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와서 많은 생명체를 만납니다.
도롱뇽과 대벌레도 만나고, 크기가 어른 주먹만한 달팽이도 만납니다.
하지만 생명체라고 해서 다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툭 하면 바퀴벌레가 기어다니는데 크기가 4-5cm나 해서
파리채를 휘두르기에도 부담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슬근슬근 노래기가 기어다니고, 롱다리를 여럿 가진 돈벌레도
제집처럼 돌아다닙니다.
거미야 익충이니 내버려둬서 천장 구석구석에 집을 짓고 산다 해도
언제 어디로 벌레들이 들어오느니 알 수가 없습니다.
한밤중에 화장실에서 노래하는 귀뚜라미만 해도 낭만적입니다.
하지만 수면 중에 지네가 목덜미를 지나갈 때는 기절할 뻔했습니다.
혜준이네가 놀러왔습니다. 학교에 간 준성이만 빼고, 혜준이와
그의 부모가 커피를 마시러 와습니다.
커피를 마시던 혜준이엄마가 갑자기 "으악"하고 비명을 지릅니다.
그 손끝을 따라가다 보니 시커먼 쥐가 책장 아래에서 두리번거립니다.
깜짝 놀라서 쫓으니 쥐가 주방의 선반아래로 쏙 들어가 버립니다.
기가 차서 주방쪽의 방충망을 열어놓고 쫓았지만 꼼짝도 않습니다.
때가 되면 나가겠지 생각하며 커피를 마시는데 쥐가 조르르 나갑니다.
얼른 방충망을 닫는데 오른쪽 아래 모서리가 튿어져 있습니다.
방충망을 닫고 유리문도 닫았습니다.
잠시 뒤에 그 쥐가 돌아옵니다.
방충망과 유리창사이에서 집안으로 들어오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사람들이 식탁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는데도 버젓이 제집처럼
들어오려고 합니다.
창 안쪽에서 손으로 쫓는 시늉을 해도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오랫동안 유리창을 닫지 않고 나들이를 다녔습니다.
방충망만 닫아놓고 다녔더니 그 틈에 쥐가 들어온 모양입니다.
그런데 '왜 내가 늘 다니던 길을 막아놨어?'라는 듯한
그 쥐의 표정이 가관입니다.
"다향아, 아무래도 고양이 한마리 사야겠다."
"아빠, 정말?" "그래 대신 밥은 조금만 주자."
"왜?" "고양이가 배부르면 쥐를 잡지않을 것 아냐?"
"안돼. 그럼 우리가 키우는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으라는 거잖아."
"그럼, 사람이고 집승이고 밥값은 해야지."
"아냐. 내가 고양이 밥 많이 줄거야."
"......"
다향이와의 대화는 안중에도 없이 개와 고양이와 쥐를 주제로 한
이야기가 머릿속을 돌아다닙니다.
그 천역덕스러운 쥐의 얼굴표정에서 글감은 얻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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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차리는 남자
벌레를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벌레들 역시도 인간을 좋아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같이 갈아가야할 존재같기는 한데
어디까지를 주장하고, 어디까지를 양보해야 할지
어운 일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도심의 아파트로 돌아가기는 싫고...
답글
수선화...
어쩌시나요.....?
전 벌레는 정말 싫어인데 ...ㅠㅠㅠ
답글
핑크마미
전 바퀴벌레가 젤루 무섭네요.
단독주택 살때 바퀴벌레를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책 던져 잡았다는 가슴아픈 전설이...ㅜ,.ㅠ
답글
주몽이
지..지네..ㅎㅎ
저는 당장에 이사 갔을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시골환경을 동경하고있어요.
그런데... 벌레만큼은 가까이하기가 어려워
쉽사리 도전을 못하고 있네요~
어려서부터 그런 환경에서 자라 아무렇지 익숙한 남편이 부럽기도 해요~
이번에 쥐와 관련된 어떤동화과 밥남님 손끝에서 나오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