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벨이 울립니다.
찌개를 끓이는 아빠대신 다향이가 냉큼 전화를 받습니다.
"엄마가 저녁먹고 온대."
수화기를 내려놓는 다향이가 말합니다.
휴우! 한숨이 나옵니다. 뭔 일이 그리도 많은지...
지난 토요일엔 체육대회가 있다고 서귀포월드컵경기장으로 출근하고,
일요일에도 채육대회가 있다고 강창학경기장으로 출근을 했습니다.
그런데 또 저녁을 먹고 온다니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매일같이 점심도 함께 먹으면서... 일을 하러 다니는 건지,
먹으러 다니는 건지?'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몸이 좋지 않습니다. 축제문제로 딱히 하는 게 없는 데도
이것저것 신경이 쓰이고 압박감도 심해집니다. 그래서인지
목이 간질거리고 기침이 나며 열도 오르내립니다.
자글자글 끓는 방에서 땀 한번 쫙 빼면 거뜬할 것 같은데
구들집도 아니고, 기름값이 무서워서 난방을 하기도 부담스럽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언제 돌아올까?'기다리는데 연락이 없습니다.
10시가 넘고, 11시가 넘어도 전화 한통 없습니다.
늦으면 늦는다고, 어디에 있는데 언제쯤 도착할 것 같다고 하면
마음이 놓일 텐데 연락이 없습니다.
애랑 남편은 감기에 걸려서 그렁그렁하는데 관심도 없는 것 같습니다.
몸이 점점 무겁고, 힘들어져 11시 30분에 전화를 합니다.
그제야 출발한다고 합니다. 저녁먹고 온다더니 함흥차사입니다.
기다리다가 까무륵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새벽에 압력밥솥을 취사로 맞춰놓고 깜빡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니
정희씨가 보이지 않습니다. 허허로운 웃음이 나옵니다.
중문동에 근무할 때나 예래동에 근무하는 지금도 때때로 바래다줍니다.
그런데 늘 정희씨가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어쩌다가 마중을 갔을 때도 사무실의 불을 다 끄고 제일 늦게 퇴근합니다.
직원이 여럿인데 왜 맨날 정희씨가 사무실 문을 열고 닫는 걸까?
궁금해서 수도 없이 물어보았지만 정희씨의 대답은 늘 한결같습니다.
"일이 많아요."
어젯밤에는 그 부분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도록
속시원히 대답해주면 좋을 텐데 그런 법이 없어서 물었지요.
그랬더니 원래 7급(공무원)의 일이 많아 제일 먼저 출근해도
늦게까지 일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여기저기 단체와 만나서 밥먹는 일도 많은데 늦는 걸 싫어해서
전화하지 않았답니다. 졸지에 옹졸하고, 나쁜 사람이 되었습니다.
'7급공무원의 일이 많아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얘기하면 될 것을
'그냥 일이 많다고 했잖아요'라는 말로 수 년 동안 일관해 놓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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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
글속에 저와 남편이 있는거 같네요...
세세한 표현을 안하는 남자...
늘 그런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인 여자...
사랑하는 사람들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거라고 하던데...
전 항상 뒷모습만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거든요
많은 대화가 필요한거 같아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그래 나름 분위기도 잡아가면서 대화를 시도하거나
편지를 써줘도 대답없는 제 아내를 어찌하면 좋을지
대략난감입니다.
마리☆
영화 7급 공무원이 생각 나는군요
글을 읽으니 전업주부들이 남편에게서 느끼는 그 감정 그대로입니다 ㅎ
지레짐작만 마시고 확실하게 묻고 확실한 답변을 들으세요
서로가 말 안 해도 알려니~~하다 큰 문제 될 수도~~~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저야 늘 조리있고 세세하게 말을 하지요.
믿기지 않겠지만 제 전공이 정치외교학이거든요.
그런데 같이 사는 분이 늘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툴거든요.
분꽃
ㅎㅎㅎ 살짝 삐지셨구나 ~?
요즈음 축제가 왜그리 많은쥐......
요런것들이 공무원 잡는일 이구나 ? 하고 생각해 봅니다
집안에 공무원 없어서 참으로 그런일에 무신경 했는데
며칠전 이곳에도 정원 박람회 한다꼬
자그마한 공원을 꽃 잔치로
저녁먹고 운동한다고 트렉 돌아보니 정말 개장식 전날
공무원들 날밤 새우는것 같드라구여........... ㅜㅜ
직원앞에서 집으로 전화하기 는 쉽지않을듯 하네요
기둘리지 말고 먼저먹고 늦게 오면 그냥 주무새요.........ㅎㅎ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아직도 사랑하는 건지, 아니면 집착인지
정희씨가 귀가하기 전에는 그게 쉽지 않네요.
분꽃님 말씀처럼 조금 무뎌지기도 해야 할 텐데...
핑크마미
공무원....정말 일도많고 민원도 들끓고 처리해야할 공문도 많고....
정희씨가 많이 지쳐있을 법 하네요.
늦게 들어온다해도 언짢은 기색 비치지 마세요.
아마 본인은 더 힘들겝니다.^^;;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그렇게 마음은 먹는데 제 몸이 아프고,
제주커피축제 운영위원장노릇을 하려다 보니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말았습니다.
오늘도 80분 거리의 제주시 커피농장가서
댓시간 동안 허드렛일을 하고 왔네요.
또미
지방축제..공무원 잡는다..이 말이 꼭 맞는 듯요. 불필요한, 여기나 저기나 비슷한 축제를 해마다..계절별로 두 세번씩 하는 데도 있어요. 지난 주엔 제가 운동 다니는데..회원분 중 공무원인 분들 일주일 내내 안 나오시더라고요. 바빠서 못 왔다고..우리동네도 주말에 축제가 있었어요.
저도 남편이 그렇게 일하면 이해해야지하면서도...속을 끓일 것 같아요.
아마도..부인도 밥남님의 마음을 다 헤아려 생각하고 있을 거에요.
요즘 감기 독하지요? 저도 근 한달 가까이 콧물에 기침을 달고...살아요.
이젠 약 먹는것도 지겨워요. ㅎㅎ
뭘 하면 감기가 똑 떨어질까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뜨거운 보이차나 댕유자차가 좋은데...
육지에서는 댕유자차를 구할 수가 없겠지요.
법정스님이 제주에서 요양하실 때에도 댕유자차를
많이 드셨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