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러가자고 합니다.
날도 궂으니 제주시로 영화를 보러가자고 다향이가 말합니다.
그래 상영표를 확인해보니 '이클립스'를 보고나서, 바로 '이끼'를 보면 됩니다.
그런데 '이끼'는 성인용영화인지라 다향이랑 함께 볼 수가 없습니다.
'아더와 미니모이2'를 보면 좋겠지만 그것은 이미 관람을 했습니다.
다향이가 말합니다.
자신은 '이클립스'를 본 다음에 책을 읽을 테니까 아빠 혼자 '이끼'를 보라고 합니다.
그래 함께 영화를 보고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
영화관의 에어컨이 춥기도 하고, 또 점심도 해결해야 합니다.
도넛 두 개씩과 음료수를 먹은 다음에 다향이를 매표소앞에 두고 영화를 봅니다.
물론 제가 가져간 책도 건네주고 상영관으로 들어갔지만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며칠 전에 본 영화 '파괴된 사나이'는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끔찍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잘 그려낸 영화입니다.
'이끼'는 결코 순백하지 않은 인간들의 본성에 조금 더 다가간 영화인 것 같습니다.
보는 내내 두렵고, 마지막 장면에서 웃고 있는 '구원받은 여자'의 미소에서는
온몸에 전율이 휘감아옵니다.
배우 유해진을 비롯한 정재영, 박해일씨의 연기또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입니다.
영화를 보고나서야 영화의 원작이라는 만화 '이끼'를 보고싶어졌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오니 다향이의 표정이 좋지 못합니다. 많이 지루했던 것 같습니다.
서부관광도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해가 쨍쨍한 제주시와는 달리 날이 흐려지더니 결국엔 거센 빗줄기가 떨어집니다.
아침에도 그랬고, 지난주 커피수업 때도 그랬습니다.
제주시는 와랑와랑한 해가 나고 매미가 우는 반면에 서귀포시는 잔뜩 흐리고
메주콩만한 빗방울이 타다다닥, 타다다가 쏟아집니다.
물에 푹 젖어있는 것 같은 서귀포시를 보면서 '언제나 해가 나려나?'싶습니다.
저녁을 먹고 빈둥거리던 다향이가 요즘 읽는 책을 집으면서 말합니다.
"아까 영화관에서 두 시간 읽었으니까 한 시간만 더 읽어야지."
마치 아빠가 들으라는 듯이 하는 얘기에 장난끼가 발동합니다.
"오다향. 책을 두 시간이나 읽었다고?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맞아. 아빠가 영화를 두 시간도 더 봤잖아. 내가 얼마나 지루했는지 알아?"
정색하며 말하는 다향이를 보고 '옳거니.'싶습니다.
"너 아까 오락실에 갔었잖아? 영화광고도 계속 보고."
"아냐. 두 시간 동안 책 읽었다니까."
"아빠가 상영관에 들어가면서 누가 다향이한테 나쁜짓 하지 않는지 봐달라고
영화관언니한테 부탁했거든. 그런데 언니가 다향이 오락실에 갔었다는 걸."
"언니한테 얘기하고 들어갔어? 오락실에는 30분 밖에 안 있었어.
어차피 돈도 없는 걸 뭐. 그리고 매점에서는 팝콘냄새가 풀풀 나지.
텔레비전에서는 영화광고가 시끄럽지. 그런데서 집중하고 책보기가 쉽겠어?"
"......"
계면쩍은 표정을 짓던 다향이가 강하게 항변을 합니다.
"아빠가 언제 오락실 간 것 같고 뭐라고 했니?
네가 책을 두 시간 동안 읽었다니까 하는 말이지."
"......"
"알았어. 잘 때까지 책읽으면 되잖아."






> 


최신
이전





















핑크마미
ㅋㅋ 저도 아이들 영화로 선택해서 함께 보는 편 입니다.
제가 보고싶은건 나중에 주말시간 따로 잡아 보고 있지요.
이클립스는 큰애랑 함께 봤는데 둘다 뱀파이어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지 무척 재밌게 봤는데...^^
아이와 함께 공감대를 형성해간다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좀 더 크면 엄마도 안 껴줄테니 지금 부지런히 함께 다닐려구요.
사실...지금도 엄마가 졸라대야 함께 가주는 척 한답니다.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또미
아하하..그래도 착한데요. 이끼가 시간이 좀 길긴하지요. 2시간이 넘으니..화장실 참느라 저도 고통..ㅎㅎ 오늘은 인셉션 개봉해요. 이 영화도 무지무지 기대되는데요...ㅎㅎ
또 다향이 데리고 영화보러 가셔야겠네요. ^^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내일 또 영화를 보자고 합니다.
내일은 '마법사의 제자'와 '마음이2'를 연달아보자네요.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와 지내다보니 영화선택권도 없어졌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