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낮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지역MBC '살맛나는 세상'팀이라면서 통화가 가능한지 물어옵니다.
무더위에 촬영을 하는 것도 그렇고,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터라
프로그램소개와 취지, 연락처를 메일로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저녁밥을 먹고 메일을 확인했습니다.
그 전에 방송해던 것과 별반 차이도 없고, 전화인터뷰 뒤에 날짜를
잡겠답니다.
어제 낮에 담당작가의 전화를 받고 정중하게 말했습니다.
이제껏 해왔던 방송과 다를 게 없고, 날도 더우니 없던 일로 하자고
했습니다. 최근에도 방송이 뜸했으니 그냥 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내가 연예인도 아닌데'생각하며 그럼 출연료가 얼마인지를 물었습니다.
작가가 당황하는 빛이 역력합니다.
그러면서 MBC로고가 들어간 벽시계랑 방송분 DVD를 준다고 합니다.
'MBC벽시계라면 10년 전에 받은 것도 있는데 그게 뭐 대수라고?'
그래 거절했더니 다른 남자주부들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합니다.
나도 싫은 걸 남에게 넘기라는 말과 다름이 없습니다.
외주프로덕션이라고 해도 방송국의 제작금으로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왜 남의 노동력을 착취하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지난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모 여성잡지사에서 메일로 인터뷰를 요청해왔습니다.
이런 요청을 하는 기자는 처음일 테지만 요청을 당하는 사람은
같은 얘기를 이미 수백 번도 더 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그런 요청을 거절한 적은 거의 없습니다.
특히나 공부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아무리 바쁘고 힘들 때라도
거절한 적이 없지요.
'내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라는 생각때문입니다.
그날도 마찬가지입니다. '날도 더운데 또 귀찮은 일이 생겼군.'하면서도
메일을 보내면 답장을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신문이든 잡지든 방송국이든 발등의 불이 떨어진 뒤에야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일처리한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날 저녁에 끈적거리는 몸으로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확인하는데
수신된 게 없습니다.
'아직 질문지를 완성하지 못했나?'싶어 그냥 자고, 다음 날 아침에
또 확인을 했는데 역시나 질문지가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 '어떻게 된 거냐?'고 전회를 했더니 회의에서 컨셉이 바뀌어서
취재를 하지 않기로 했답니다.
허허허! 헛웃음이 나옵니다.
얼굴도 모르는 저를 위해서 애를 썼건만 먼저 손을 내밀었던 저는
전화 한 통 없이 취재를 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답니다.
기자, 피디, 방송작가.
저희들도 임금노동자일 뿐인데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 같고,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다 그렇다는 애기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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