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남편이 남의 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서로 생각의 차이가 심해지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남편은 참 착합니다.
아무런 욕심도 야망도 없는 사람같습니다.
그래서 그는 저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습니다.
어쩌다보니 그가 가장으로서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온 몸으로 막는 역할은 아내인 제가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남편을 향해 달래도 보고, 낯빛도 찌뿌려보고 언성도 높였습니다.
그가 달라지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아니었습니다.
천성은 달라질 수 없었습니다...
얼마전 어머니께서 택배를 보내오셨습니다.
설명절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신 떡살이며 쌀강정 그리고 김치 담아먹으라고
고춧가루와 마늘, 무 등의 각종 야채를 갈아 만든 김치양념장이 박스 속에 그득했습니다.
감사하다고 전화를 드리고 싶었지만, 몸살 감기기운이 있어
차마 그 목소리를 들려드릴 수 없어서 전화를 못 하고 있었는데
전화까지 먼저 걸어오셨습니다.
"엄마다. 택배 잘 받았니? 에그...너도 감기 걸렸구나.
나도 감기 걸렸었는데 지금은 괜찮다.
얘야 속 끓이지 말고 살아라..."
어머니께서는 아셨던 것입니다.
당신 아들의 성품을 너무도 잘 알아서 결혼 후 남편의 우유부단한 성격때문에
속 끓이며 사느라 식사도 잘 하지 못하고 급기야는 지쳐버린 며느리의 모습을...
어머님께 전화를 드리지 못한 지도 몇 달...
나 자신의 삶도 바쁘고 정신없었다는 핑게도 있었지만
자식들 눈치만 살피시며 사시느라 할 소리도 못하시고 그저 '오냐 오냐" 하시는
어머님의 성격이 너무 답답하고 그 목소리를 들으면 괜히 내 마음만 면목이 없어져
전화도 드리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며느리로서 마냥 순수하고 순박하기만 한 남편과 10년 넘게 살아오면서
그 아들을 낳고 키워주신 어머님께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습니다.
"왜 이렇게 욕심없고 착한 아들로만 키우셨나요? 어머니."
"왜 이렇게 세상물정 모르고 악착같이 살지 못하는 아들로 키우셨나요?."
"왜 이렇게 자기 발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아들로 키우셨나요?"
너무도 착하고 세상에 그저 수긍만 하는 남편과 부부로 살다보니
결국 나 자신만 악착스러운 여자로 변해가는 것 같아 너무 너무 싫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친정엄마보다 더 여린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시는 어머님의 전화를 받고 보니 알 것 같습니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난다]
"속 끓이지 말고 살아라."
오늘도 며느리인 나에게 이런 말을 가르치시는 어머니신데 그 아들에게는 오죽했을까요...
사실 남편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제 자신의 삶이 답답합니다.
정말 남편을 사랑하지 못한 사람은 저 자신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아들은 내가 낳은 자식이고 남편은 주워온 자식이라고...
그러기에 내 아들보다 더 배려하여 돌봐야한다고...
시어머니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그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합니다.
올해는 제가 남편의 모든 것을 포용하고 담담하게 흰 울타리가 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 


최신
이전





















phe0820
시어머님이라도 님의 편이니 그보다 힘은 없겟네요..
저희집은 효자아들에 독불장군 시어머니보다는 님이
훠씬 행복해 보여요..
힘내시고 넘 성급히 생각마시고
조금씩 서서히...
답글
구름이
시어머님이 든든한 울타리군요
고부간의 사랑이 느껴져요
답글
송송이
아들은 내가 낳은 자식이고, 남편은 주워온 자식이라..
정말 일리가 있네요
오늘부터는 고생하고 들어오는 남편에게 더 잘해야 겠네요
답글
분꽃
참좋은 말씀 입니다...
남편에 든든한 울타리 로 내조 잘 하시고
시어머님과도 돈독한 고부간 되십시요.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