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당신이 장을 봅니다.
그럴 때마다 '무얼, 얼마나 만들 건지?'생각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조리할 시간이 없다면 내게 말하라고 합니다.
난 때때로 버려지는 식자재가 싫습니다. 당신도 잘 알다시피 세상엔
먹을 게 없어서 팔다리는 앙상하고, 배만 불룩한 아이들도 많으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먹을 게 아니라면 찌개나 여타의 음식물찌꺼기를
빨리 버려달라는 부탁도 여러 번 했습니다.
이번도 마찬가지입니다.
"웬 오이를 이렇게 많이 샀어요?"라고 묻자 "깍아먹을 거"라고 했는데
서른 개가 넘는 오이를 시들기 전에 정말 다 먹을 수 있단 말입니까?
음식물쓰레기 통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예 문밖에서 멀찌감치 떼놓지 않으면 날파리떼가 집안으로 날아들어
소용이 없다고, 그냥 매일매일 버리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습니다.
음식물쓰레기 통에 찌꺼기를 담아두면 날파리가 생기고, 씽크대 위
비닐봉지에 담아두면 생기지 않는지 묻고싶습니다.
당신과 난 지금 역할을 바꿔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런만큼 집안 일에 대해서는 내 의견을 먼저 존중해주시기 바랍니다.
어제 집으로 돌아오면서 '뭔가 힘나는 걸 먹고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당신이 백숙을 준비해줘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아내인 이정희씨에게 준 쪽지(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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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저두 텃밭에서 딴 오이로 오이지 소박이
장아찌를 담았네여
이웃과도 나누어먹고여 ~`
자주 쪽지 받으시는 정희씨는 좋겟다 ^^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편지를 전해주고 나들이를 다녀왔더니만
오이가 모두 없어졌습니다.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인지 언제쯤 얘기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