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먹고 온다더니.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10-10-13 09:58

조회수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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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벨이 울립니다.

찌개를 끓이는 아빠대신 다향이가 냉큼 전화를 받습니다.

"엄마가 저녁먹고 온대."

수화기를 내려놓는 다향이가 말합니다.

휴우! 한숨이 나옵니다. 뭔 일이 그리도 많은지...


지난 토요일엔 체육대회가 있다고 서귀포월드컵경기장으로 출근하고,

일요일에도 채육대회가 있다고 강창학경기장으로 출근을 했습니다.

그런데 또 저녁을 먹고 온다니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매일같이 점심도 함께 먹으면서... 일을 하러 다니는 건지,

먹으러 다니는 건지?'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몸이 좋지 않습니다. 축제문제로 딱히 하는 게 없는 데도

이것저것 신경이 쓰이고 압박감도 심해집니다. 그래서인지

목이 간질거리고 기침이 나며 열도 오르내립니다.

자글자글 끓는 방에서 땀 한번 쫙 빼면 거뜬할 것 같은데

구들집도 아니고, 기름값이 무서워서 난방을 하기도 부담스럽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언제 돌아올까?'기다리는데 연락이 없습니다.

10시가 넘고, 11시가 넘어도 전화 한통 없습니다.

늦으면 늦는다고, 어디에 있는데 언제쯤 도착할 것 같다고 하면

마음이 놓일 텐데 연락이 없습니다.

애랑 남편은 감기에 걸려서 그렁그렁하는데 관심도 없는 것 같습니다.


몸이 점점 무겁고, 힘들어져 11시 30분에 전화를 합니다.

그제야 출발한다고 합니다. 저녁먹고 온다더니 함흥차사입니다.

기다리다가 까무륵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새벽에 압력밥솥을 취사로 맞춰놓고 깜빡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니

정희씨가 보이지 않습니다. 허허로운 웃음이 나옵니다.

중문동에 근무할 때나 예래동에 근무하는  지금도 때때로 바래다줍니다.

그런데 늘 정희씨가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어쩌다가 마중을 갔을 때도 사무실의 불을 다 끄고 제일 늦게 퇴근합니다.


직원이 여럿인데 왜 맨날 정희씨가 사무실 문을 열고 닫는 걸까?

궁금해서 수도 없이 물어보았지만 정희씨의 대답은 늘 한결같습니다.

"일이 많아요."

어젯밤에는 그 부분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도록

속시원히 대답해주면 좋을 텐데 그런 법이 없어서 물었지요.


그랬더니 원래 7급(공무원)의 일이 많아 제일 먼저 출근해도

늦게까지 일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여기저기 단체와 만나서 밥먹는 일도 많은데 늦는 걸 싫어해서

전화하지 않았답니다.  졸지에 옹졸하고, 나쁜 사람이 되었습니다.

'7급공무원의 일이 많아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얘기하면 될 것을

'그냥 일이 많다고 했잖아요'라는 말로 수 년 동안 일관해 놓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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