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사랑때문에..." 가수 임재범의 노래가 떠오릅니다.
사랑, 한때 'Love is...'란 문구가 유행했던 적이 있고,
그 뒤에 달리던 말들 또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다 늙어서 주책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여전히 사랑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사랑,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젊은날에 일찌감치 나름대로의 정의를 세워두기는 했었지요.
'(상대방에 대한)존중과 배려'라고 말입니다.
선택받은 학생으로서 연애는 사치라는 분위기때문에 좋아하는
여학생이 생겨도, 또 좋다고 따라다니던 후배가 있어도 선뜻
마음을 열지 못하고 떠나보내야 했던 세대의 일인입니다.
엎친데 겹친다고 졸업반 때 한쪽 눈을 실명당함으로써 사랑,
결혼이라는 건 나랑 영영 인연이 없는줄 알았지요.
정희씨를 처음 만난 게 벌써 20년 전의 일로 모 문학단체의
강좌를 듣고, 내가 만든 후속모임에서였습니다. 그 모임에서
정희씨를 보고 '어쩌면 저 친구랑 결혼할지도 모르겠구나!'라는
뜬금없는 생각을 했었고 - 얼굴만 알뿐 이름조차도 몰랐으니까 -
실제로 사랑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정희씨를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이제는 그만 만나야 겠다'는
생각도 수없이 했습니다. 80년대의 정치외교학과 출신에 장애까지
입은 몸으로 '공연히 남의 집 딸을 데려다가 고생시킬 필요가 있나?'
라는 회의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날이 밝으면 - 지난 밤의 고민과는 달리 -
그녀를 만나러 가는 버스 안에 앉아있는 나를 발견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이런게 팔자고, 운명이라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혼하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함께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발언권조차 인정되지 않았던 집안에서 성장한
정희씨를 이 세상 누구보다도 위하고 아끼면서 살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어느 한편의 일방적인 노력으로는 성립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 일주일에 한번씩 카페에서 '사랑이 무언지? 왜 결혼을 하고,
결혼과 동시에 발생하는 가사노동과 육아(교육)는 어떻게 할 것인지?
고부간의 갈등이 빚어질 때는 어떻게 대응하고, 처가와 시가의 형평성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 등에 대해서 공부를 했습니다.
다음주 월요일(11월 28일), 18번 째 맞는 결혼기념일을 맞아
혼전에 약속한 것 - 서로 존칭을 사용하며 의견을 존중한다,
새벽잠이 없는 내가 아침밥을 준비하고, 저녁밥은 정희씨가 준비한다,
육아는 부모의 몫이며 당신이 여의치 않다면 내가 그 일을 담당하겠다 -
을 되돌아보면서 비교적 열심히 실천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아침밥을 짓기 시작한 게 결혼과 동시에 시작한 일이니까 18년 째이고,
출산뒤에도 회사에 다니고 싶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살림을 시작한 것도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여전히 정희씨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이제 그만 쉬고 싶다는 말에 다시 한번 역할바꾸기를 준비하고 있지요.
하지만 나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늘 정희씨한테 미안한 마음입니다.
정희씨의 의견을 존중해서 살림을 시작했지만 경제적인 책임은 고스란히
그녀의 몫이 되었고, 사정이 그렇다 보니 일이 힘들어 그만두고 싶어도
그러지 못해 힘겨워 하는 모습에 가시방석입니다.
살림하고, 홈스쿨러인 다향이를 봐주며 다실과 민박을 운영하는 것도
벅찬데 경제적인 것까지 기대하는 정희씨한테 "난 슈퍼맨이 아니야."라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그녀를 위해서 슈퍼맨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랑하는 마음과는 달리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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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궁화
미리....
18주년 결혼기념일을 축하 합니다~~
나이 들어도 사랑은 ...늘 생각 되지요
그러기에...노년의 사랑도 있지요
항상 서로 사랑하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세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고맙습니다, ㅁ궁화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