 느껴졌다.

마타하리가 인도네시아 어로 '태양'이란 뜻이던가. 그녀와 아이디가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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