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일에 한라산학교 4기 수료식이 있었습니다.
미술반의 그림전시를 한다는데 그림이 완성되지 않았으니
한번 더 모이자는 선생님의 말씀.
그래 목요일인 12월 2일(목)에 모여서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말씀대로 잔디를 열심히 심었던(그렸던)지라
엄두가 나지 않아서 처리하지 못한 흩날리는 머리칼부분을
채색하고, 사인만 하면 될줄 알았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노형동의 작업실에 도착한 게 다섯 시.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빨간색
물감으로 사인까지 마쳤습니다.(강렬하고 섹시한 이미지를 주려고)
꼭 그림이 완성돼서 그랬다기 보다는 오후 8시부터 다향이의
기타강습이 있는 날이라 얼른 돌아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정희씨가 이르면 저녁 10시, 늦으면 자정무렵에나 귀가를
하는데 사춘기인 다향이는 집 안에만 있고 싶어 합니다.
6시 쯤에 도착한 선생님, 빨간색 사인에 두 눈이 커집니다.
"사인을 이렇게 하면 안되는데."하고 안타까워 합니다.
잔디밭의 흰부분들 때문에 너무 도드라져서 정작 축구선수들이
빛을 잃는다고, 채색되지 않은 흰부분을 덧칠해서 색을 죽이라고
합니다.
그래 네 시간이나 심은 잔디를 두 시간 동안 더 심었습니다.
어두운 밤에 다향이 혼자 있는데 그림은 마무리되지 않습니다.
정희씨한테 전화를 했더니 조금 일찍 퇴근하겠다고 합니다.
그때서야 마음을 놓고 마무리작업을 합니다.
정리되지 않은 머리칼을 손 보고, 너무 빈약해 보이는 유니폼도
정리하는 동안에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채색을 마무리한 김정희님은 멋진 사인연습을 하는데...
돌이켜보니 5절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데 들어간 시간이
꼬박 스무 시간입니다. 변변치 않은 그림임에도 스케치 하고,
수정하고, 채색하는 시간을 헤아려보니 스무 시간 안팎입니다.
'하! 이렇게 정성이 많이 들어가고, 손이 많이 가는 그림을
왜 초중등 시절에는 4-50분 만에 완성해서 내라고 했을까?'
의문이 생깁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궁금증이 생겨서 여쭤봅니다.
"그림을 그리다 보니 완성이라는 시점이 없는 것 같은데요."
완성되는 시점이 있다고 합니다. 그 시점을 놓치고 더 가면
그때부터 그림이 망가지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복어의 독이 치명적이지만 독이 들어가야 극한의 맛이 난다 하고,
차를 덖을 때도 찻잎이 타기 전의 극점에서 덖음을 멈추어야
가장 맛있는 차가 나온다고 합니다.
언제나 그런 걸 깨달을 날이 올런지? 그런 날이 오기는 할지?
머리가 복잡해지는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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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미씨
아...사인까지도 그렇게 세심하게 생각하는 줄 몰랐어요.
멋진 그림이 완성된 것 같은데.. ^^
그림은 언제쯤 보여주실건지요? ㅎㅎ
제가 운동하는 반에 50대 아주머니 한분도 그림을 그리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저보고도 같이 해보자고 하는데..전 아직...
아무튼 그림도 그리고 퀼트도 하고..아이들이 다 커서 떠난 빈둥지를 알뜰살뜰 자신의 일로 채우는 일도 참 보람있어 보이고 멋져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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