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정희씨의 업무가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퇴근시간이 늦어졌습니다. 오후 7시 30분쯤이면 퇴근을 했었는데 9시에서 10시로 바뀌었습니다. 도시에 살 때처럼 출퇴근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걸어서 15분 거리인데도 그렇습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도 출근해서 일을 합니다.
식구래야 고작 셋뿐인데 함께 밥 먹을 시간이 없습니다. 늦은 퇴근시간으로 제삿밥(?)을 먹고, 아침은 생식으로 대신합니다. 몸이 상할까 걱정됩니다. 그래 대보름 나물을 여럿 만들었습니다. 고사리, 취, 토란대, 호박, 가지, 고구마줄거리 등등. 어울리는지는 모르지만 전도 부치면서 ‘이거라도 먹고 힘을 내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아! 맛있다. 잘 먹을게요.”라거나 “여보, 고마워.”하면 좋을 텐데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아, 말이 있기는 있었습니다. “호박나물이 조금 싱거운 거 같은데……”
“……”
음력 1월 24일, 정희씨의 생일입니다. 올해는 양력 3월 9일로 화요일입니다. 그날만큼이라도 식구끼리 오붓하게 지내고 싶은데 평일입니다. 그래 토요일인 3월 6일에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로 합니다. 미역국을 끓여주고, 꽃과 와인, 케이크를 선물하고 외식하는 틀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사흘 전에 서귀포자연휴양림엘 올라갔습니다. 생태계의 정점을 보여주는 숲 안에 삼나무로 지은 숙소가 있습니다. 그곳의 방을 하나 예약하고 내려왔습니다. 편백나무 숲과 삼나무 숲, 그리고 노루가 뛰노는 곶자왈을 산책하고 싶습니다. 손을 잡고 산책하며 옛일을 이야기하고, 미래를 그려보고 싶습니다. 초를 밝혀놓고 폼나게 와인도 한잔 마시고 싶습니다.
그런데……. 너무 비싸답니다. 그러면서 바닷가에 있는 OO펜션이 낫겠다며 그곳의 가격을 알아보라고 합니다. 정희씨가 때때로 놀러가는 곳인 만큼 그곳이 마음에 드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어제 아침에 OO펜션엘 갔었는데 마침 예약되지 않은 방이 하나 있습니다. 그래 정희씨한테 전화를 걸어서 어디가 마음에 드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휴양림에 금요일로 예약을 해요.”합니다. 그래 의아해져서 묻습니다.
“금요일에도 늦게야 끝날 텐데 왜 그날로 예약을 해야 돼요? 그러면 캄캄한 산길을 올라가야 하는데.”말하면서 한숨이 나옵니다.
휴양림에 방이 여럿 있는데 정희씨는 4인용에 자고 싶은 것입니다. 4인용의 주중가격이 38,000원인데 주말엔 50,000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주말에 6인용 실, 85,000원짜리를 예약한 것입니다. 가격이 세니까 주중에 4인용 실을 이용하자는 걸로 알고 휴양림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4인용은 없고, 6인용은 예약되지 않은 게 하나 있는데 85,000원이랍니다. 금요일도 주말요금에 포함되는 모양입니다.
다른 날도 아니고 자신의 생일을 기념해서 추억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가격만 따져서 나와 다향이의 기분을 가라앉게 만듭니다. 뻔질나게 외박이나 외식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내가 허투루 돈을 쓰는 사람이 아닌데도 그렇습니다. 결국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것도 재미있게 살기위해서인데 그 사실을 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살림하는 사람으로서 비애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내가 살림을 시작하지 않고 경제활동을 계속 했었더라면 정희씨의 생일을 맞아서 다향이의 하루 희망사항을 들어줬을 텐데. ‘중문바다에서 요트를 탄 다음에 씨-푸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신라호텔에서 잠자는 것’이 다향이의 하루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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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맘
아내의 생일이셨나봐요..!!
이벤트 성공하시길 바라구요...!! 아내를 아끼고 사랑하는 맘이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따뜻한 글 기대할께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고맙습니다 천자맘님.
은지맘
이벤트 성공하시길 바라구요...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향복하세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예 은지맘님.
다향이랑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맘마미아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생일은 3월 9일인데
3월 6일에 이벤트를 할 예정입니다.
쏙이♡
아내분의 생일이신가봐요.
이것저것 많은 생각들도 오갔을거 같아요.
남자님 글을 읽으니 그 마음도 이해가 가는거 같아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출산뒤에도 직장생활을 하겠다는 아내의 의견을 받아들여
살림을 시작한 게 벌써 11년째.
애초의 계획대로라면 사회로 복귀했어야하는데
아이가 학교는 답답하다고 그만두기를 희망해서 기간이
엄청 늘어나버렸습니다.
아내를 배려해서 직장을 그만두고 살림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집에서 공부하기를 희망하는 아이한테 묶여있는
형국입니다.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을리 없겠지만
경제적주도권을 상실하고 보니 사람이 자꾸 쪼잔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때는 노래를 부릅니다. "아- 옛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