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어린이날이다."
잠자리에서 눈을 뜨자마자 다향이가 외칩니다.
"......"
한껏 들뜬 다향이를 바라보다가 말합니다.
"그래. 적어도 오늘은 아빠가 아무 것도 안하고,
네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줄 테니까 계획을 짜봐."
"아싸!"
그런데 그 계획이라는 걸 듣고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엄마아빠랑 놀이터에 가서 (제가 만든)옷걸이 그네를 타고,
칼싸움도 하고, 점심으로는 피자를 먹고싶답니다.
어제 오후, 피자가게에서 붙여놓은 광고지에 마음을 빼앗긴 듯 합니다.
한 눈에 척 봐도 조잡한 장난감이 갖고싶어서 안달이 났습니다.
아침밥을 먹고 설거지하는데 전화가 옵니다.
혜준아빠입니다.
휴양림에 올라왔다고 별일 없으면 같이 점심을 먹자고 합니다.
다향이가 잠시 망설입니다.
'월드컵경기장에서 축구경기를 볼까? 걸매생태공원의 어린이날행사에 갈까?'
물으니 걸매생태공원에 가자던 다향이가 어찌할까 생각합니다.
걸매생태공원에 가면 솜사탕도 거저 준다 하고, 페이스페인팅이나
여러 가지 볼거리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랑 잘 노는 동생 준성이는 휴양림에 있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던 다향이가 말합니다.
"아빠, 피자 먹고 휴양림에 올라가. 가서 준성이랑 칼싸움하게."
에게게. 이제 겨우 10시인데...
"다향아, 준성이네가 삼겹살을 굽는다고 하니 우리는 피자를 사 가자.
가서 같이 나눠먹으면 더 맛있지 않을까?"
"좋아."
단지 내의 놀이터로 나갔습니다.
누군가 버린 철사 옷걸이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노끈을 묶어서
다향이가 만든 '옷걸이 그네'를 탑니다.
제일 먼저 다향이가 시범을 보이고, 나랑 정희씨가 따라서 탑니다.
노끈으로 묶은 옷걸이를 정글짐 높은 곳에 걸고 발을 옷걸이에 끼웁니다.
그리고 양 손으로 정금짐을 잡은 다음에 누운 자세로 그네를 타는 것입니다.
한참을 타던 다향이가 말합니다. "어휴 힘들어. 아빠 이제 피자사러 가."
셋이서 피자가게로 갑니다.
우르르 몰려가서 피자를 주문하고 다향이는 어떤 장난감을 고를까? 고민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다트 총'을 달라고 합니다.
총구에서 총알대신 유리같은 곳에 달라붙는 다트가 날아가게 만든 것입니다.
피자가 구워지는 동안 다향이가 다트 총을 쏘면서 너무나 즐거워합니다.
"다향아. 그거 산에 가면 준성이랑 사이좋게 같고 놀아야 해."
"싫어. 준성이랑 같이 갖고 놀면 망가지니까 차에 두고 내릴 거야."
"......"
"그럼 재미없잖아."
"준성이는 아직 어려서 내가 아끼는 것도 막 함부로 갖고 논단 말이야."
"......"
"아주머니 저 이거 하나만 더 주시면 안될까요?"
"그러세요." 아주머니가 선뜻 대답합니다.
"아싸! 이제 준성이랑 같이 갖고 놀아도 되겠다."
같이 총싸움을 하고싶지만 망가뜨릴까봐 걱정하던 다향이의 고민이 해결되었습니다.
서귀포자연휴양림으로 올라가는 길에 안개가 끼어있습니다.
'이런 날에 괜찮을까?'싶을 정도로 안개가 끼었는데 혜준아빠가 고기를 굽고 있습니다.
다향이랑 준성이는 피자도 마다하고, 총놀이에 열심입니다.
편백나무가지에 표지판을 걸어두고 총쏘기를 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놀더니 점심을 대충 먹고 사라집니다.
놀이터에서 놀겠다며 짙은 안개속으로 사라져갑니다.
놀이터에서 총싸움도 하고, 칼싸움도 합니다.
입김이 나오는 추위에 어른들을 덜덜덜 떠는데 두 아이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뛰어놉니다.
안개가 짙게 깔린 편백나무숲에서 저희들이 노루라도 된 양 겅중겅중 뜁니다.
