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렌지 위에 찌개 올려 놓은 거 제가 불 끄고 나왔나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외출할 때는 그런 거 올려 놓지 말아야지!”
“먹다 남은 찌개는 바로 끓여야 변하지 않아요. 그래서….”
“아, 그러면 확실히 껐어야지!”
“그러게 말이에요. 어떡하나! 불을 껐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당신 혹시 치매 아냐? 한두번도 아니고, 건망증이 너무 심해”
“어휴! 당신이 빨리 나가자고 서두르니까 정신이 없어서 그렇지!”
건망증은 우리의 기억 속에 저장돼 있는 내용이 쉽게 검색되지 못하고 일시적인 장애를 일으키는 현상이다. 사람의 기억은 한계가 있어서 지나간 모든 것을 다 기억할 수 없고, 암기했던 것들도 서서히 기억에서 사라져 잘 생각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가볍게는 지갑이나 자동차 열쇠 등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할 수 없는 것에서부터, 친구와의 약속을 잊거나, 비가 와서 우산을 가지고 나갔다가 비가 그치면 우산을 어딘가에 두고 집에 들어가는 경우는 매우 흔히 발견되는 건망증이다. 또 주부 가운데는 전화를 받고 무선 전화기를 아무 생각없이 냉장고 속에 넣어 두는 일이 있다. 이와 유사한 건망증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기억력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약해지는데 사람은 30세가 넘으면 뇌세포의 노화로 인해 기억력이 감퇴된다. 40세가 넘으면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게 되지만 건망증이 반드시 나이 때문에 생기는 현상은 아니다. 여러가지 이유에서 건망증이 나타나는데 일반적으로는 한 가지 생각에 몰두하면 쉽게 나타난다.
TV 연속극에 몰입하여 시청하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또 바쁜 일이 많아서 머리가 복잡할 때도 건망증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예방책이다. 중요한 일일 때는 혼잣말로 자신의 행동을 소리내 보는 것도 건망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주부 가운데 외출 중에 가스렌지의 불을 끄고 나왔는지 안 끄고 나왔는지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렇다면 가스렌지의 불을 끌 때 “가스렌지 불 껐다!”하고 혼잣말로 소리를 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건망증은 젊은층에서보다는 40대 이후 중장년층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남성보다는 가사에 조사하는 여성들에게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견되는 것을 보면 주부들이 가정에서 신경 써야 할 일이 매우 많다는 반증일 것이다. 간혹 남편들이 퇴근해서 아내에게 “도대체 하루 종일 집에서 뭐하고 지내느냐?”라고 묻는 것을 보면, 아마 남편들은 아내가 집에서 TV만 보고 노는 줄로만 아는 것 같다. 그러나 아내들도 남편들 못지않게 집안 일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빨래하고 빨래개기, 다림질, 장보기, 밥하기, 반찬 만들기, 설거지, 청소 등 이밖에도 집에서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특히 요리는 단순한 것이 아니고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것이다. 거기다가 어린 자녀가 있으면 아이에게 시달리고, 잠을 못 자게 되고, 청소의 양은 많아지고 아이가 여럿이면 신경은 배로 쓰인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야말로 제정신이 아니어서 건망증이 나타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건망증은 사람에 따라 다소의 증상이 있을 수 있지만 평범한 일이다. 오히려 이를 병으로 인식하고 불안해하는 것 자체가 병이 될 수 있다. 기억을 잊어버리고, 물건을 잃어버린 현상에만 지나치게 신경을 쓰지 말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기록하는 습관을 갖는 동시에 한 박자 늦추어서 충분히 생각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가끔은 열심히 기록해 놓고 메모지를 두고 나오는 경우가 있으므로, 한박자 늦추는 연습이 필요하다. 또한 가족 가운데 건망증 증세가 있을 경우에 그것을 감싸주지 못하고 지적하고 들추어 내면서 다그치면 불안이 고조되어 증상은 더 심해질 수 있다. 가족의 따뜻하고 충분한 이해와 배려가 이를 극복하게 만드는 것을 보면 건망증에도 사랑이 묘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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