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차이 - 나도 힘든데.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10-10-26 08:48

조회수 2,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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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지청구를 들었습니다.

디카에 있는 사진들 지웠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뭐라 합니다.

내 잘못인지, 아니면 자신의 잘못인지, 아니 둘의 잘못인 것 같은데

나더러만 뭐라고 합니다.


집에 디지털카메라가 두 대 있습니다.

하나는 내가 사용하는 것으로 렌즈교환식이고, 다른 하나는

다향이가 마음껏 갖고놀 수 있도록 선물한 똑딱이 디카입니다.

날이 좋거나 산책하고 싶을 때, 혹은 딱히 할일이 없어서 심심할 때

다향이랑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그리고 마음 내키는대로 사진을 찍지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정희씨가 다향이의 카메라를 갖고다닙니다.

아무런 말도 없이 다향이의 장난감을 가지고 다닙니다.

며칠 전에 다향이가 사진을 몇 컷 찍었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확인하는데 촬영되 사진의 수가 어마어마합니다.

'카메라를 썼으면 좀 지워놓지. 그래야 다음에 사용할 사람이 편할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촬영돼있는 걸 모두 지웠습니다.


그게 지청구의 원인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왜냐하면 정희씨의 촬영분은 일주일이나 지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희씨한테 미리 물어보지 못한 건 내 잘못입니다.

퇴근이 늦어지더라도 2주 연속 토,일요일에 일했다고 해도

전화로 물어볼 수는 있었는데...

생각하며 이것도 성격차이인가 싶습니다.


나는 하나의 일을 마무리하고 다음 일하기를 좋아하는데

정희씨는 그냥 쭈욱 늘어놓는 편입니다.

음식을 만들 때도 내가 하나씩 정리해가면서 일하는 반면에

정희씨는 집 안의 온갖 그릇들과 양념통들을 쭈욱 늘어놓습니다.

정희씨의 거의 유일한 가사담당이 저녁설거지인데 그조차도

때때로 잊어버리곤 합니다.


밥을 먹고나서 바로 설거지를 해야만 집 안의 잡냄새도 없어지고,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하지만 정희씨의 경우엔 밥 먹고, 과일 먹고,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실컷 보고난 다음에 양치질을 하고, 설거지를 합니다.

다향이한테는 3-3-3(하루에 3번 - 밥 먹고 나서 3분 안에-

-3분 이상 양치질)을 강조하면서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설거지 안해요?"물으면 "좀 쉬고요."라면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그냥 잠을 자면 결국 내 차지가 되는 저녁설거지.

'남편과 아이 먹여살리느라 많이 힘들구나!'싶기도 하지만

'나도 힘든데...'라는 자조감과 더불어 불퉁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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