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아니네!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10-05-12 11:19

조회수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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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을 하면서도 김치는 쭉 사먹었습니다.

김치담그기가 어렵다는 이웃 주부들의 말도 있었고,

재료사다가 만드는 것보다 그냥 사먹는 게 싸고 한갖지다는 말도

김치를 담궈보려던 마음을 달아나게 했습니다.


여러 김치공장을 수소문한 뒤에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맛깔나는 김치를 제공하는 곳을 찾아냈습니다.

그곳에서 오랫동안 김치를 주문해먹었는데 정희씨가 툴툴거립니다.

까닭을 물으니 김치가격도 택배비도 모두 올라 부담스럽답니다.


그래 '한번 담가볼까?'싶은 생각이 듭니다.

김치가 똑 떨어졌는데도 주문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판다고 어쩔 수가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 엊저녁에는 운동을 하고 오다가 4,500원을 주고 배추를 한통 샀습니다.

깍두기는 담가먹었어도 배추를 산 건 처음입니다.


'배추를 바닷물에 절이면 어떨까?'싶습니다.

그냥 소금에 절이는 것보다 바닷물에 담가놓으면

각종 미네랄과 무기질로 인해 김치가 더 맛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 배추를 바닷물에 담글까 했는데 통배추를 들고 보니

속까지 절여지기는 힘들것 같습니다.

배추를 썩썩 썰어서 바닷물에 담가야할 것 같습니다.


그냥 집으로 돌아옵니다.

배고파서 바닷물에 절구는 건 다음으로 미루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배추를 쓱쓱 잘라서 소금을 뿌립니다.

소금에 골고루 절여지도록 가끔 배추를 뒤집어줍니다.

그리고 조금 숨이 죽은 다음에 배추를 맑은 물로 씻어내고,

미리 준비해 둔 파 마늘과 액젓, 고춧가루를 넣어 쓱쓱 버무립니다.


맛을 보니 그럴 듯 합니다.

아직 김치가 익기 전이라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먹을만합니다.

'별거 아니네!'

다 만든 김치를 항아리에 담는데 정희씨가 들어옵니다.

어디서 열무를 얻었다고 장바구니 가득한 열무를 내밉니다.

허어 참!


김치담은 큰 그릇을 물로 부셔내고 열무를 담아 소금을 뿌립니다.

배추김치담을 때와 마찬가지로 파를 썰고, 마늘도 찧어둡니다.

인터넷을 들여다보는 정희씨가 잠바를 주워입습니다.

"어디 가게요?" 물으니 풀을 쒀야하는데 밀가루가 없어 사러간다고 합니다.

그래 그냥 두라고 했습니다.


정희씨가 피곤한 몸으로 밀가루를 사러가는 것도 싫고,

나 또한 나가기가 귀찮아서 엉뚱한 꾀를 냅니다.

'찹쌀가루나 밀가루로 풀어 쒀 넣는다는 건 전분을 넣는 것인데...'

싶어서 부침가루를 풀어넣었습니다.


정희씨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열무김치가 맛있게 익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두고두고 지청구를 듣지않을 테니까요.

어떻게 부침가루로 풀을 쑤냐는 말에

대한민국 주부들 중에 요리재료를 완벽하게 갖춰놓고 음식만드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고, 대부분은 있는 재료가지고 조합해서 만들거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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