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좋으면 바다에 갑니다.
중문관광단지 안에 위치한 하야트호텔 주차장에 차를 세워둡니다. 바닷가 초입에 벤치 두 개가 있습니다.
중문 앞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아빠는 그 바다를 태평양이라고 부릅니다.)
벤치 옆에 '올인' 촬영지란 표지판이 있습니다.
잠시 앉아 심호흡을 하고 내려갑니다. 때로는 힘차게 '야호!'를 세 번 외치고 바다로 내려갑니다.
노란 유채 꽃 사이로 벌들이 날아다닙니다. 붉은 동백 꽃이 길가에 누워 있습니다.
그 길을 따라 바다로 내려갑니다.
다향이가 놉니다. 바다에서 놉니다.
봄처녀 나물 캐듯이 쪼그리고 앉아 조개껍질을 줍습니다.
코딱지 만한 것부터 손바닥 만한 조개껍질을 줍습니다.
소라도 줍고 고둥도 줍습니다. 하나하나 주울 때마다 이름을 물어봅니다.
하지만 아빠의 대답은 거의 똑같습니다. "몰라!"
꽃 이름, 나무 이름을 물어보아도 '몰라.'란 대답밖에 할 수 없는 무식한 아빠!
이러다가 이태준의 '몰라쟁이 엄마'에 나오는 노마가 엄마를 향해 '이런 제기 다 모르남?' 했듯이
다향이가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개껍질을 줍다 지루해지면 파도를 쫓아갑니다. 쫓아갔다가는 다시 파도에 쫓겨옵니다.
그렇게 뜀박질을 하고 '꺄아!' 소리를 지르면서 좋아합니다.
까르르 숨 넘어가는 웃음과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잘 어울림니다.
파도에 떠밀려온 나뭇가지를 줍습니다. 그 나뭇가지로 다향이가 글을 씁니다.
서툰 솜씨로 모래밭에 글을 씁니다. '엄마 아빠 다향이가', 그리고 하트모양을 그립니다.
바다를 바라봅니다. 아마도 엄마생각이 나는 것 같습니다. 그 옆에 아빠가 글을 씁니다.
분위기를 바꿔주기 위해서 글을 씁니다. 다향이가 묻습니다.
"아빠, 뭐라고 썼어?"
"파도 메롱!"
"파도 메롱?"
한 번 따라한 다향이가 낄낄 거리고 웃습니다. 그리고 저도 옆에다 따라 씁니다.
꼬불꼬불 지렁이 기어가 듯 씁니다. 파도 메롱.
파도가 약이 오른 모양입니다. 저를 놀리는 줄 알고 점점 더 세집니다.
그러다가 다향이가 쓴 글과 그림을 지워버립니다.
다향이가 울상이 됩니다. 울상을 짓다가 다시 달려드는 파도를 향해 회초리를 휘두릅니다
"떽끼!"
그리고 다시 글을 씁니다. '파도 메롱!'
다시 파도가 달려와 제 흉을 지웁니다. 다향이가 또 글을 쓰고 파도가 지우기를 반복합니다.
다향이가 그림을 그리고 또다시 파도가 지웁니다. 다향이가 볼멘 소리로 말합니다.
"아빠, 파도는 나빠."
"왜?"
"내가 힘들게 그린 걸 자꾸 지워버리잖아!"
"그건 화낼 게 아니라 고마워 해야지?"
"......"
다향이가 멀뚱멀뚱 바라봅니다. '웬 뚱딴지 같은 소리냐?'는 것이겠지요. 아빠가 이야기를 합니다.
"다향이가 글씨 쓰고, 그림 그린 걸 파도가 지워주지 않으면 내일부터는 그릴데가 없잖아? 안 그래?"
다향이가 고개를 저으면서 말합니다.
"아니. 그래도 이따가 내가 간 다음에 지우면 되잖아!"
"........"
"우리, 기차놀이할까?"
"어떻게?"
언제 시무룩했냐 싶게 호기심에 찬 얼굴로 다향이가 묻습니다.
"아빠가 모래밭에 선을 그으면서 달려갈 테니까 너는 그 선을 밟으면서 쫓아와!"
"알았어."
아빠가 달려갑니다. 나뭇가지로 선을 그으면서 달려갑니다.
반듯하게 그었다가 구불구불하게 그렸다가 크고 작은 둥근 원을 그리면서 달려갑니다.
아빠가 긋는 선은 기찻길이 되고, 다향이는 기차가 되어 뛰놉니다.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차가 가쁜 숨을 할딱거리면서 뛰어놉니다. 그러는 사이에 날이 저물어 갑니다.
기찻길도 조금씩 지워져 갑니다.
지금은 밀물 때 거든요.(2006년)
* 2006년 초. 정희씨의 발령이 늦어져서 다향이랑 둘이 내려와 살 때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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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esung
다향이에 조게잡는 모습이
그림으로 그려짐니다 ....
순수한 마음에 다향이도
이제 어느덧 숙녀가 되는날
아빠와의 좋은 추억들이
넘 만을것 같네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얘깃거리를 많이 만들어야 나중에 독립해나가도
덜 섭섭할 것 같기도 하고,
또 친정에 찾아와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