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남편(Trophy Husband). 아내 대신 가사와 육아 등을 책임지며 살림하는 남자를 이르는 말이다. 요즘 우리나라도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이 트로피남편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혹시 아직도 ‘주부= 집에서 노는 사람’, ‘살림은 여자가 해야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반드시 지금 이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 사람이다. 11년째 전업주부로 육아와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는 트로피 남편의 대명사, 오성근 씨를 만났다.
가정의 행복을 위해 시작한 일
“1993년에 결혼을 했는데 7년이 지난 1999년에야 아이를 낳았습니다. 출산을 앞둔 아내가 출산 후에도 직장엘 다니고 싶다고 했지요. 그래서 제가 회사를 그만두고 살림과 육아를 담당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사람들은 아내의 수입이 더 많았냐?’고 묻기도 하는데 그런 건 아니었구요. 단지,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 둘 중 한 명이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지요”오성근 씨가 살림을 맡아 하게 된 계기는 사실 단순하다. 아내가 일을 하기 원했기 때문이었고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였다.
“‘굳이 회사를 그만둘 필요가 있었냐?, 아이는 부모님께 맡기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으세요. 저희 부부는 결혼 전부터 여성학, 부부의 자리매김, 태교, 육아 등에 대해서 함께 공부를 했어요. 그 때 깊게 깨닫고, 세운 원칙 중의 하나가 ‘육아는 부모의 몫이고, 아내가 여의치 않다면 내가 그 몫을 감당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당신들의 자녀를 키우느라 젊음을 바친 부모님의 노동력을 자식이 또 다시 착취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습니다. 그래서 둘 중 하나가 가정에 남기로 결정했고, 제가 남기로 한 것이죠”
오 씨는 ‘모성본능은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부성본능도 마찬가지다. ‘모성본능’을 고유명사로 본다면 그건 여자이기에, 엄마로서 저절로 갖고 태어나는 게 아니라 ‘얼마나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지, 얼마나 아이와의 관계를 친밀하게 가져가는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엄마든 아빠든 갓 태어난 아이가 울 때 처음엔 그 이유를 알지 못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가 울면 배가 고픈지, 기저귀가 젖었는지, 안아달라는 건지, 어디가 아픈 건지를 아는 것. 그것은 함께 시간을 보내야 가능한 것이고, 이것이 모성본능이라는 것이다. 아이를 직접 키우기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다.
무능력한 남자? 파렴치한?… 살림하는 남자를 향한 편견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살림하는 남자를 본다면, 그리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것이다. ‘저 남자 굉장히 무능력한가보네...’라거나 ‘무슨 남자가 살림을 한다고..’ 등. 살림하는 오 씨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오 씨 부부가 제일 힘들었던 것도 바로 이 부분. 특히 양가 부모님은 진노했다.
“사실 친구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불특정 다수의 편견은 그냥 무시했습니다. 우리 부부가 가정의 행복을 위해 결정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부모님의 진노는 정말이지 힘들었고 지금도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제 부모님은 당신의 기대주였던 맏아들이 살림을 한다고 하니 비통해 하셨고, 아들이 못나 며느리가 벌어온 돈으로 생활한다고 여기십니다. 처가 어른들은 저를 당신 딸 데려다가 고생시키며 놀고 먹는 파렴치한 취급을 하구요”
그렇다면, 오 씨는 정말 놀고 먹고 있을까?
살림을 하면서 오 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바로 건강한 먹을거리다. 먹을거리가 건강해야 가족이 건강하다는 믿음에서다. 오 씨는 아내가 임신한 후부터는 줄곧 현미 50%에, 혼합잡곡 50%를 섞어 밥을 한다. 또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음은 물론 철마다 효소를 담궈 음료수를 대신한다. 아이가 감기에 걸렸거나 아내가 변비 때문에 고생할 때도 민간, 식이요법으로 해결한다. 주부 중에서도 극성맞은(?) 주부인 셈이다. “육아와 살림이 먹을거리를 생산해 내는 농사와 더불어서 가장 소중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노는 사람’ 정도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어요. 아마도 예전부터 할머니, 어머니가 묵묵히 수행해온 일이기 때문이겠지요. 별로 어렵지도 않고, 여자라면 당연히 감당할 몫이라는 생각들이 깊이 내재되어 있는 것 같아요. 또 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이라는 것도 중요한 요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해보지 않으면 그 일의 가치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법. 백 마디 말보다 한 번 경험이 서로에게 약이 되는 법이지요. 혹시 남편이(아내가) 아내(남편)의 살림에 대해 이렇게 폄하한다면, 3박 4일만이라도 일을 바꾸어보세요. 해보면 서로의 일을 존중하게 될 겁니다”
살림! 사람, 가정을 살리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일’
오 씨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살림은 죽임과 반대되는 사람을 살리는 일, 그리고 가정을 살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오 씨는 양성평등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전업주부 아내를 둔 남편들이 아내의 일에 대해 대수롭게 않게 생각하다가도 같은 남자인 오 씨가 이야기하면 귀를 기울인단다.
“살림을 직접 해보니 일 자체가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내 어머니를 생각하게 됐고,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아픔을 피부로 느끼게 됐어요. 그런데 많은 남편(남자)들은 아내의 말을 그냥 하는 잔소리로 여기고 말더군요. 그럴 때 제가 말을 하면 ‘아! 아내의 말이 사실이었군요’라고 인정합니다. 그래서 내 가족도 중요하지만, 살림하면서 느끼고, 깨우친 것들을 이웃들(사회)과도 나눠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앞으로도 계속 나눌 생각이구요”
오 씨 부부는 요즘 다시 한 번 두 사람의 역할을 바꾸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 중이다. 아내는 이제 회사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있고, 오 씨는 다시 일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주부들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살림을 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가정이 가정의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주부들이 사회나 남편들의 폄하에 기죽거나 움츠러들지 않아도 되는 이유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살림도 양육도 어느 한 사람의 몫은 아닙니다. 가정을 살리는 일, 그것이 ‘살림’이기에 부부가 함께 해야 하는 일 아니겠어요?”
◎글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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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초롬
11월 제주도가 너무 멋찌다고 하던데
좋은곳에서 사셔서....얼굴이 너무 평화롭고 좋아보이시네요
경기웹진에서까지 인터뷰를 하시고 멋찌십니다.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제주는 10월, 11월 가을이 제일 좋습니다.
오늘까지 닷새 일정으로 올레길축제도 있는데
덥지도 춥지도 않아 걷기에 제일 좋지요.
밥상차리는 남자
투고는 아니고요,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인터뷰하고 책을 받지 못했는데 어제 우연히
이 기사를 발견했는데 마음에 들어서 올려봤습니다.
위에 사진은 고사리를 끊는 모습이고,
아래 사진은 다향이랑 같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입니다.
답글
주몽이
와 밥남님!! 상상속의 모습이 이렇게 사진으로 나타났네요~^^
제 생각보다 더욱 꼼꼼히 살림을 하고 계신 밥남님.
경기여성웹진에까지 투고를 하시다니 정말 멋있어요!
남자로서보다 한 가정의 일원으로서 성공하신 것 같아요.
저도 나중에 살림을 할지, 일을 계속 하게 될지 모르지만
살림을 하게 된다면 제 롤모델을 밥남님으로 하고 싶어요~!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