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그대가 나를 채우고 어두운 날들이여 안녕!∼”
핸드폰에서 자우림의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전화가 온 것입니다. OO잡지사라면서 인터뷰를 요청합니다. 그래 제주에 산다고 했더니 전화로 인터뷰를 하자고 합니다. 그래 그냥 메일로 질문지를 넣으면 답해주겠다고 합니다.
다음날 메일이 들어왔고, 즉석에서 답장을 해주었습니다. 기자가 부탁한 날보다 이틀이나 먼저 보냈습니다. 늘 시간에 쫓기는 기자들의 생활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인터뷰요청을 받을 때마다 솔직히 망설여집니다. 시간만 빼앗길 뿐 내게 도움 되는 건 없기 때문입니다.
먹을 걸 만들 때만 마음이 바빠지고, 다향이랑 일정을 소화하거나 운동을 하다가도 한참동안 일을 멈추어야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인터뷰를 하는 건 어느 누구의 부탁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과 ‘내가 뭐 잘난 사람이라고.’라는 생각, 그리고 행복한 가정과 가정의 민주화에 대한 나름의 소명의식 때문입니다.
그리고 잊어먹었는데 며칠 뒤에 또 전화가 왔습니다. 같은 잡지사의 다른 기자입니다. ‘뭐가 잘못됐나?’싶어서 또다시 한 시간 동안 전화인터뷰를 했습니다. 그것도 모처럼 친구 집에 놀러가서 말입니다. 곧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이라면서 ‘요리가 아닌 교육 쪽으로 초점을 맞출 걸’이라며 아쉬움을 표합니다.
그리고 스토로베일 하우스(압축된 볏짚을 이용한 흙집건축)워크샵에 참석해서 평생 하지 않던 일을 합니다. 흙 미장일을 하느라 장갑 낀 손에 진흙이 덕지덕지 묻어있는데 전화벨이 울립니다. S방송사의 모프로그램이라면서 인터넷에 제 기사가 떴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사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답니다. 그런데 금∼일까지 사흘 동안 촬영을 하는데 출연료로 30만 원을 지급한다고 합니다.
결혼 전에도 그랬고, 함께 산지 17년째인 지금도 내 마음대로 일을 결정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 정희씨의 의견을 물어보고 전화를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새벽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촬영에 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하루도 아니고 사흘이나 하자니 당연한 일이지요.(출연료라도 많으면 혹시 모를까?)
인터넷에 제 기사가 떴다는 말에 강의 뒤에 찾아보니 흔적도 없습니다. 그래 카페에 들어갔다가 잘못 찾아들어간 줄 알았습니다. 카페를 운영한지 어언 5년. 나름대로 열심히 글을 올렸건만 회원 수는 고작 300명 안팎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루 새에 회원이 600여명으로 늘어났습니다. 하루에 열 명에서 스무 명 정도가 방문하던 카페에 1,500여명이 방문을 했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꼭 도깨비에게 홀린 것만 같습니다. 인터뷰나 방송을 이제 막 시작한 것도 아니고, 지난 10년 동안 비슷한 인터뷰를 100여 차례는 했던 것 같은데 왜 이 난리일까? 이번 인터뷰가 다른 인터뷰에 비해 특별날 게 없는지라 지금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면서 옛 생각이 납니다.
처음 ‘남자주부’라는 게 알려지면서 본의 아니게 언론과 방송에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민주적인 가정’이나 ‘양성평등’, ‘행복한 가정’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별난 일, 재미있는 사람 등 호기심거리로 취급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 비슷한 시기에 알려진 - 언론과 방송에 의해 모습이 드러난 - 분들과 ‘主夫 클럽’이란 걸 만들어서 ‘양성평등에 부합되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물었고, 그렇게 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기자회견을 하루 앞둔 전날 밤, 두 분이 부담스럽다면서 발을 뺐고 그 모임은 시작하기도 전에 좌초되고 말았습니다. 함께 하기로 했던 분들이 저를 포함해 달랑 넷뿐이었거든요.
‘이모임을 다시 추진해 볼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자주부가 10만이니 20만이니 하지만 드러난 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위축되어있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함께 추진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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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맘마
아직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아 드러내지 않는 분들이 많으리라 짐작합니다.
어떤 일이든 자신이 잘 할수 있는 분야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데 바깥일,안일을 성별로 나누어
오랜 세월 지내다보니 쉽게 고쳐지지 않을거 같아요.
방송에서 좋은 모습 많이 보여주셔서 고정관념 확실하게 깨쳐 주세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아따맘마님, 힘을 주시니 고맙습니다.
또미
오~~꼭 해보세요. 미즈에도 오래전에 영차님이 계셨는데..(방송에 함께 나온걸 본적도 있으니 잘 아실테지요? ^^)
얼마전에 인터뷰 기사 잘 읽었어요. 요리대회가 주였고, 거기에 곁들여서 홈스쿨링..뭐 그런 이야기가 있었던. (저도 밥남님 카페 회원인데요..ㅋㅋ글은 한번도 안 썼지만요)
양성평등..이 부분에서 늘 감탄하고요..잘 아시는 분은 다 이걸 우선으로 생각하실겁니다. ^^ 멋지세요. 실천하는 양성평등..
출연료가 너무 짭니다. 3일 촬영에..30만원이라니..차라리 일당백 출연이 낫겠는데요.ㅋㅋ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또미님은 차영회씨도 잘 아시는군요.
기자회견 전에 발을 뺀 두 분 중의 한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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