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김치항아리를 와장창 깨먹었습니다.
지난주에 몸국을 넉넉하게 끓여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냉동실에 넣어둔 절반의 몸국을 어젯밤에 꺼내놓고 잠들었지요.
아침에 일어나 해동된 몸국을 냉장실에 넣는데 "와장창!"
사달이 벌어졌습니다.
활짝 열린 냉장고 문밖으로 며칠 전에 담가놓은 김치가 속살을 드러냅니다.
'이게 어쩐 일이지?' 뻘건 김칫국물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합니다.
김치항아리 위에 몸국이 담긴 플래스틱 통을 얹었는데 그게 균형을 잃고
쓰러진 것입니다.
김치항아리 아래에는 열무김칫국물이 담긴 작은 플래스틱 통이 있었습니다.
'공연히 김치부침개를 만들어 먹었나?'싶습니다.
김치를 다 먹고 남은 김칫국물로 밀가루를 반죽해서 부침개를 부쳐먹습니다.
예전에 한번 그렇게 만들었더니 정희씨가 그것을 알뜰한 살림법이라 여겼는지
김칫국물을 버릴 줄 모릅니다.
손바닥만한 작은 플래스틱 통 위에 지름이 30cm넘는 김치항아리,
그 위에 몸국이 담긴 큰 플래스틱 통을 얹어놓으니 균형을 잃은 것입니다.
성한 김치를 골라내서 다른 통에 담고, 항아리 조각들은 신문지에 쌉니다.
그리고 김칫국물을 닦아내느라 한참이 걸렸습니다.
뒷수습이 끝날 무렵, 캠페인이 있다고 5시 50분에 출근한 정희씨가 돌아옵니다.
황망한 표정으로 왜 김치항아리를 깼냐고 묻는 정희씨에게 되묻습니다.
왜 항아리 밑에 작은 통을 받쳐놓았는지 묻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문이 닫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나도 잘 아는 내용입니다.
작은 통에서 '작은'은 정희씨가 또 간과한 모양입니다.
그래 웃고 말았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단도리를 하지 못한 내 탓이려니 생각하고 웃었습니다.
결혼생활 17년째를 맞다보니 성한 가전제품들이 없습니다.
냉장고에는 뭘 넣어두기에 터무니없이 작아졌고, 날이 습한 날이면
텔레비전의 화면이 시커매져 볼 수가 없습니다.
자동차도 여덟살로 접어들면서부터 여기저기 삐걱거립니다.
세월 앞에서는 생명체도 비생명체도 똑같이 늙어가는 모양입니다.
* 모임터>클럽>'밥상맨의 수다'에 오시면 그동안 쓴 150편의 글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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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마미
저는 쓸 줄 몰라서 항아리 못들여놓네요.^^ 베란다에 덩그러니 놓아두기도 뭣하구...
요즘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뭐든 다 냉장고로 들어갑니다.
정겹네요.항아리...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전 항아리를 좋아합니다.
봄이면 쑥과 아카시아꽃을, 여름이면 미나리,
가을이면 유기농포도로 효소를 담아먹기도 하고,
김치를 담아서 숙성시키기에도 항아리만한 게 없거든요.
그런데 아직도...
장을 담가보지는 못했습니다.
된장, 간장, 고추장의 전 과정(콩과 고추재배까지 포함)을 마스터해야 하는데
아직도 그 일은 해보지 못했네요.
맘마미아
어뜨케요 아까워서....-,.-
아낀다고 해서 아껴지는거 아니니 이왕에..김치냉장고 마련해서 안전하게 쓰시길 바래여...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뭐든 오래된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 대학시절엔 아버지가 어머니랑 연애할 때 입었던
낡은 코트를 입고다니기도 했지요.
항아리조각을 물로 씻고, 신문지에 둘둘 말아 한켠에 두었습니다.
그리고 종량제봉투에 담아 내다놓았지요.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었는데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인사하면서요.
낙랑공주
제주도는 날씨가 더우니 김치냉장고는 당연히 있어야죠.
에그머니~~~뒷수습하시느라고 고생 많이 하셨네요.
그런일이 한번 있고나면 가슴 짠하고 아프지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김치냉장고는 당연히...'
이런 말을 정희씨가 들어야 하는데...
이젠 아예 살림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 생각하는지
'여태까지 없이도 잘 살았는데 갑자기 왜?'라고
반문할 겁니다.
떵거리맘
에고.. 황당하셨겠네요~ㅠㅠㅠ
그래도 알뜰히 쓰셨나 봐요.. 10년씩이나 넘기고.. 우리집 물건들은 5년 넘어가니 돈 달라고 아우성이던걸요?ㅠㅠ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살 터전을 옮기면 텔레비전을 버린다고 해도
냉장고는 새걸로 하나 장만해야겠습니다.
사시사철 푸성귀가 나는 제주에서는 김장문화가
없으니 이왕이면 김치냉장고도???
이러다가 쫓겨나서 성황당앞에 서 있는 건 아닌지...
분꽃
한동안 부지런히 치우셨군요 ~
조금만 방심하면 생기는일
사람도 늙어가는디 지들은 무신 제간 있나여 ~~ ㅎㅎ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10년 동안 손때 묻힌 항아리를 버릴려니
마음이 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