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8일, 일요일.
전날 하늘연꽃에서 일을 보던 정희씨가 서두른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더니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고 한다.
그 말에 차를 마시다말고 부랴부랴 출발한다. 정희씨가 자동차를
써야한다고 해서 중문동에서 차를 넘겨준 뒤 제주행버스에 몸을 싣는다.
저녁 7시부터인 미술수업이 4-5시로 바뀌었다고 한다.
수업을 마친 뒤 두통의 전화를 한다. 정희씨는 열시나 돼야 퇴근한다고 하고,
세 아이를 데리고 구억리에 간 양은영씨는 그곳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중문에 도착할 시간을 물으니 7시 45분, 빨라도 8시는 돼야 도착할 텐데….
그래 다향이를 중문동 하나로마트에 내려달라고 부탁한다.
마트에 도착하니 8시 7분. 다향이가 mp3를 들으면서 기다리고 있다.
“저녁은?”물으니 삼겹살과 떡을 든든히 먹었다고 한다.
저녁으로 국수를 삶아 먹는다. 아침에도 밥이 부족해서 면을 먹었는데….
밤 열시 경에 귀가한 정희씨를 보고 까무룩 잠이 든다.
눈을 뜨니 새벽 4시 30분. ‘조금 더 잘까?’생각해보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그래 일어나 커피를 한잔 마시고 스케치북을 펼친다.
애초의 의도와는 달리 마음에 들지도 않는데도 채색할 부분은 많이 남아있다.
발표회는 코앞으로 다가와 있는데 ‘작품을 내지 말까?’라는 생각도 든다.
물통에 물을 받고 접시에 물감을 짜서 채색을 한다.
축구선수들 아래 잔디밭을 채색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배운 대로 묽게 칠하고, 조금 다른 색으로 칠하고, 세필로 한번 칠한 다음에
그래도 빈 공간을 묽은 색으로 눌러주니 제법 잔디구장분위기가 살아난다.
8시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온 정희씨, 출근했다가 정오경에 돌아온다고 한다.
12시 30분에 돌아온 정희씨, 다향이랑 제주시로 넘어간다.
일단 점심을 먹고, 영화를 보기로 했는데 또 둘의 의견이 나뉜다.
다향이는 패밀리레스토랑에, 정희씨는 깔끔한 식당인 연우네로 가자고 한다.
왜 둘의 의견은 늘 일치하지 않을까? 엄마아빠의 결혼기념일이니 다향이기
양보하기로 한다. 점심식사 뒤에 영화관으로 간다.
선택한 영화는 ‘더 콘서트’ 근래에 평점 9점을 넘긴 영화가 없었는데 댓글도
우호적이다. 다향이도 함께 볼 수 있어서 더 좋고. 조금 우스꽝스러운 장면도
나오지만 영화를 보면서 눈물이 난다.
정희씨를 슬쩍 바라보니 역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얼른 손수건을 꺼내 건네고
영화에 집중한다.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본지라 뿌듯해진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란 옛 영화가 떠오른다.
클래식을 듣기시작한 건 순전히 그 영화 때문이다. 그 영화의 영향으로
‘차이코프스키’라는 영화에 이어 이번 영화까지 선택했으니 지대한 영향을
끼친 셈이다. ‘다향이는 이 영화를 어떻게 보았을까?’ 궁금해서 물으니
일본영화인 ‘노다메 칸타빌레’보다 더 재미있었다고 한다.
의외의 대답이다. 지루하다고 볼멘소리를 하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코미디영화보다 더 재미있었다니 정말 영화를 보는 안목이 생긴 걸까?
다향이의 말을 들으면서 대견스러워하는데 정희씨가 빨리 가자고 한다.
어디를 빨리 가냐고 물으니 다시 회사에 가봐야 한다고 한다.
휴일은 지친 몸과 마음을 다스리라고 있는 것인데 휴일과 겹친 결혼기념일에도
이틀 연속 일을 하러 가야한다니 어이가 없다.
기다렸다는 듯이 주민자치센타에서 전화가 온다.
지금 제주시에서 출발한다는 정희씨의 말을 듣고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중문동에서 정희씨한테 자동차를 넘기고 다향이랑 귀가를 한다.
결혼기념일이고 뭐고, (정희씨가)그냥 쉬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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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차리는 남자
다향이가 엄마아빠 결혼기념일이라고 케잌을 사준다고 했는데,
그래 와인만 한병 사면 되겠구나 싶어는데,
그 작은 뜻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답글
라일락
다향이가 많이 컸지요?
바쁜 결혼기념일 이었네요?
그래도 옆에서 든든히 지켜 주시는 다향이 아빠가 있어
맘놓고 일에 전진 할수 있을꺼예요~~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