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끓이는 남자

글쓴이 소엽

등록일 2010-07-18 07:07

조회수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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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잘 챙겨 드시는지요?

더워서 시원한 국수만 드신다구요~?


어제는 비가 와서 거기에 맞게 점심 때 라면을 먹었습니다.

어쩐 일로 남편이 라면을 끓여 주더군요.

고마워 하면서 먹어야 할 일이겠지만... 그리 고맙지도 놀랍지도 않고

담담히 먹었습니다.

저는 남자가 부엌에 얼쩡거리는 거 무지 싫어하거든요.


그런데도!

저의 작은 아들이 호텔조리학과에 간다고 했을 때에는 말리지 않았어요.

정말 웃기죠?

남편이 부엌에서 얼쩡거리는 것은 꼴보기 싫은데, 아들이 부엌에 있는 것은

괜찮다는 말이 아니라, 장차 직업으로 요리사를 택한 일을 받아들였다는 것이지요.


작년부터 부쩍 남편의 부엌 출입이 잦아졌습니다.

아예 장 보는 일은 전담하다시피 합니다.

작년 2월에 지역아동센터에 제가 나가기 시작하고부터 그렇게 되었지요.


몇 달 동안 제가 일을 안 하고 쉬었을 때에도 마트에 장 보러 가는 일은

그가 했습니다. 그 이유인즉, 제가 워낙 쇼핑하는 거 싫어해서요.

게으른거지요 머.

그러니 뭐가 먹고 싶을 때 남편은 마트에 가서 사 옵니다. 재료가 있으면

제가 만들어 주거든요.


그가 이제는 몇몇 가지 음식도 만들 줄 압니다. 카레라이스, 된장찌개에 이어

지난번에는 멸치를 넣은 꽈리고추 조림도 만들었더군요. 첫번째에는 실패했다면서

두 번씩이나 말입니다!


제가 말했어요.

"당신 그러지 말고 요리학원 다녀서 아예 조리사 자격증 따는 거 어떠슈?"

그러지는 않겠다네요. 그 나이에 요리 학원에 간다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는 걸까요?

아니면 음식 만드는 일을 즐기지는 않는다는 걸까요?


전에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작은놈이 학교를 졸업하고, 조리사 자격증을

따면 본격적으로 식당을 개업해서 온가족이 다 함께 운영해 보면 어떻겠냐고~!

저는 음식 만드는 것도 설거지하는 것도 즐기지 않으니, 카운터를 보겠다고 했습니다.

성격이야 아주 정확하고, 계산 역시 확실하니까요. ㅋㅋ~

받으면 꼭 줘야 하고, 주면 꼭 받아야 하는~


지난 6월부터 초등학교의 돌봄교실에 나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일이야 조금도 걱정되지 않았지만, 매일 간식을

줘야 한다는 것 때문에 망설이기도 했지요. 집에서 엄마들이 하듯이 만들어서

주어야 한다면 못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군데 어린이집의 식단표를

보면서 간식에 대해 연구도 했지요. 하여간 돌봄교실의 날들은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다양하게 간식을 주고 있습니다. 한달에 세 번 정도 마트에 가서 갖가지

간식 종류를 사서 잘 챙겨 주고 있답니다.


또 하나~

저녁 식사를 준비해 줘야 했습니다. 저녁 식사 문제는 급식실이 해결해 주었지요.

점심 때 급식실에서 만든 음식들을 제가 가져다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저녁에 애들에게 데워서 차려 주었습니다. 그것도 번거로운 일이더군요.

더구나 애들이 식사 후에 식판을 씻는 일은 생각보다 더더욱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주 화요일에 방학을 하면, 이제는 급식실이 문을 닫으니까

제가 아이들의 점심 식사를 책임져야 하게 되었습니다.

아! 정말 걱정입니다.

저보다 돌봄교실 담당 선생님이 더 걱정이 큰가 봅니다.

처음부터 제가 음식 만드는 일들은 부담되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거든요.

방학 동안 만이라도 아이들의 식사를 해 줄 사람을 채용하려 했는데, 구하지

못 했다는 것입니다.


  담당샘의 말씀은, 반찬가게에서 반찬 두어 가지 사고, 김치는 따로 주문하고,
국과 밥만 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게 쉽겠습니까?
그래도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겠지요...

급여도 조금 더 준다고 하니...


"21일부터 점심 준비 제가 할게요. 하는 데까지 해 봐야지요..
내 아이들이 먹는다 생각하고~엄마맘으로"
이렇게 문자 보내려다 망설이고 있습니다.

월요일에 담당 샘이랑 다시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7월도 어느 새 종반으로 가고 있습니다...

7월 21일부터는 출퇴근 시각이 달라집니다.

아침 9시에 출근하여 오후 5시에 퇴근이지요.


8월 초에는 좋은 벗들과 함께 여유롭게 휴가를 보내려고 합니다.

며칠 동안 모든 것을 잊고 오로지 자연 속에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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