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를 잘 꿰어야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시작이 중요하다는 말이지요.
다향이가 알파벳도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 집은 왜 아이한테 영어공부를 안 시킨대?'
너무 무책임하다거나 골수 민족주의자가 아닌지 의심하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난 민족주의자도 세계화주의자도, 국가주의자도 아닙니다.
각설하고 다향이한테 영어교육을 시킨 적이 없습니다.
물론 한국인이 한국어를 잘해서 대접받는 세상을 꿈꾸긴 하지만
영어나 중국어가 필요없다고 주장한 적도 없습니다.
또한 다향이가 영어를 꼭 잘해야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뭐든 필요할 때 하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적당한 조건이 갖추어지기도 전에 무턱대고 들이대서
성공한 경우를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어쩌면 여지껏 그 때를 기다려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카페에서 인연을 맺은 분이 제주로 이사를 온답니다.
미 명문대출신으로 일찌감치 은퇴한다고 합니다.
그 분이 다향이의 영어공부를 맡아주겠다고 나섰습니다.
그 분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첫단추로써의 역할을 저버리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어 기대가 됩니다.
서귀포시 중문동에 살면서 알게 된 외국인이 있습니다.
케빈이라는 친군데 한국인부인과, 예닐곱 살 된 딸 하나랑 셋이 살고 있습니다.
몇 년 동안 길에서 마주치고, 차를 마시고 했는데 초대를 합니다.
다향이의 홈스쿨링에 관심이 많다며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합니다.
다향이한테 영어를 가르치고 싶다는 의사도 내비칩니다.
아, 이것 참 야단났습니다.
원래 바라던 것은 다향이랑 해외배낭여행을 다니면서 공용어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고, 또 마음에 드는 외국인친구를 사귀어서 저희들끼리 통화하고
이메일을 주고받게끔 해서 스스로 공부하게끔 하려고 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시작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 요즘 지나가는 말로 다향이한테 툭툭 던집니다.
"다향아, 우리 해외배낭여행가면 아빠가 외국어를 못하는데 어떡하지?"
"왜 못해? 아빤 대학교까지 나왔잖아."
"그래, 창피하긴 한데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누구나 영어를 잘하는 건 아니야.
학교다닐 때 영어공부만 열심히 한 사람들은 그럴 수도 있지만 아빠는
다른 일에 더 관심이 많았거든."
"그래? 에이 영어공부 좀 열심히 하지?"
"....."
"그런데 우리가 다른 나라에 가서 버스나 기차, 비행기를 어디서 어떻게
타야 하는지? 잠자리는 어떻게 구하고, 식당에서는 무얼 주문해 먹을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어휴! 알았어 아빠. 내가 배워 볼께."
잠시 생각하던 다향이가 시원스레 대답합니다.
그 대답을 들은 나는 속으로 '아싸!'하고 쾌재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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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이
아빠의 따사한 여유가 아이에게 좋은 계기를 만들어주는 듯해 보는 제가 흐뭇하네요.
저도 배워야겠네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뭐든 억지로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기다리는 법을 배우기로 한 것뿐입니다.
가끔 자녀교육 강의를 가면 묻는 게 있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모두 서울대 나와서 판검사나 변호서,
의사를 하고 게시죠?"
그럼 사람들이 무슨 말인지 몰라서 멀뚱멀뚱 바라봅니다.
그럼 다시 말을 합니다.
"그게 여러분 부모님들의 희망사항이었잖아요.
그게 부모 뜻대로 됩디까?"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피식 웃습니다.
자식에 대한 사랑과 본인의 욕망(탐욕)을 떼놓을 수만
있다면 부모도 아이들도 훨씬 더 행복한 세상이 될 겁니다.
미달이
여러분들이 다향이 영어공부에 관심이 많으신데요?ㅋ
좋은 분들 만나서 다향이는 영어공부가 재밌겠어요~
다향이 영어공부 홧팅^^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닙니다 미달님.
다향이랑 저랑 지나가는 말로 한 것이지 정말 공부를 할지,
아니면 다른 더 재미있는 걸 해야할지
결정내리지 못했거든요.
제가 정말 원하는 건 아이가 외국어를 잘하는 것보다
자신만의 깊고 넓은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이거든요.
자신만의 그런 세계를 확고히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원하는 외국인들, 저희들이 통역을 붙여가면서
하나라도 더 얻어가려고 애쓸 테니까요.
밥상차리는 남자
회유라기 보다는 그냥 기다리는 편입니다.
제가 스스로 원할 때까지,
제가 정말 필요성을 느낄 때까지
먼저 주지 않고 기다리는 게 제 방식인데
그게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동의하던 분들도 선행학습을 시키는 걸 보면요.
ㅎㅎㅎ.
답글
또미
다향이가 이제 영어공부할..결심까지..ㅎㅎ
저도 애한테 밥남님처럼..회유를 해서 결심하게 만드는 방법을 자주 써왔는데요.
이젠 좀 컸다고..그것도 안 먹힙니다.
반항이 부쩍 늘어서..살얼음판이거나 전쟁을 하거나..뭐 그런..
근데..살림하시면서 사람은 어떻게 사귀시는 거에요? ㅎ
전 정말 생활반경이 좁은데요..
저도 외국인 아줌마도 만나보고 그랬음 조켔따는..ㅎ
답글
떵거리맘
ㅎㅎ 다향이, 화이링!^^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아이들이 갖고 노는 알파벳카드로 겨우 대문자를 익힌 다음,
"누가 소문자까지 만들었어?"라고 투정합니다.
천진난만
다향이가 아빠의 전략?!에 마지못해 넘어와 줬군요?!ㅎㅎ
아빠와의 해외 배낭여행때문이라도 열심히 하겠어요 ㅎ
좋은 영어 샘 에게서 배울건 전부다 쭉쭉 뽑길 화이팅 ㅋㅋ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뭐든 처음부터 재미를 붙여가면 큰 어려움이 없는데
처음 시작이 잘못되면 영영 회복하기가 어렵지요.
그런 의미에서 잘 진행됐으면 좋겠습니다.
맘마미아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