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초등학교운동회가 있었습니다.
이웃의 초청을 받아 구경을 가게 되었는데 한 곳에 앉은 다향이가
그곳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웃의 동생이 달리기를 해도
박 터뜨리기를 해도 멀찌감치 앉아서 구경만 할뿐 응원하지 않습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저 아이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해집니다.
정말로 학교를 그만두기 원했던 걸까?
불만이 있어서 말한 걸 엄마아빠가 '옳지!'하고 받아들인 건 아닐까?
학교에 돌아가고 싶어도 이미 낯설게 된 그 세상이 두려운 건 아닐까?
사람들이 "몇 학년이니?" 물으면 "왜 오학년이요."하고 대답하는 걸까?
그냥 "열두 살이에요."하면 될 것을…
네가 학교를 그만 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선택이라고.
네가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면
그것 또한 네 선택이니 존중하고 도와주겠다고.
누군가가 어느 학교를 다니는지? 몇 학년인지? 물으면
홈스쿨링중이며 나이는 몇 살이라고 말하는 게 낫지 않겠냐? 고 말해도
다향이의 대답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그래 어제는 일삼아 다향이와 동행을 했습니다.
자동차 안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아르바이트를 하면
얼마나 벌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그래 왜 아르바이트를 생각하느냐고?
아르바이트를 하기에는 아직 어리다고 얘기해줬더니 OO이 언니가 버스타고
다니기 힘들어서 열여덟 살이 되면 자동차를 산다고 했답니다.
그래 너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니?'물으니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 말합니다.
"그제 밤에 너한테 하려다 만 얘기를 해야겠구나!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을
번다는 생각은 좋지만 그보다 훨씬 더 소중한 일이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것을 제쳐두고 자잘한 일에만 매달리는 건 낭비 같다.
그러다가 어른이 되어서 남의 식당에서 설거지나 하고 반찬이나 만들래?"
"아니."
"네가 원하면 언제든지 학교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잖아.
지금 OO이가 준비하는 것처럼 검정고시를 치르고 학교로 돌아가고 대학을
나오고 요즘 인기 있는 공무원이나 교사임용고사를 치르면 선생님도 될 수 있고,
공무원이 될 수도 있어. 그런데 넌 매일아침에 출근해서 늦게까지 일하는 엄마가
행복해 보이니?"
"아니."
식당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이 한 달에 백만 원 남짓 벌 거라는 말에
'와!'하는 다향이가 아르바이트를 하면 얼마를 버는지 묻기에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삼사십만 원 쯤 되지 않을까? 했더니 역시 "와!' 많이 버네."합니다.
그 말을 듣고 기가 막혀서 "그럼 엄마는?"했더니 "엄마가 더 많이 벌지."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풍족하게 사니?"물으니 역시 아니랍니다.
그 말을 듣고 얘기해줍니다.
"아빠는 이만한 그림을 그리는데 넌 자꾸 요만한 그림을 그리고 그래?
네가 피아노를 치고, 시를 외우고, 그림을 그리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여행을 하며 이번엔 기타와 장구를 새로 시작하고 했잖아.
그중에는 네가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는 걸 아빠도 알아.
아빠는 네가 스무 살 쯤 되면 함께 책을 펴내고, 사진전과 미술전시회도 하길 원해.
그리고 아빠랑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차를 덖고 내리며,
커피를 볶고 내리게 될 거야. 또 토요일이랑 일요일에 엄마가 손님을 맞아준다면
아빠는 ‘어린이예술학교’를 해보고 싶어.”
“그게 뭔데?”
“네가 신나게 논 다음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 기분이 어때?”
“재밌지.”
“바로 그거야. 토요일에 아이들이랑 신나게 놀고 그림을 그릴 아이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싶은 아이는 글을 쓰는 거지. 그 다음에 그걸로 연극대본을 만드는 거야.
그렇게 준비해서 일요일에 공연을 하는 거지.
그렇게 육 개월 쯤 놀다보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주눅이 들지 않을 거고,
그런 훈련을 받은 아이들은 연극을 하거나 영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난 영화인해야지. 그럼 김태희 만날 수 있잖아.”
‘그건 네 맘대로 하세요.’
“그래. 그건 네 선택이고 문제는 네 스스로 훈련이 돼있어야 한다는 거야.
요즘 네가 좋아하는 아이돌그룹들을 봐. 합숙소에서 먹고 자는 시간만 빼고는
몇 년씩 연습을 하잖아. 마음대로 전화도 못하고 집에도 못가고.”
“…”
“그런데 아빠가 너더러 그렇게 하라고 하니?”
“아니.”
“그냥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배우고 익히도록 하잖아.
열심히 안한다고 야단치거나 시험을 치러서 혼내지도 않고.”
“응. 하지만 잔소리는 하잖아?”
“…”
“그러니까 네가 아빠를 믿고 쭉 가면 좋겠어.
그렇다고 해서 네 의견을 무시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야.
‘이건 아닌 거 같은데’생각되면 언제든지 의견을 제시하고
함께 만들어가자는 거지.
네가 정당하게 비판할 때 아빠가 어른이라고 해서 우긴 적 있어?”
“아니.”
“넌 네가 원하는 걸 뭐든지 할 수 있어. 네 실력을 쌓이면 전국에서,
아니 해외에서도 재미있게 사는 친구들이 너를 찾아올 거야.
그 친구들과 친해지면 전국 어디를 가든 해외로 가든 네가 머무를 곳 또한
생기는 거고. 그런데 육지에 사는 친구들이 아무리 잘났어도 너만 못할 게
하나 있잖아.”
“그게 뭔데?”
“넌 승마를 배울 거고, 그게 익숙해지면 말을 한필 산준다고 했잖아.
그건 아무리 부자라도 도시에선 불가능한 일이지. 말을 타고 바다로 나가서
해변을 달리고 노을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별로 없지.”
“피아노만 하고 싶다는데 이제 피아노는 제법 치잖아. 그건 그대로 가고
‘왜? 피아노는 들고 다닐 수가 없잖아?’ 그러니까 장구나 기타 정도도 배워두면
눈 내리거나 달 밝은 밤에 친구들이랑 연주하며 춤추고 놀면 좋지 않겠어?”
“난 춤은 안출 거야.”
‘그건 네 맘대로 하세요.’
다향이를 재우고 정희씨랑 얘기를 합니다.
낮에 있었던 얘기를 나누면서 빨리 이사가서 다향이의 또래들을 만들어주자고.
그리고 다향이가 칭찬받을 만한 일을 했을 때마다
엄마 이정희와 아빠 오성근의 이름으로 상장도 만들어 주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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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차리는 남자
누구나 꿈꾸는 삶이지요.
하지만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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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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