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을 하면서도 김치는 쭉 사먹었습니다.
김치담그기가 어렵다는 이웃 주부들의 말도 있었고,
재료사다가 만드는 것보다 그냥 사먹는 게 싸고 한갖지다는 말도
김치를 담궈보려던 마음을 달아나게 했습니다.
여러 김치공장을 수소문한 뒤에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맛깔나는 김치를 제공하는 곳을 찾아냈습니다.
그곳에서 오랫동안 김치를 주문해먹었는데 정희씨가 툴툴거립니다.
까닭을 물으니 김치가격도 택배비도 모두 올라 부담스럽답니다.
그래 '한번 담가볼까?'싶은 생각이 듭니다.
김치가 똑 떨어졌는데도 주문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판다고 어쩔 수가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 엊저녁에는 운동을 하고 오다가 4,500원을 주고 배추를 한통 샀습니다.
깍두기는 담가먹었어도 배추를 산 건 처음입니다.
'배추를 바닷물에 절이면 어떨까?'싶습니다.
그냥 소금에 절이는 것보다 바닷물에 담가놓으면
각종 미네랄과 무기질로 인해 김치가 더 맛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 배추를 바닷물에 담글까 했는데 통배추를 들고 보니
속까지 절여지기는 힘들것 같습니다.
배추를 썩썩 썰어서 바닷물에 담가야할 것 같습니다.
그냥 집으로 돌아옵니다.
배고파서 바닷물에 절구는 건 다음으로 미루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배추를 쓱쓱 잘라서 소금을 뿌립니다.
소금에 골고루 절여지도록 가끔 배추를 뒤집어줍니다.
그리고 조금 숨이 죽은 다음에 배추를 맑은 물로 씻어내고,
미리 준비해 둔 파 마늘과 액젓, 고춧가루를 넣어 쓱쓱 버무립니다.
맛을 보니 그럴 듯 합니다.
아직 김치가 익기 전이라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먹을만합니다.
'별거 아니네!'
다 만든 김치를 항아리에 담는데 정희씨가 들어옵니다.
어디서 열무를 얻었다고 장바구니 가득한 열무를 내밉니다.
허어 참!
김치담은 큰 그릇을 물로 부셔내고 열무를 담아 소금을 뿌립니다.
배추김치담을 때와 마찬가지로 파를 썰고, 마늘도 찧어둡니다.
인터넷을 들여다보는 정희씨가 잠바를 주워입습니다.
"어디 가게요?" 물으니 풀을 쒀야하는데 밀가루가 없어 사러간다고 합니다.
그래 그냥 두라고 했습니다.
정희씨가 피곤한 몸으로 밀가루를 사러가는 것도 싫고,
나 또한 나가기가 귀찮아서 엉뚱한 꾀를 냅니다.
'찹쌀가루나 밀가루로 풀어 쒀 넣는다는 건 전분을 넣는 것인데...'
싶어서 부침가루를 풀어넣었습니다.
정희씨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열무김치가 맛있게 익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두고두고 지청구를 듣지않을 테니까요.
어떻게 부침가루로 풀을 쑤냐는 말에
대한민국 주부들 중에 요리재료를 완벽하게 갖춰놓고 음식만드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고, 대부분은 있는 재료가지고 조합해서 만들거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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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선
저도제가김치담은지는얼마안되요~시어머니와형님이맨날담가줬는데~어느순간부터살짝미안해지드군요^^그래서지금은맛이없더라도그냥담아요^^
답글
미달이
대단하신데요?^^
저도 얼마전에 열무김치 담구었어요...
덜 절구어져서 그런지 약간 밋밋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먹을만 하더라요...
저도 김장김치는 아니지만 종종 겉절이식으로 만들어 먹을려구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내 가족들을 위해서 준비하는 식탁,
내가 손수 만드는 게 가장 안전하고,
사랑도 듬뿍 담기겠지요.
써녕
전 아직두 요리책보구 요리하는경우라...
재료가 한가지라두 없음 당황됩니다..
요리엔 좀꽝이라..대단하시네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대학시절, 식영과 아이들이 만든 음식중에서
맛있게 먹은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저 어머니들 어깨너머로 배운 게 최고지요.
아따맘마
^_^ 잘 하셨어요.
저도 아직 김치는 엄두를 못내고 있는데 도전해보셨다니 저도 함 해볼까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뭐든 처음이 어렵지 한번만 시도하고 나면
그냥 일상이 돼버리는 것 같습니다.
요즘 농산물가격이 장난 아니게 비싸지만
그래도 배추 한통이면 마트에서 판매하는 맛김치
몇 봉지는 사겠더라고요.
떵거리맘
ㅎㅎㅎ 대단하세요~
맞아요, 요리책에 있는 재료대로 다~ 안 넣어도 맛있기만 하더라고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저도 늘 아일랜드식 ㄷ 자형 주방을 꿈꾸고,
완벽하게 세팅된 식자재로 요리를 만들고싶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지요.
그냥 집에 있는 것 가지고,
냉장고에 남은 자투리가지고 머릿속으로 맛을
그려봅니다.
모자라는 재료는 사랑으로 채워 밥상에 올리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