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와 친정엄니
“어머니. 정말루다가 간소하게 삼색만 할 겨요.”
“이~잉. 그려.”
아버님 기일이라 장을 보러 나가면서 시어머님께 던진 말이다. 장 가방을 들고 나오는데,
“편은 안 하남?”
“…….”
“떡 없는 제사는 지내지 않는 법이라는디……”
“누가 그려요?”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일 텐데, 엄니는 꼭 누군가를 물고 들어가는 습관이 있음을 알고 볼멘소리로 되묻는다.
“영규 할멈이 그랴.”
아니, 간소하게 하자니까 그러라고 하시더니……. 시어머님은 늘 이런 식이시다.
“간소하게 하라는 겨요, 제대로 하라는 겨요?"
“니 맘대로 혀~.”
“그게 어디 지 맘대로 하라는 소리유? 편도하고 경단도 하고 다 하라는 말씀이시제?”
“걍 그렇다는 말이여.”
그냥 하신 말씀이 아니신 건 안다. 그런데 혼자서 어쩐다?
“고모들 누가 좀 일찍 온다요?”
시누이들이 다섯이나 되니 하나쯤은 일찍 와도 좋으련만.
“오긴 누가 일찍 오겄어.”
“그라믄 언제 방앗간 다녀오고 부침개 굽고 한데요?”
“걍 둬.”
그냥 두라는 말씀이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알지만, 지금 와서 혼자 어쩌라는 말씀.
“진작 좀 말씀하시지요. 난, 요번에는 그냥 지낼라 혔는디.”
“그럼 그랴~. 그러라니께.”
“아구~. 속 터져. 차라리 ‘떡 해라.’하시면 좋지 않어유? 꼭 그렇게 속 보이는 거짓말을 하셔유.”
안 되겠다. 쌀은 아직 불리지도 않았으니, 방앗간에 가 봐야겠다. ‘일을 만들어요 일을. 돈이 없지 떡이야 없을라구.’ 어머님은 은근히 날 힘들게 한다며 구시렁구시렁 방앗간으로 뛴다.
제사를 지내고 식사를 끝낸 시누이들이 일어선다.
“에미야. 그 떡 한 조박씩 싸고 귤 댓 개씩 넣어라.”
“어머니. 떡을 한 조박이나 싸서 뭐한다요. 그냥 노인네 계시는 큰 고모네나 몰아 드리자구요.”
장에서 사오는 음식은 안달이 나기 마련이다.
“그렇허믄 다른 애들은 줘 볼 게 없잖여~.”
아하, 음식이 푸짐하지 못해서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시다.
“아직 방아도 못 쪟는데, 어쪄요.”
해마다 이맘 때면 가래떡 두어 말을 뽑아 하~ㄴ 자루씩 담아주던 일을 생각하시나 보다. 시누이가 몰랐다는 듯 묻는다.
“방아 안 찧었어요?”
“쌀 낼 데가 없어서 봄방아는 아직 안 찧었어요. 팔 데를 해 놓고 방아를 찧어야 할 테인데…….”
누이들은 그래서 떡을 받아가지 못함을 이제야 알았다는 표정이다.
“귤이라도 좀 댓 개씩 싸라구~”
“어머니요. 귤 댓 개를 갖고 가서 어디다 붙여요.”
“엄마. 우리도 집에 있어요. 걱정 마세요.”
보다 못한 셋째 따님이 사살을 한다.
“느이 것하고 우리 것하고 같은 겨?”
듣자하니 심사가 뒤틀린다. 하나 같이 부잣집인데 귤을 사 먹지 못할 처지도 아니지 않는가. 어머님은 왜 저리 안달을 부리시누. 우리 막내도 귤이라면 앉은 자리에서 열 개도 부족한데 남겨 두면 어때. 오늘은 일일이 부딪힌다. 곧잘 싸주고 건네주던 버릇이었는데, 오늘은 여~엉 내키지를 않는다. 내가 알아서 하는 일은 좋지만 시키는 일은 재미가 없다.
“이거나 가져가라.”
어머님은 둘째 시누이가 사들고 들어온 롤빵을 고집스럽게 셋째 따님의 손에 쥐어주신다.
“난, 크림 빵 좋아하들 않어.”하신다.
‘어머님 입만 입이유?’소리가 목젖을 열고 튀어 오르는 것을 꿀꺽 참는다.
‘지도 크림 빵 좋아혀요.’라고 하고 싶은 것을 겨우 참는다.
‘가져가란다고 가져가는 사람이나. 어머님 몫도 안 남기고 딸기를 몽땅 먹어치우는 사람이나. 치아 없는 어머님 뒀다가 한 번 더 드시라고 못하고 깨끗하게 설거지를 하다 시피 하다니…….’
나도 참 못 됐다. 빵 하나에 목숨을 걸 것도 아니고, 귤을 즐겨 먹는 사람도 아니면서, 딸기타령은 또 왜 하누.
다음 날.
막내아들이 귤껍질을 수북하게 쌓아놓는다.
“저거 보셔유. 우리 애들도 저렇게 잘 먹는 걸…….”
“뭐 들려보낼 게 없응께 그렸제.”
“못 먹구 사는 사람들이유? 살림이나 어려운 사람들이냐구요.”
어제 다하지 못한 푸념을 이런 식으로 토하는가 싶기도 하다. 어머님이 듣기 싫으신지 아장아장 걸어서 당신 방으로 향하신다. 곧 돌아 나오시는데, 손에 롤빵이 들려 있다.
“이건 에미 먹어.”
내가 빵을 먹지 못해서 심통이 났다고 생각하시나 보다.
“어머니나 자셔유.”
“너 먹어.”
“싫어유.”
이젠 그만 해야겠다. 내가 일어서야겠다.
