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일, 토요일.
분당에 들러서 집을 내놓고, 종로5가의 기독교회관으로 이동해야 한다.
학교선생인 로망님은 7시 20분에 출근을 해야한다고 하는데 어쩌지?
다향이를 푹 재우고 천천히 나올까? 로망님을 따라나설까? 생각하는데
다향이가 깨어나 가자고 한다.
열과 기침이 여전한 다향이한테 묻는다.
안양할머니댁에 가 있다가 인디고여행학교설명회에 갈지?,
아빠랑 분당에 들렀다가 종로5가에 있는 기독교회관으로 갈지?
다향이가 할머니집에서 쉬고 싶다길래 로망님의 차를 타고 사당까지 이동한다.
사당에서 안양까지 버스로 이동, 다향이를 맡기고 바로 분당행버스를 탄다.
처음이자 (아직까지는)마지막 집인 분당의 장안타운 두산건영빌라.
비록 22형의 작은 집이지만 다향이랑 내가 무척이나 사랑하는 곳이다.
육교만 넘으면 호수공원이 있고, 늘 그곳을 산책했었지.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도 타고, 봄이면 산딸기, 가을엔 밤을 주우러 다닌 길.
때때로 번지점프대 위에서 어쩔줄 모르고 발발 떠는 언니오빠들도 보고...
그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서현역에서 마을버스로 이동하다가 서너 정거장 전에서 내려 찬찬히 걷는다.
청소년회관에 들러서 프로그램을 보고 ' 이곳만 다녀도 학교는 필요없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일곱살이었던 다향이에게는 별 필요가 없었지만...
호수공원을 산책하고 즐겨먹던 콩짜장집. 맛집인데도 아직도 가격이 2,500원이다.
개울길을 따라 걷는데도 햇볕을 맞지 않는다.
울창한 가로수와 끊임없이 이어지는 크고 작은 공원들, 없는 게 없는 편의성.
예전엔 분당아주머니들이 '천당 아래 분당'이라 말하는 걸 듣고 웃었는데
이곳저곳 다니며 살다보니 일리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당에 계속 살았으면 다향이가 다녔을 장안초등학교를 지나치고,
집앞의 장안중학교를 본다.
'이런 곳을 떠나 제주까지 간 게 아이를 위해 정말 잘한 선택일까?'
여유가 있다면, 집을 팔지 않고도 제주에 거처를 마련할 수 있다면
팔고싶지 않다는 욕망이 슬픔으로 다가온다.
집을 팔고 제주에 거처를 마련할지, 아니면 다시 분당으로 돌아올지의 갈림길에
서 있으니 어쩔수 없는 노릇이다. 집을 내놓고 안양 부모님댁으로 돌아온다.
다향이랑 조금 일찍 부모님댁을 나선다.
인디고여행학교의 설명회가 이번 나들이의 주요한 목적이지만 그것만하기엔
섭섭할 것 같다. 목적지인 종로5가에 못미처 종각역에서 내린다.
영풍문고에 들어가 책구경을 하고, 보신각을 지나는데 6.10항쟁기념식이 있단다.
인디고여행학교설명회랑 시간이 딱 겹친다. 그러지 않다면 참석할 텐데...
두어 군데 기부금을 넣고 지나친다.
점심을 먹어야하는데(다향이는 아침을 먹었지만 난 아침식사도 걸렀다.
어머니가 밥먹으라고 했지만 무언가 다향이한테 새로운 걸 사주고싶어서,
아니 도시가 아니면 먹기힘든 메뉴를 찾아서 먹었다고 저짓말을 했다)
무얼 먹을까? 보신각 뒷쪽으로 들어가니(피맛골은 이미 여러 번 갔었으니까)
다향이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곳저곳 보다가 선택한 메뉴가 일본 라멘.
어제 김포공항에서 베트남쌀국수를 먹은 다향이가 흡족해했던 걸 생각하고,
일본라멘도 먹어보기로 한다.
제주에 살면서 국수는 고기국수밖에 없는 걸로 아는 다향이가 다른나라의
국수를 먹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란 생각이 든다.
탑골공원에 들어가 손병희선생의 동상을 보고, 방정환과 동학에 대해 얘기해준다.
그리고 세운상가와 종묘에 대해 짧은 지식을 얘기하는 동안 목적지에 다다른다.
작은 설명회장소가 미어터진다. 밭은 기침을 하면서도 다향이가 꼭 가겠다고 한다.
어딜? 인디고여행학교에서 7월 중에 청소녕 20명을 데리고 인도로 여행을 간다.
그것도 40일 동안이나...
엄마아빠 모두를 한번도 떠나본 적 없는 아이가 잘 견뎌낼까?싶기도 하지만
이제는 아빠랑 지내는 것보다도 외부로부터의 자극이 필요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정희씨는 소극적인 반면 다향이는 어떻게서든 엄마를 설득하겠다고 벼른다.
마침 네 분의 선생님 중의 한분이 제주, 그것도 안덕이 집이라길래 수일 내에
만나기로 한다.
돌아오는 길. 갔던 길을 되짚어 다시 인사동으로 간다.
서울에 가면 거의 빼놓지 않는 행사. 단골 노점에서 DVD를 잔뜩 고른다.
시골에 살다 보니 딱히 즐길만한 문화가 없기에 영화라도 볼 요량으로 DVD를 고른다.
늦었지만 차려주는 밥을 잘 먹는 모습을 좋아하는 어머니를 위해 안양으로 간다.
그리고 과한 양의 저녁을 먹는다. 다향이는 여전히 기침을 하고 열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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