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량은 똑같아요."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10-08-15 17:20

조회수 1,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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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인간은 언제나 홀로라는 사실에 외로워했지.

스무 살로 넘어가는 열아홉 겨울은 유난히도 힘들었고,

눈물깨나 흘렸던 것 같다.

그때 다짐을 했었지.

‘서른 살로 넘어가는 스물아홉 겨울은 절대로 혼자 보내지 않을 거야.’

 

아침에 눈을 뜨면 햇살처럼 눈부신 아내가 미소 짓고,

언제나 함께 밥을 먹으며, 잠자리에서 뒤척일 때도 체온이 느껴지고,

허벅지가 내 다리나 허리위에 얹혀 지면 좋겠다고 희망했지.

후두둑 쏴아! 빗방울이라도 떨어지면 둘 중 누구라도

“막걸리 한잔 할까?” 묻고

“내가 부침개 부칠 테니 당신이 막걸리 좀 사와.”할 줄 알았지.

 

<결혼 후>

 

태양은 대지를 녹여버릴 듯 이글대고, 습도 또한 높으니 숨이 턱 막힌다.

서쪽바다너머로 긴 자취를 끌면서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오늘도 하루도 살아남았구나.’싶어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온다.

시원한 맥주생각이 간절해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올 때 병맥주 두 병만 사다줘요.”

 

한 시간쯤 지나서 귀가하는 아내. 부엌 한구석에 장바구니를 내려놓는다.

“맥주는?”하고 물으니 “사왔어요.” 턱짓으로 장바구니를 가르친다.

반가운 마음으로 장바구니를 여니 기대와는 달리 페트병맥주가 보인다.

“병맥주 사다달라니까요.”아쉬움에 한마디 하니 곧 되돌아오는 소리.

“용량은 똑같아요.”

“……”

 

‘용량이 똑같다고? 그러면 청량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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