혜준아빠가 쳐 놓은 텐트안에 앉아 있는데도 추위에 몸이 웅크려집니다.
안개끼리 엉겨붙어 빗방울처럼 뚝뚝 떨어집니다.
11시께 올라간 자연휴양림에서 오후 3시가 넘어 내려옵니다.
어린이날 특집 영화 '아더와 미니모이'를 보겠다고 해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미 영화관에서 본 것인데도 또 보고싶어 합니다.
'아이들이란...'생각하지만 내 어릴 때도 같은 만화책을 수없이 뒤적인 걸
보면 아이들은 같은 걸 보고, 또 봐도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20,000원짜리 피자 한 판에 딸려온 장난감으로 두 아이가 행복하게 놀았습니다.
피자를 구입하고서 뿌듯하기는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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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난만
너무 순수한 소박한 소원에 김이 빠지기도 하지만
그게 또 너무너무 귀엽고 지켜주고 싶어져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아이들이 바라는 건 정말 대단한 게 아닌데도
어른들은 헤아려주지 못하지요.
사랑한다 말하면서도 어른들의 욕심만 강제하지요.
그것은 부부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 편지 한통, 가벼운 스킨쉽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데 피곤하다고 바쁘다고 쳐다보지도 않는
경우가 참 많지요.
내 사랑하는 남편, 내 사랑하는 아내, 가장 행복했던
열정적인 시간들을 서로 추억할 필요가 있지요.
천진난만
앞으로 아이를 낳고 남편과 지낼때 꼭
님의말 기억하며 살게요^^
이렇게 해서 일어날 행복한 상상에 벌써 흐믓해요 ㅋㅋㅎ
미달이
너무 귀엽네요...놀이터가서 놀다가 핏자 먹고 싶어하는 따님^^
핏자에 장난감을 주는 곳이 있었나봐요
장남감에 아이들은 행복해하고
행복해하는 아이들은 보고 밥상차리는 남자님도 행복하셨네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예, 그랬습니다.
어른들은 추워서 덜덜 떠는데
두 아이는 머리에서 김을 뿜어내면서 아주 열심히,
원없이 뛰놀았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다리가 아프다고 할 정도로.
아따맘마
애들은 순수하니깐 조건따질거 없이 그냥 재미있게 노는거 같아요 ^_^
저희 아이 다니는 학교에 인종이 다른 아이가 있는데 별로 개의치 않고 바로 친해져서
잘 놀더라구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편견이 없지요.
그래 작은 곤충이나 도룡뇽같은 것도 쉽게 만지며 노는데
그것을 본 어른들이 기겁을 하면 아이들이 어른들을 보면서
공포심을 느낀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뭘 알아서 "너 몇 평에 사니?" 묻겠습니까?
어른들이 모여서 그런 걸 따지니 따라하는 거지요.
맘마미아
ㅎㅎㅎ 재밌게 보내셨네요..^^
근데 자연휴향림에 갈려면 예약도 해야 되고... 그렇죠???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아닙니다 맘마미아님.
물론 숙소에서 잠을 자려면 예약을 해야겠지만
저희는 편백나무숲에 만들어진 평상위에서 놀았습니다.
평상을 두 개 붙여서 하나에는 텐트를 쳐놓고,
다른 평상에서는 고기를 구워먹고...
밥상차리는 남자
아이들은 그냥 봐주기만 해도,
또래들과 모아만 놔도 너무나 즐거운데 어른들은 왜
아이들을 풀어놓지 못할까요?
답글
호수
평화와 사랑이 담긴 내용이네요~
정말 신기한것이 그렇게 어릴때는 엄청 뛰어다니던 제가..
이제는 대문 밖에 장보러 나가는것도 귀찮을 정도로 게을러 졌는지..
예전엔 다 외워서 다니던 책속 글귀나.. 주인공의 일거수일투족까지 모두 다 외웠는데..
지금은 까마득하네요, ^^; 예전엔 정말 똑똑했었다고들 하는데..
난 지금 왜이리 멍..한지..
아이들을 보면 사랑스럽다가도 신기합니다.
무심코 한말을 외워서 중얼거린다든지.. 은근히 고집도 있고...ㅋㅋ
'다향'이라는 이름이 이쁘네요,
저도 빨리 노루처럼 겅중겅중 뛰는 아이를 빨리 갖고 싶어요^^
저절로 엄마미소 짓게하는 글, 잘 읽었습니다 ~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