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길을 갑니다.
자동차 헤드라이트로 길을 내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어둠이 깔린 길 양편에 삼나무가 줄지어 서있습니다.
키 큰 삼나무들이 나를 호위하듯 병사인 것 같습니다.
하늘엔 별 하나, 초생 달 하나가 떠있습니다.
길을 갑니다.
삼나무가 늘어선 어둠 깔린 도로를 뒤로하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도열해 있는 것 같던 삼나무 한 쪽이 무너지면서 검푸른 빛이
눈앞에 들어옵니다.
삼나무가 무너진 곳에 듬성듬성 야자수가 서있습니다.
그 길을 지나 집으로 돌아갑니다.
<장면 2>
길을 갑니다.
가슴이 후련하도록 뻥 뚫린 길을 갑니다.
왼편으로는 한라산, 오른쪽으로는 서쪽 바다가 들어옵니다.
한라산 백록담은 붉은색 긴 목도리를 두르고,
어린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과 꼭 닮은 비양도는
포도주 빛 바다에 헤엄칩니다.
비양도 정상에 눈에 띄는 큰 나무 몇 그루.
그곳엔 왠지 ‘플란다스 개’의 주인공인 넬로와 알로아가
앉아있을 것 같아 호기심으로 올랐지요.
그 비양도가 볼 붉히는 걸 보니
알로아와 넬로가 오늘은 입맞춤을 한 모양입니다.
그 길을 지나 집으로 돌아갑니다.
<장면 3>
봄꽃이 다 떨어졌는데도 춥고 흐리더니만
문득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꼬마손님인 찌꾸가 개교기념일이라고 놀러왔습니다.
셋이 바다로 놀러갑니다.
바다로 놀러 가는데 둘이 칼싸움을 합니다.
길에서 주운 나무막대기를 칼 삼아 입으로 ‘챙챙’거립니다.
바닷가 언덕에서 과자를 먹습니다.
과자로 에너지를 충전한 다음에 바닷가로 달려갑니다.
파도를 따라 오가면서 노래를 합니다.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나뭇가지 칼이 요술연필로 뒤바뀝니다.
연필이 지나간 길은 기찻길이 되고, 기찻길을 밟는 사람은
기차가 되어 달립니다. 칙칙폭폭 칙칙폭폭 뽀오옥!
기차가 멈춘 곳에 요술연필을 꼽습니다.
이제 요술연필은 깃발이 되었습니다.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순서를 정해 모래를 덜어냅니다. 원하는 양만큼 모래를 덜어냅니다.
모래를 덜어내다가 깃발을 쓰러트리면 술래입니다.
술래에 걸린 사람은 엉덩이로 이름도 쓰고, 노래도 부릅니다.
신기하게도 돌아가면서 엉덩이로 이름을 쓰고, 노래를 부릅니다.
“아! 재밌게 잘 놀았다." 찌꾸가 말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몇 번이나 잘 놀았다고 합니다.
제주에 뿌리내리기로 마음먹으니 모든 게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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