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오리알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10-08-31 08:16

조회수 2,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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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향이 하고 산책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율동공원의 명물인 번지점프장을 지나칠 때 내 눈을 확 잡아끄는 것이 있었습니다.

"다향아, 저기 좀 봐."


내 호들갑과는 상관없이 다향이는 심드렁한 표정입니다.

더위에 지친 모양입니다.

하지만 내가 발견한 것은 다향이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지요.

"다향아, 저기 봐. 오리알이야."

오리알이란 말을 들은 다향이가 바람처럼 달려와 내 손끝을 쳐다봅니다.


"어디? 어디?"

오리알을 발견한 다향이의 두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그리고 하는 말,

"아빠. 빨리 꺼내 와."

"울타리 안에 들어가면 안돼. 공원 관리 아저씨한테 혼나."

"그러니까 빨리 가져와야지."

"......."


"빨리 꺼내 오라니까."

"안된다니까."

"왜?"

"오리알을 가져오면 엄마 오리가 슬프잖아."

"......."

"그래도 가져 와. 내가 품어서 오리만들면 되잖아."

막무가내입니다. 그래 옛날이야기 한자락을 펼쳐놓았지요.


"너, '은혜갚은 황새' 얘기 알지?"

다향이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거기서 늙은 구렁이가 황새알을 꺼내 먹으려고 하잖아?"

다향이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 구렁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가 막대기로 때려줄거야."

"왜?"

"황새알을 훔쳐 먹으면 안되니까."

드디어 다향이가 미끼에 걸렸습니다.

"그럼 배고픈 구렁이가 황새알을 먹는 건 안 되고, 다향이가 오리알을 가져가는 것은 괜찮아?"

"......."


"난, 오리알 먹으려는 게 아니야. 오리를 키울거라니까."

다향이가 답답하다는 듯 말합니다.

순간 내 머릿속에서는 비둘기 알을 뒤지던 어릴 때의 장면이 지나갑니다.

다향이가 오리알을 품어봤자 결과는 뻔하겠지요.

하지만 한 번쯤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향아. 사람들이 오나 안 오나 잘 봐."

"응."

다향이의 단호한 목소리를 뒤로 하고 울타리를 넘어가 재빠르게 오리알을 주워왔습니다.

이렇게 부녀는 공범이 되었습니다.


오리알을 받아 든 다향이는 많이 들떠 있었습니다.

오리알을 한 손에 받아 든 다향이가 낮은 목소리로 말합니다.

"아빠. 빨리 집에 가."

나도 소리를 낮춰 묻습니다.

"왜?"

" 빨리 집에 가서 오리알 품어야지."


"그런데 다향아. 지금쯤 엄마오리가 알을 찾고 있지 않을까?"

"......."

"알을 엄마 오리한테 돌려주자."

"아빠. 조용히 해. 사람들이 들으면 어쩌려고."

다향이가 인상을 쓰면서 으름장을 놓습니다.

"그러니까 오리알을 제자리에 갖다놓으면 되잖아."

"싫다니까. 내가 키울꺼야."

"그러다 오늘 밤 꿈에 엄마 오리가 나타나면 어쩔려고.

엄마 오리가 '내 알 내놔. 내 알 내놔'하면서 다향이를 막 쪼으면 어떡하지?"

다향이와 공범은 됐지만 엄마오리한테 너무 미안해 자꾸 딴지를 걸어봅니다.

"그러면 나도 때려 줄거야."

"......."


"그럼, 네가 오리알을 계속 품고 있을거야?"

"응."

"그럼, 밥은 어떻게 먹으려고."
"아빠가 먹여주면 되잖아."

다향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합니다.


"그런데 다향아. 오리알은 엄마오리가 품어줘야 오리가 돼."

"왜?"

"오리하고 사람의 온도는 다르거든. 또 사람하고 저 왜가리 온도하고도 다르지.

그러니까 사람이 아무리 품어줘봤자 오리가 나오지는 않아."

"아니야. 내가 품어도 오리가 나와. 아빠, 빨리 와."

산책할 때 마다 뒤쳐져서 따라다니던 다향이가 도리어 나를 재촉합니다.


"아빠, 좋은 수가 있어."

다향이가 두 눈을 반짝이면서 말합니다.
"뭔데?"

"집에 있는 오리털 이불로 알을 덮어놓는 거야. 그럼 엄마오리가 알을 품는거 하고 똑같잖아."

"......."


옷이나 이불 자체가 따뜻한 건 아닌데. 그걸 따뜻하게 해 줄 온도가 필요하다는 걸 어떻게 이해시키지?

아무튼 다향이 눈동자엔 이미 부화해서 뒤뚱거리는 아기오리가 담겨있는 듯 하다.


<율동공원은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호수공원입니다.>(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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