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안과에 다녀왔습니다.
다향이가 눈이 나빠진 것 같다기에 시력검사를 받으러 다녀왔지요.
날은 춥고, 길은 얼어 있으며 눈발이 날립니다.
자연히 속도를 낼 수가 없습니다.
백밀러로 슬쩍보니 다향이 얼굴에 지루함이 묻어납니다.
그래 이야기를 하나 해줍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자린고비 영감이 한 명 살았는데 아주 대단했대.
뭐든 한 번 손에 쥐면 내놓을 줄 몰랐고,
남의 것은 모두 거저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렸단다.
하루는 그 구두쇠영감이 시장엘 갔는데 한 장사꾼이 갓이랑
잣을 팔고 있는 거야.
자린고비영감은 그 잣이 먹고싶었지만 돈을 내긴 싫은 거야.
그래서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가게앞을 왔다갔다하면서 궁리했어.
어떻게 하면 '저 잣을 공짜로 먹을 수 있을까?'하고 말이야.
어느 순간, 자린고비영감이 손뼉을 짝 쳤어.
그리고 잣을 가리키면서 "이보게 저게 무언가?"라고 물었어.
그러니 장사꾼은 "예, 자시오(잣이오)"하고 대답을 했어.
그러니까 이 자린고비가 잣을 담아 논 소쿠리앞에 앉아서 잣을 까먹어.
맛난 잣을 실컷 먹은 자린고비가 이번엔 갓을 가리키면서 또 물어.
"이보게 그럼 이건 뭔가?"하니까 장사꾼이 "가시오(갓이오)"했어.
그 말을 들은 구두쇠영감이 손을 탁탁 털고 일어나서 가는 거야.
그 모습을 본 장사꾼이 깜짝 놀라서 물었어.
"아니 잣을 먹었으면 돈을 내고 가야지 그냥 가면 어떡합니까?"
그러니까 자린고비영감이 구렁이 담 넘듯 능글대며 대꾸를 했어.
"아니, 이보게. 난 자네가 '자시오(잣이오)'해서 먹었을 뿐이고,
'가시오(갓이오)'해서 가는 건데 도대체 뭐가 잘못되었다는 건가?"
"......."
다향이가 빙긋 웃습니다.
얘기를 다 들은 다향이가 재밌다고 하면서 말합니다.
"그런데 아빠. 장사꾼이 '갓이오'하면 자린고비영감이 '무슨 갓이오'
하고 물으면 어떨까?' 그럼 장사꾼이 '그냥 가시오(갓이오)할 텐데."
다향이의 말을 듣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30여년 전 쯤 코미디프로의 한 장면입니다. 그리고 제 기억이 맞는다면
배삼룡선생님이 자리고비역을, 구봉서선생님이 장사꾼역을 했습니다.
고 배삼룡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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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맘
저도 예전에 들었던 내용이네요
배삼룡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저만 30여년 전의 일을 기억하고 있는줄 알았는데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는군요.
역시 재미있는 이야기는 생명력이 긴 모양입니다.
깊은사랑
우리아이 학습지에 나온 내용인데...ㅋㅋ
방송으로도 한내용이군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하! 학습지에도 나온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게 고린자비의 이야기인지 봉이 김선달의 얘기인지
저도 기억이 명확하지는 않네요.
벼리
ㅎㅎㅎㅎ맞아요..저도 이거 기억나요.
왠지 향수 어리게 느껴지는데..
저도 배삼룡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새내기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다향이한테 이야기의 힘이 생긴 것 같아서 좋습니다.
무슨 얘기를 해주면 자신의 걸 보태서 더 웃기는 모습,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거든요.
아! 아침부터 팔불출 소릴 듣게 되었네요.
쏙이♡
저두 그 두분의 코미디를 보면서
초등학교 다녔던거 같아요.
80년 후반부터 90년 초반까지?
그 시절의 코미디언들은
지금의 신세대 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거 같더라구요 ㅎ
나름 개성이라면 개성일까요?
매력 또한 제각각이라서
요즘은 코미디프로를 보면서
초등학교 다니면서 보았던
프로그램들의 코미디언분들이
정말 잘 하셨다는 진솔한 개그가
아니였나 생각합니다 ㅋㅋ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그 당시의 코미디는 옛이야기나 구전을
많이 활용해서 재미와 감동을 함께 주었던 것 같습니다.
감각적인 말장난에 많은 걸 의지하는 요즘과는 다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