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커피축제를 찾아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리면서 이번 축제가 만들어진
배경과 준비과정, 그리고 나름대로의 평가를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추석연휴. 선생님께 커피를 배우는 세 명의 수강생이 조촐한 모임을 가졌고,
그 자리에서 ‘중급반수료식을 맞아 졸업 작품 겸해서 일일찻집을 하면 어떨까?
그리고 얼마 되지는 않겠지만 그 수익금을 커피농장발전기금으로 드리면
의미 있는 선물이 되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말을 전해들은 선생님. 진즉에 그런 생각을 갖고 계셨던 것인지,
아니면 힘든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하셨는지
‘이왕에 할 거면 재밌게 놀아보죠.’합니다. 그렇게 해서 제1회 제주커피축제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일을 추진하려면 사전에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합니다. 대강이나마 전체적인
밑그림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동원 가능한 인력과 자금이 그것이지요.
특히 인력은 각자가 가진 재능과 시간을 적재적소에 잘 배분해서 부담을
최소화시켜주어야 합니다. 가정과 생업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특히나 더 그렇고요. 이것이 준비되면 어떤 일이라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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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동안 함께 커피를 공부한 동료들의 원망이 쏟아집니다.
?
‘내가 지금 왜 이 짓을 하고 있지?’ 커피축제를 준비하면서 이런 생각이
여러 번 들었습니다. 아이랑 둘이 감기에 걸려서 골골하면서도 마음 편히
쉬지도 못하고, 글을 쓰기는커녕 책과 신문을 읽는 것도 여의치 않고,
밥반찬이 썰렁해지면서 아내의 지청구도 듣고…….
미술수업과 기타강습준비도 전혀 할 수가 없었습니다.
커피농장이 멀고, 가도 심심하다면서 굳이 집에 있겠다는 아이를 두고
농장에 가면 콜록거리는 아이가 눈에 밟히고, 아이랑 집에 있으면 통 잠을
이룰 수가 없어서 매일새벽에 농장에 나온다는 선생님의 퀭한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처음 말을 꺼낸 동료들만 애를 쓴 건 아닙니다. 선생님은 물론이고, 주변의 많은 분들이 애를 쓰셨지요. 다만 처음 회의에서부터 축제를
마치기까지 거의 날마다 농장에 들러서 일손을 돕느라고 가정불화까지
감내해야했던 동료들의 수고를 이야기한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바쁜 일상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노동력을 제공하면서도
‘이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몇 명이나 올까? 100명도 안 오면 어떻게 하지?’,
‘준비한다고는 하지만 ‘이게 뭐야?’하고 실망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의 부담과
압박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습니다. 회의를 거쳐서 결정됐던 사안들이
갑자기 뒤바뀌어서 혼선이 생기기도 하고…….
이런 우여곡절을 뒤로 하고 드디어 축제일이 밝았습니다. 대부분 아침도 거르고
나와서 마지막 점검을 합니다. 천막을 치고, 테이블과 의자를 나르고,
사진을 붙이고, 드립과 이브리크, 로스팅(생두볶음) 세팅을 하고, 커피도구와
커피양갱, 커피염색스카프, 수제가방과 커피비누판매대, 아이들과 놀아줄
테이블준비도 합니다. 행사에 함께 한 올레커피컴퍼니(olle coffee company)
팀도 분주합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는데, 10시 30분을
넘기면서부터 사람들이 들기 시작합니다. 그래 부랴부랴 스텝들끼리
개회식을 선언하고 축제를 시작했지요. 개회식을 시작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애초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니 기대치 이상이었습니다. 모든 스텝이 잠시 쉴 틈도 없이 - 아침에 이어
점심도 거른 분들이 있을 정도로 - 정신없이 분주했으니까요.
행사를 치르면서 부족한 부분들도 발견되었습니다. 적지 않은 교복차림의
중고생들을 보면서 학생 할인티켓을 준비하지 못한 게 걸렸고,
커피농장발전기금(티켓, 입장료)을 받고도 왜 시음하는데 줄을 서야 하느냐는
항의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왜 입장료를 받는지? 가격이 비싸다’고
하는 분들도 있었으며 ‘땡볕에서 커피를 마셔야 하느냐?’고 질책하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행사를 처음 진행하다 보니 미숙함이 많았다는 것,
어느 특정인의 수익사업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의 제주커피농장발전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행사였다는 것, 그래서 모든 스텝들이 자원봉사를 했다는 것,
줄을 서는 불편함은 있었어도 드립커피를 양껏 시음할 수 있었다는 것,
행사장에서 사용한 원두도 모두 구입한 것이라는 걸 감안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런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격려해주신 분들도 많습니다.
처음으로 핸드드립커피를 맛본 분들 중에는 쓰고 진하다는 평가를 내리신
분들도 계시지만 - 물론 그런 분들에게는 따뜻한 물을 섞어서 연하게
드시도록 했습니다. - 향이 좋고, 깔끔하다는 평가를 내리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커피에도 이렇듯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 줄 몰랐다고, 드립에 집중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케냐AA나 콜롬비아
따라주, 인도네시아의 만델링과 같은 프리미엄급커피에도 불구하고
제주산 커피를 찾는 분들이 많았음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100%제주산
커피를 맛볼 수 있냐고 묻는 분들에게 제주산이 10%들어간 블랜딩커피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내년, 내후년에도 커피축제 계속 하실 거지요?” 온종일 일하면서
가장 듣기 좋고, 힘나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즐기며 관심을 갖고 있구나.’생각하면서
빨리 농장의 시설이 잘 구비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 유리식연동하우스 안에서 참가자들이 빨갛게 익은 체리를 수확해서
과육을 벗기고, 생두를 말려서 볶고, 분쇄해서 맛좋고 향 좋은 커피를 마시는
이삼일의 축제가 열리길 희망합니다.
끝으로 제1회 제주커피축제를 준비한분들과 행사에 참여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건강하시고, 행복하기를 축원 드립니다.
2010. 10. 18. 제1회 제주커피축제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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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탱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어쩌지요?
드립을 해드릴 수도 없고...
밥상차리는 남자
예 분꽃님.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둬 기쁘고, 다음 축제를 기대하는
댓글들을 보면서 힘을 얻었습니다.
답글
분꽃
고생 많으셨네요
축제 성황리에 끝내고 이젠 한시름 내려놓으신듯
구수한 커피향 이 이곳까지
수고 하셨습니다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