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남 1녀 중의 장남입니다.
그래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관심과 기대가 한 몸에 받았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보니 맏아들은 커녕 자식노릇도 못하고 살아갑니다.
KBS TV 아침마당의 출연제의 전화를 받고 출연료를 물어보니
40만 원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두 사람의 왕복 비행기값밖에 되지 않아
그만두려다가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방송일인 5월 11일이 아버지의 생신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래 이틀 동안 다실문을 닫더라도 오랫만에 자식노릇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김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오랫만에 만난 어머니는 집 안에서도 다리가 여럿 달린 지팡이를 짚고,
밖에 다녀오시는 아버지는 깜짝 놀랄 정도로 머리칼이 희었습니다.
오랫동안 하던 염색을 그만두시니 호호백발 할아버지입니다.
매일 전화를 드리면서 때때로 말합니다.
제주로 내려와 사시라고, 그 불편한 몸으로 밥 끓이지 말고 자식의
대접을 받으며 사시라고. 하지만 어머니가 완강히 거절합니다.
아버지는 그럴 마음이 조금 있는 것 같은데 자식에게 부담주지 않으려는
어머니의 고집이 세서 그러지 못하고 두 분이 옹색한 집에서 생활을 합니다.
오랫만에 올라가서 겨우 점심식사 한끼 같이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처가 어른들을 찾아뵙기 위해서입니다. 젊은 날에는 직업군인을 하셨던
장인어른이 오랫동안 일하던 가락동 시장을 정리한 것도 수 년째.
지금은 아파트 경비일을 다닙니다.
사람이 나이를 먹을수록 조금은 넉넉하게 살아가야 하는데
자식들을 가까이 두고 위로받으면서 손주들의 재롱을 지켜봐야 하는데
양가 어른들 모두 점점 더 열악한 환경으로 떼밀리는 것 같습니다.
오랫만에 올라가 겨우 1박을 하고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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