주방으로 들어와 소리 내어 설거지를 한다. 갑자기 돌아가신 친정엄니가 생각난다. 엄니도 내가 친정엘 가면 뭐라도 들려 주려고 애를 쓰셨지. 올케는 부잣집에 왜 그런 걸 주느냐고 앙탈을 부렸고. 나는 부자도 아니려니와, 엄니를 생각해서 받아서 들고 오고 싶었구먼. 올케는 주고도 욕먹을 일을 사서 한다고 친정엄니를 나무랐다. 올케의 그러는 소리가 싫어서 나도 올케를 따라 어머니를 나무랐다. 결국 엄니는 주시려던 것을 들고 나오지 못하셨다. 결 사나운 올케는 필경 그것을 빼앗아 버렸을 것이 뻔했다. 엄니는 얼마나 서운하셨을까? 거실에 앉으신 시어머니를 돌아본다. 어머님은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서 주방의 내 엉덩이를 쏘아보고 계시는 중이시다. 그 얼굴에 친정엄니의 얼굴이 겹쳐진다. 쯧쯧쯧. 딱하기도 하시지.
“어머니. 방아 찧어오면 가래떡 두어 말 뽑아서 고모들이랑 나눠 먹을 테니 걱정 마시요.”
“이~잉. 그럴 겨? 그라믄 좋~제.”
금새 엄니의 볼이 볼캉 해 지신다. 나도 참 못 됐다. 진즉에 그리 한 말씀 드렸으면 오죽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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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이장
생각의 차이 인데~ 시어머니 입장에서 자기 딸도 시집가면 남의 며느리가 되는데
우째 이리도 고루한 생각들을 하실까?
며느리도 남의 집 귀한 딸 들인데
자기딸만 귀하고 남의집 딸도 귀한것을 알아야 하는데~
옛말에도 있잖아요.
시어머님 용심은 하늘에서 내려준거라고요
그리고 세계7대 불가사의에서 하나 더 추가가 된것이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 영원한 고부사이" 라고 8대 불가사의의 하나라고 이야기 하곤 하더라고요.
답글
만석
달리는이장님
ㅎㅎㅎ.
아이디가 참 재밌네요.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지금은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신세대에 사시는 시어머님들 많이 변했어요.
곧 달라지고 고부 사이도 좋아질 거예요^^
큰손
사투리가 들어가서인지 글이 참 맛깔스럽네요~^^
잘 읽고 갑니다..
엄마 생각이 나네요..!!
답글
만석
이왕에 맺어진 인연인데... 하고 살았음 좋겠어요.
어쩌겠어요.
며느리도 시어머니도 생각 나름이지요.
서로 이해하려고 하면 어려울 것도 없으련만...
댓글 감사합니다^^
천자맘
에효...!!
이 글을 읽으면서 또 한번 세삼스럽게 느껴지네요
시어머니랑 친정엄마의 차이점....
편견을 안 두려고 해도 안 둘수가 없는거 같아요
몸소 느끼니...ㅎㅎ
흠;;; 갑자기 글을 읽으면서 또 속에서 보이지 않게 움클해지네요
답글
만석
천자님.
어쩌겠어요.
봐 준다... 하는 식으로 생각하세요.
늙으면 아이가 된다지 않아요.
댓글 감사감사^^
나리
형님 글 읽다보니,
새삼, 시엄니와 친정엄마의 차이점이 생각납니다.
어제는 친정엄마 기일이였거든요...
시엄니 기력이 팔팔하실땐 시뉘들이 오면 한끼라고 더 먹여 보내고 싶으시고,
뭐 하나라도 더 싸서 (아직까진 제사는 없고,명절때)보내려고 하셨는데,
그때는 며느리 기분이야 어떻든간에...
시부모님과 같이 산 10여년간 동안 엄마 아버지 생전에, 명절날엔 친정 가본 일이 없을 정도로
그렇게 인색 하셨답니다.
친정엄마는, 딸 보다는 며느리들을 더 챙기셨고,
혹 친정에 갈 일이 있어 가면, 끼니때가 되면 저 보고 집에 가서 밥 먹으라고 하시고,
항상 하시는 말씀 "아들 밥은 앉아서 먹고 딸 밥은 서서 먹는다고..."
그런데요...
저도 이제는 사위,손주들이 생기니 다 같이 모이면 참 좋더라거요~~
내 몸이 힘 들어도 해주는 음식들 잘 먹어주면 더 좋고
음식들을 싸주는 것이 마음 뿌뜻하고...~~ㅎ
이제사 시엄니 마음을 조금은 알겠습디다.
그치만, 내 며느리 맞이하면, 이런 마음도 접어야겠지요.
답글
만석
나리님아.
우리도 시어머니로 살면서는 그리 말아야 할 터인데...
걱정이다. 자신이 없어서리.
그저 이해하며 지고 살자구ㅜㅜ.
송화
왜그리 속다르고 겉다른 소리를 할까요?
편하게 처음부터 어떻게 하라고 하면 좋을껄
형님은 그러지 않으시지요? ㅎㅎ
답글
만석
송화님아.
그게 말이지~.
내가 닥치고 보니까 조심스러워서 그러신 것 같아.
지금 같아서는 안 그래야지 하는데 잘 되려나 몰러 ㅎ~.
쏙이♡
제사상에 관련된 이야기다 구구절절하게 나와 있네요.
차라리 간소하게 하자 하고 준비할 내역만 알려주셔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한번애 할일 두번에 끝내지 않고
쉬울거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답글
만석
쏙이님.
세상 일이라는 게 그저 거기서 거기예요.
특별한 삶이 없더라구요.
아마 시키기가 어려워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우리는 그러지 말아야 할 터인데...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