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다린 보람(?)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10-05-07 09:56

조회수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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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를 잘 꿰어야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시작이 중요하다는 말이지요.


다향이가 알파벳도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 집은 왜 아이한테 영어공부를 안 시킨대?'

너무 무책임하다거나 골수 민족주의자가 아닌지 의심하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난 민족주의자도 세계화주의자도, 국가주의자도 아닙니다.


각설하고 다향이한테 영어교육을 시킨 적이 없습니다.

물론 한국인이 한국어를 잘해서 대접받는 세상을 꿈꾸긴 하지만

영어나 중국어가 필요없다고 주장한 적도 없습니다.

또한 다향이가 영어를 꼭 잘해야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뭐든 필요할 때 하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적당한 조건이 갖추어지기도 전에 무턱대고 들이대서

성공한 경우를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어쩌면 여지껏 그 때를 기다려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카페에서 인연을 맺은 분이 제주로 이사를 온답니다.

미 명문대출신으로 일찌감치 은퇴한다고 합니다.

그 분이 다향이의 영어공부를 맡아주겠다고 나섰습니다.

그 분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첫단추로써의 역할을 저버리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어 기대가 됩니다.


서귀포시 중문동에 살면서 알게 된 외국인이 있습니다.

케빈이라는 친군데 한국인부인과, 예닐곱 살 된 딸 하나랑 셋이 살고 있습니다.

몇 년 동안 길에서 마주치고, 차를 마시고 했는데 초대를 합니다.

다향이의 홈스쿨링에 관심이 많다며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합니다.

다향이한테 영어를 가르치고 싶다는 의사도 내비칩니다.


아, 이것 참 야단났습니다.

원래 바라던 것은 다향이랑 해외배낭여행을 다니면서 공용어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고, 또 마음에 드는 외국인친구를 사귀어서 저희들끼리 통화하고

이메일을 주고받게끔 해서 스스로 공부하게끔 하려고 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시작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 요즘 지나가는 말로 다향이한테 툭툭 던집니다.

"다향아, 우리 해외배낭여행가면 아빠가 외국어를 못하는데 어떡하지?"

"왜 못해? 아빤 대학교까지 나왔잖아."

"그래, 창피하긴 한데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누구나 영어를 잘하는 건 아니야.

학교다닐 때 영어공부만 열심히 한 사람들은 그럴 수도 있지만 아빠는

다른 일에 더 관심이 많았거든."

"그래? 에이 영어공부 좀 열심히 하지?"

"....."


"그런데 우리가 다른 나라에 가서 버스나 기차, 비행기를 어디서 어떻게

타야 하는지? 잠자리는 어떻게 구하고, 식당에서는 무얼 주문해 먹을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어휴! 알았어 아빠. 내가 배워 볼께."

잠시 생각하던 다향이가 시원스레 대답합니다.

그 대답을 들은 나는 속으로 '아싸!'하고 쾌재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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