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씨를 처음 만난 게 1992년 봄.
그러니까 벌써 18년 전이고,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빌딩숲이 높아져 갈수록 도시를 탈출하고 싶어했던 내게
두물머리(양수리)는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군데군데 비어있는 저렴한 가격의 농가주택과 밭을 구입해서
노천카페를 만들면 어떨까?'생각했었지.
빈 집을 수리해 살면서 상추랑, 깨, 콩을 심어서 기르자.
그리고 신선한 돼지고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거래처(농가)를 확보하자.
그 다음엔 땅 곳곳에 돌을 이용해서불 피울 자리(화덕)을 만들자.
사람들로 하여금 먹고싶은 야채를 뜯어오게 하고,
원하는 만큼의 돼지고기를 100g단위로 판매하자.
물론 미리 준비해둔 장작 단도 적당한 가격을 받고 판매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불을 피워서 숯을 만들고, 고기를 구워먹는다.
난 다음날 아침에 청소를 하고, 밭을 가꾼다는 계획을 세웠었지.
하지만 이 생각은 나만의 공상으로 끝나고 말았다.
시골생활의 경험이 없는 정희씨가 반대를 했고, 삼겹살집에서도
고기를 구워주고 잘라주기까지 하는 마당에 누가 그런 번거로움을
감수하겠냐는 친구의 충고도 있었다.
고기를 구워주는 것을 좋아하는 손님 층과
스스로 가족들끼리 불을 피워서 구워먹는 손님의 층은 전혀 다르고,
양쪽 모두를 내 고객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포기한다.
결정적으로 두물머리에 농가주택과 땅을 구입할 자금이 없었으니까.
(그때는 1,900만원 하는 전셋집에 살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어쩔 수 없이 도시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즐겁지도 않았고, 그닥 희망적이지도 않았던 것 같다.
늘 도시탈출을 꿈꿨고 '자립으로 가능하지 않다면 공동체는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변산공동체를 방문한다.
하지만 그것도 정희씨의 반대에 부닥쳤고, 틀에 익숙하지 않은 내게도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접고 만다.
그러던 중에 안양의 인덕원사거리에서 성남으로 넘어갈 일이 생겼다.
그 전에 청계사계곡과 백운호수에는 몇 번 놀러간 적이 있었지만
성남쪽으로는 처음이었는데 그 풍광의 수려함과 고즈넉함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곳으로 이사가서 살자고 했더니 '나더러 회사다니지 말라는 거에요?'라고
묻는 정희씨.
회사를 옮기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말하는 바람에 또 그만두고 말았지요.
아! 그곳이 지금도 개발 중인 판교신도시인데...
이런 경험들을 하면서 하나 깨우친 게 있습니다.
인생에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하지만 기회가 오더라도 그것을 붙잡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것을 기회가 아니다. 그냥 지나가고 말 테니까.
어쩌면 지금 세 번째 기회앞에 서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힘에 부쳐서 고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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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인생은 고비도 있지만 기회도 있는듯 합니다.........
그시절에 두물머리 눌러 않을수 있었으면
아마 지금쯤 밥상차리는일은 절대 없었겠구여 ~~ ㅎㅎ
고민만 하다 말면 기회는 영~~ 영 멀리 떠납니다.
쬐금 힘에 부쳐도 이것이 기회다 생각 하시면 잡으십시요............
그리고 열심히 그곳을 향해서 나가보새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분꽃님의 댓글에 힘을 얻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