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향이가 나고 자란 과천을 떠나온 것이 지난 11월 중순이었습니다.
그러니 이곳에 머무르기 시작한 게 벌써 6개월째로 접어들었네요.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게 없지만 처음 이사 와서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날이 추우니 밖에서 충분히 놀 수도 없고,
아는 사람이 없으니 수다를 떨 수도 없었으니까요.
아이와 함께 길 건너 청계산 자락을 서성거리거나
백운호수까지 산책을 다니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이제 일곱 살 된 다향이한테는 그 일정이 무리였는지 도리질을 쳤으니까요.
그 무렵 다향이한테 큰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눈만 뜨면 나가놀자고 조르던 아이가 그 말을 하지 않습니다.
내가 답답해서 놀러가자 해도 아빠만 다녀오랍니다.
그냥 집안에서 빈둥대기만 합니다.
그러다가 제 친구네 집에 놀러가자고 할 때만
눈에 생기가 돌고 몸놀림이 빨라집니다.
‘재즈댄스’동아리에서 아이들을 모집한다는 광고가 눈에 띈 게
바로 그 즈음이었습니다.
먼저 전화를 해 보고, 사전답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다향이한 테 태권도장과 재즈댄스를 구경하도록 했습니다.
1년여 전부터 다향이가 태권도장에 보내달라고 하는데
썩 내키지가 않았거든요.
여자아이라 그런 건 물론 아닙니다.
‘아직 관절이 탄탄하지 못한 아이들이 끊어 치기 같은 동작을 반복했을 때
무리가 되진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이었지요.
재즈댄스와 태권도를 지켜본 다향이가 재즈댄스를 하겠답니다.
재즈댄스를 하면서 다향이가 생기를 조금 되찾았습니다.
재즈댄스는 다향이가 따라하기에는 동작도 어렵고 템포도 빨랐지만
나름대로 재미있어 습니다.
사실 재즈댄스보다 다향이가 더 좋아했던 것은 강습 전에 언니들과
‘얼음 땡’놀이를 하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강습소를 오가면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아들과 초등학생들의 프로그램시간이 저녁 6시 50분이라니!
그 시간이면 나가 놀다가도 들어와 씻고, 밥 먹을 시간인데…….
그래서 선생님한테 여쭤 보았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낮에는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느라 바빠서 어쩔 수 없이 저녁에 강습을
한다고 합니다.
그때서야 나는 놀이터가 거의 항상 비어있었던 이유를 깨달았지요.
추운 날씨 탓도 있겠지만 아이들이 학원을 전전하느라
놀이터가 주인을 잃었던 것입니다.
예전부터 ‘글쓰기’를 지도해 달라는 부탁을 여러 차례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정중히 거절하곤 했지요.
코흘리개 아이들 돈을 빼앗아 먹는 것처럼 괜히 찜찜했거든요.
하지만 방학 중임에도 불구하고 바빠서 저녁시간에야 재즈댄스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생뚱맞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글쓰기 한 번 해볼까?’
과천에는 엄마들이 끊으라고 으름장을 놓아도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는
프로그램이 둘 있습니다. 연극놀이학교와 **글쓰기 학원이 그것이지요.
**글쓰기 학원은 일주일에 두 번 수업을 합니다.
한 번은 아이들과 선생님이 야외활동을 하고,
한 번은 그때 논 것을 밑천삼아 글을 써보는 것이지요.
위에 말한 야외 학습이란 ‘계곡에서 도롱뇽 알 찾아보기,
꽁꽁 얼어붙은 개울위에서 모닥불 피워 고구마 구워먹기,
꽃(나무) 이름 알아 맞추기, 땅따먹기, 비석치기, 연날리기, 쥐불놀이’등
지금의 엄마아빠들이 어릴 때에 즐겨 했던 다양한 체험을 말합니다.
‘글쓰기 한 번 해볼까?’는 시간에 쫒기는 아이들한테
‘합법적으로 숨(놀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하지 않을까?’와
같은 맥락입니다. 아이들은 열심히 놀아야 하고,
그것은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침탈당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나는 가끔 주변의 아주머니들한테 이런 물음을 던지곤 합니다.
“OO가 어떻게 성장하길 원해요?”
그러면 적지 않은 수가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우리 아이는요. 건강하고, 자유롭고, 친환경적이면서
공동체적인 삶을 살면 좋겠어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 아주머니들의 아이들 역시
학원으로 내몰리고 말지요.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뼈있는 말을 한마디 합니다.
“아이고, OO개도 바쁘네요.”
그러면 대개는 곤혹스러운 웃음을 지으면서 변명을 합니다.
“그럼 어떡해요? 학원에 보내지 않으려고 해도
옆집 아줌마들이 이것저것 다 시키는데…….
그래도 우리 애는 조금만 다니는 거예요.”
그러면 내가 한마디 더 거듭니다.
“OO개 엄마.
그래, 천하의 OO개 엄마가 옆집 아줌마 하나를 못 이겨요?”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기질이나 성격도 다르고
잘 할 수 있는 것도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을 보면 똑같은 붕어빵으로 구워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로 유명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고 합니다.
“나는 내가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이 신기할 만큼 원 없이 놀았다.”고
말입니다.
<2005년, 봄>
* 전세나마 과천에서 8년 동안 행복하게 살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추방당하고 말았습니다.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일반서민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전셋값이 올랐지요. 그때 의왕시
인덕원사거리의 고층아파트에 잠깐 살았을 때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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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마미
저희 아이들도 재즈댄스를 배우고 있답니다. 춤을 너무 좋아한 탓이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학원에 많이 보내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애가 스스로 하지 않는 이상
효과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지요.
옆집 따라 나도 보낸다는 생각은 상당히 위험한 것 같습니다.
열의 없는 아이들은 학원에서 치이고 학교에서도 치이고...차라리
그 시간에 아이들 데리고 엄마가 책 읽어주고 대화해 주는 것이 백배 낫습니다.
아이들에게 많은 선택의 폭을 보여주기만 합시다.
그리고,결정은 아이들이 내리도록 했음 좋겠습니다.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요즘 마음에 와닿는 공익광고가 하나 있습니다.
'당신은 학부모입니까? 부모입니까?'
많은 부모들이 자식에 대한 사랑과 욕심을 혼돈하는 것 같습니다.
제비꽃
손주손녀 있는 저로선 요즘부모들이 가엾기까지 합니다
아마도 옆집아줌마랑 같이 할수밖에 없는 사회가
문제이겠지여 ~`
제손녀도 영어학원 바이올린 스케이트 하는데여
옆집아줌마들에 비하면 2-3개는 모자른다고여 ~`
다향이는 째즈댄스 지금도 하나여?
멋진거 같아여
주체할수 없는 청춘이니까여 ^^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