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밉게 보이지만은 않아.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10-03-08 08:48

조회수 1,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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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인이 있었습니다. 만날 술만 마셔대는 시인선배가 있었습니다.

벌써 십오륙 년 전, 소설을 쓰겠다고 친구들과 몰려다닐 때의 일입니다.

술값이 부족할 때면 그 선배가 귀신같이 나타나곤 했습니다.

처음엔 '거 참 신기한 분이네'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 시인은 밤 11시가 넘어서도 자정을 넘겨서도 나타나곤 했습니다.

그리고 술이 취하면 '부인과 너무 맞지 않는다'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이 습작을 하던 여자동기생 한명이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그 시인이 자신을 좋아한다며 함께 자자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참으로 엉뚱하고, 못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젊은 남녀가 좋아해서 잠을 자는 것이야 당연한 일일 수 있겠지만

그 여자동기는 결혼한지 1년이 채 안된 신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 '못된 사람'정도가 아니라 변태거나 정신이상자라면서 같이

흥분했던 일이 엊그제 같습니다.


얼마 뒤에 그 시인은 이혼을 하고 산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기억에서 잊혀질 무렵 멋진 활동가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예 고갈된 듯 보였던 시의 샘도 다시 솟아나서 좋은 작품도 내놓습니다.

이제 새로운 부인을 만나서 즐겁고 보람된 일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누구나 사랑해서, 저 사람이 없으면 죽을 것 같아서 결혼하지만

그 약발이 오랫동안, 영원히 지속되지 못한다는 게 비극이지요.

찰나의 아름다움!

목련이 피었는가 싶으면 곧 지고 마는 것처럼 사랑 또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사랑했던 사람이 증오의 대상으로 바뀌고,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의

목소리와 말투, 작은 행동 하나하나까지 경멸의 대상이 되고 맙니다.


참 대책이 없는 경우이긴 한데 대부분의 사람이 한번 쯤은 경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고, 그 사람의 모든 게 싫고

보이기만 해도 짜증이 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다시 관계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면서  참아야 하나요?

아니면 새로운 삶과 사랑을 찾아서 훌쩍 떠나가야 할까요?


한 이웃의 부부가 많이 힘들어합니다.

무언가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지만 두 사람의 감정이 너무 나빠져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시인이 떠올랐습니다.

한때 정신병자취급을 했던 그 시인이 마냥 밉게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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