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사진을 미리 찍어놓을까....

글쓴이 누봉이

등록일 2010-06-03 01:57

조회수 1,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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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몰고 다닌지 20년 세월...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있었지만 이번에 사고를 겪고 난 후, 심각하게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난 인생에 대해 늘 진인사대천명이라 부르짖고 다녔었다

보약을 입에 달고 살고 몸에 좋은 운동을 하고 온갖것을 다 가려서 조심스레 행동해도

교통사고로 죽으면 끝!

그러니 인생의 길이는 내 맘대로 재단되는게 아닌,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이의 힘으로 되어간다는

일종의 숙명을 생각했다

물론 그렇다고 아주 수동적이지는 않았다

내가 알지 못하니, 내가 아는동안은 열심히 살아주리라는..

그러다 나이가 들고 이런 저런 설계들이 결코 내 의지대로 되는게 아니란 것을 깨닫고는

절망같은 혹은 체념같은 , 또는 분하고 억울한 마음도 들었지만

뭐 어쩌랴.. 그래도 살아내야 하는 것을.


이번 사고 후,,

내가 운이 좋아 평균수명대로 산다면 반을 넘었고, 아니 반이나 남았고

혹시 미인박명이란 절대 진리에 따른다면(캬캬캬)  앞으로 얼마 못살겠고

앞일을 모르는 것이니 막상 죽음에 닥쳤을때 뭔가 대비를 해야하지 않겠느냔 생각이 들었다


유언장은 이미 써놨다. 공증은 안받았지만.

아이들에게 화장해서 납골당에 놓아두되 제사따윈 지내지 말라고 구두로 얘기해놨다

엄마 생일날 들꽃이나 한송이 꽂아놓고 너희 남매가 모여 식사나하라고.

나눠줄 재산도 개뿔 없으니 홀가분하다


그래서 문득 영정사진이나 한장찍어둘까 하는 생각이들었다

아무리 내가 쿨한 성격이라해도 죽은 마당에 가마니로 둘둘 말아 매장해달라고는 절대로 못하겠다

내가 생전에 사랑했던, 그리워했던 또는 알았던 이들이 나를 잠시라도 추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서

장례식은 해야겠으니

그 장례식에 쓰일 영정사진이 필요할 것이란 생각이 든 것이다

원래 사진빨이 안받아 사진찍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뒤져보니 독사진이 별로 없다


흠.. 일년에 한번, 영정사진을 찍어볼까.. 다행히 그해에 죽지않으면 증명사진이 될터이고..

사진을 찍을때마다 생에 대해 좀 더 거룩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물론, 아직 고딩들인 내 새끼들이 시집장가 가서 독립하는 걸 보고 죽어야 죽을 맛이 나겠지만

죽음이란 내 손에서 설계되지 않음이니

한 해 한 해 지루하고 텁텁한 내 인생을 소중하게 돌아볼 계기가 되는게 영정사진 찍기가 아닐까 싶다.


창밖으로 보이는 달이 딱 반달이다.

돌아보니 아쉬운 것도 많고 억울한 것도 많은 인생이지만

그래도 아주 잘 못 살지는 않은 것 같으니, 그 쯤도 반타작이다

이보다 부자로 , 명예롭게 살았대도 회환이 남지 않겠는가?

그러니 괜찮게 살았다고 스스로 위안이라도 해봄이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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