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18. 쪽지(편지)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10-07-19 10:06

조회수 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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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당신이 장을 봅니다.

그럴 때마다 '무얼, 얼마나 만들 건지?'생각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조리할 시간이 없다면 내게 말하라고 합니다.

난 때때로 버려지는 식자재가 싫습니다. 당신도 잘 알다시피 세상엔

먹을 게 없어서 팔다리는 앙상하고, 배만 불룩한 아이들도 많으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먹을 게 아니라면 찌개나 여타의 음식물찌꺼기를

빨리 버려달라는 부탁도 여러 번 했습니다.


이번도 마찬가지입니다.

"웬 오이를 이렇게 많이 샀어요?"라고 묻자 "깍아먹을 거"라고 했는데

서른 개가 넘는 오이를 시들기 전에 정말 다 먹을 수 있단 말입니까?

음식물쓰레기 통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예 문밖에서 멀찌감치 떼놓지 않으면 날파리떼가 집안으로 날아들어

소용이 없다고, 그냥 매일매일 버리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습니다.

음식물쓰레기 통에 찌꺼기를 담아두면 날파리가 생기고, 씽크대 위

비닐봉지에 담아두면 생기지 않는지 묻고싶습니다.


당신과 난 지금 역할을 바꿔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런만큼 집안 일에 대해서는 내 의견을 먼저 존중해주시기 바랍니다.

어제 집으로 돌아오면서 '뭔가 힘나는 걸 먹고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당신이 백숙을 준비해줘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아내인 이정희씨에게 준 쪽지(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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