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조네스, 여전사들

글쓴이 석혜원

등록일 2005-06-19 19:11

조회수 9,636

글자확대 글자축소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아마조네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전사들입니다. 뜻은 가슴이 없는 자들인데, 활을 잘 쏘기 위해서 오른쪽 가슴을 도려냈기 때문에 그렇게 불렀다고 해요. 아마조네스 사회는 여왕과 관료, 전사들이 모두 여성입니다. 전쟁터에서는 남자들 이상으로 어찌나 잘 싸우는지, 그들을 전쟁의 신 아레스의 딸들이라고 합니다. 여자들끼리 사회의 각 역할을 잘 분담하여 튼튼한 왕국을 이룰 수 있었어요. 주로 사냥과 농사로 식량을 해결했지만 때로는 이웃부족을 침입하여 약탈도 했다고 합니다. 이웃부족에 대한 약탈은 식량 문제 때문은 아닙니다. 그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후손을 얻기 위해 배란일이 되면 남자들을 겁탈하여 씨를 받아왔다고 해요. 아예 일정한 날을 정해서 씨받기 원정을 떠날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태어난 아이가 여자면 살려두고 남자면 곧바로 죽여서 여성 왕국을 보존했다는 합니다. 아마도 남성우위의 사회에서 여성도 힘을 가지고 싶다는 갈망이 신화 속의 아마조네스를 탄생시키지 않았을까요?

“아마조네스네요.”
예전에 다녔던 은행에서 고객들에게 자주 듣던 이야기입니다. 대 고객 업무를 하는 곳에 여성들만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개점할 때는 책임자는 모두 남성이었어요.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적은 연봉을 받고도 일을 잘하니까 하나 둘씩 책임자들이 여성으로 바뀌었습니다. 나중에는 본점에서 온 Operation Manager를 제외하고 모든 책임자들이 여성이었습니다.
간혹 직원들이 불친절한 경우 고객들이 책임자들에게 전화를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 때 여성책임자들이 전화를 받으면 목소리만 듣고 ‘남자 바꿔.’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책임자와 통화하고 싶다는 말을 그렇게 표현하는 거지요. 책임자는 남성이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깨주고 싶다는 심술이 발동합니다.
“제가 담당책임자인데요. 꼭 남자분과 통화하셔야 한다면 Operation Manager를 바꾸어드리겠습니다. 한국말을 못하는 외국인인데 괜찮으시겠어요?”
아주 상냥하게 응대하지만 사실은 가시 돋친 말이지요. 전화를 건 사람들 대부분은 영어에 능숙하지 못해요. 그들은 당황해서 제대로 항의도 못하고 전화를 끊습니다. 고객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되지만, 여성에게는 무조건 반말을 하는 오만방자한 남성우월주의자들을 골탕 먹이고 싶어서 심술을 부렸습니다.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우리 아마조네스들은 아주 사이좋게 잘 지냈습니다. 지점의 실적이나 이익도 만족할만한 수준을 계속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1992년 늦가을 우리들은 강제로 헤어졌습니다. 다른 글에서 이야기한 바 있지만 본점이 구조조정의 차원에서 해외지점의 문을 모두 닫았기 때문이지요. 국제부가 없어지는데 우리만 살아남을 수는 없었습니다.
여전사들은 다른 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그렇지만 재주껏 재취업들을 해서 계속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주로 다른 외국은행에 재취업을 했지만 다른 업종에서 신나게 일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며칠 전에도 집에서 쉬고 있던 마흔이 넘는 후배로부터 새로 개점하는 은행에서 다시 일하게 되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일하다보니 취업에 대한 정보나 일과 관련된 자료를 교환할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지금도 정기적으로 모이는데, 아마조네스의 고향이었던 전 직장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저력을 배운 곳이 바로 그곳이고, 모두들 가장 재미나게 직장생활을 했던 곳이라 잊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따지고 보면 아마조네스에게는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일과 결혼의 갈림길에서 결혼을 포기한 사람도 여럿 명이고, 고된 일로 유산을 경험한 직원들도 있습니다.
모든 여성들이 가정에서 뛰쳐나와 사회에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일을 하고 싶은데 여성이라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레 겁을 먹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조네스가 되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들은 활을 잘 쏘기 위해서 가슴을 도려냈습니다. 여성들이 일을 하기 전에 가장 먼저 도려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남자들도 살아가기 힘든 세상에 여자인 내가 할 일이 어디 있겠어?’라는 생각이 아닐까요?





※ 해당게시글은 관리자에 의해 이동되었습니다. (2011-09-02 13:33:58)


※ 해당게시글은 관리자에 의해 이동되었습니다. (2011-09-02 13:35:35)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담기 인쇄 답글 목록 글쓰기


글수 글수(36,597 )
쓰기
번호 제목 글쓴이등록일조회수
31185   반가운 택배 라니지원..2011-09-031566
31184   출석부..ㅠㅠ 2 라니지원..2011-09-031749
31183   생각지도 못했는데...ㅋㅋ 라니지원..2011-09-021884
31182   피곤하네요.. 주주마미..2011-09-021954
31181   2학기 급수장 1 아이셋맘..2011-09-022124
31180   냉장고가 텅텅 비어서,, 주주마미..2011-09-021686
31179   감동적인 이야기... shutu2011-09-021848
31178   아마조네스, 여전사들 3 석혜원2005-06-199637
31177   9월이 시작되었네요~ ^^ 2 짱2011-09-021823
31176   컵라면 먹자고 꼬시네요 ㅠㅠ 2 주주마미..2011-09-021697
31175   오늘 너무 속상해요 2 아이셋맘..2011-09-011606
31174   아들이 최우수상 받는대요~^^ 3 주주마미..2011-09-011697
31173   스피커가..고장이..ㅠㅠ 라니지원..2011-09-011808
31172   9월의 첫째날... 2 라니지원..2011-09-011726
31171   왜이리 정신이없는쥐ㅜ,ㅠ 3 섭맘2011-09-011582
31170   커피..... 3 미르2011-09-011705
31169   9월의 첫 날 ㅁ궁화2011-09-011875
31168   등산다니시는 분들 등산용품추천 좀 해주세요 두비두밥..2011-09-011987
31167   출석부 정말 내 맘에 안 들어 3 아이셋맘..2011-09-011803
31166   덥다 너무 더워..... 2 아이셋맘..2011-08-311886
31165   날씨가 넘 덥네요.ㅠㅠ 1 라니지원..2011-08-311791
31164   기저귀좀 벌어보려고 했는데 아이셋맘..2011-08-311660
31163   8월에 마지막날 shutu2011-08-311713
31162   모두..편안한밤 되시길... 1 라니지원..2011-08-311805
31161   혹성탈출 영화봤어요 ^.^ㅋ 짱2011-08-311734
31160   진정한 친구란.. 1 토오리2011-08-302501
31159   오랜만에 마스크팩해요.ㅋㅋ 1 라니지원..2011-08-301723
31158   오늘 저녁 메뉴는... 1 라니지원..2011-08-301883
31157   택배가..늦네요 라니지원..2011-08-301705
31156   보건소 1 아이셋맘..2011-08-301834
31155   NEW 미즈 출석부가 새로워졌습니다. 3 운영자2011-08-302051
쓰기
검색 목록보기


이벤트·체험단

기간 ~

쑥쑥플래닛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