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때의 일이다.
첫사랑과 헤어진 나는 며칠 째 학교도 안 가고 방 구석에 틀어 박혀 나름대로 슬픔을 견디고 있었다.
나와 가장 친한 친구 B는 그런 내가 걱정이 되어, 평소 안하던 짓이 틀림없는 '문병'을 왔더랬다.
정말 처음있는 일이었다.
나는 실연녀답게 최대한 슬픈 목소리와 창백한 표정을 만들어 "혜어...졌...어..." 라고 말했다.
물론 입술을 떨며, 말꼬리를 늘어뜨리며, 고개를 최대한 푹 숙여주는 액션도 잊지 않았다.
B는 가만히 내 눈을 들여다 보더니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B는 바닥에 드러누워 CD를 뒤적였다. 나는 침대에 누워 벽을 보며 조용히 노래를 불렀다.
김범수의 보고싶다, 신성우의 사랑한 후에...등 등...
근데 어라~~@@
침대 아랫쪽에서 갑자기 훌쩍훌쩍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B가 나의 이별과 슬픈 노래에 흐느끼고 있는 것이다. 앗, 이럴수가~~
나는 역시 가수 뺨치는 실력을 가졌나보다. 노래로 사람을 감동시키다니...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나는 더 우울하고 물기 섞인 목소리로
더욱 더 애절한 노래들만 연달아 불러 제꼈다.
그리고 이오공감의 '한사람을 위한 마음'을 부르는데에서는 그만,
감정은 절정에 달아 나도 모르게 울컥, 울음이 새어나왔다.
어, 그런데 이것 좀 봐라.
친구 B는 아예 대놓고 펑펑 대성통곡을 하는 것이 아닌가.
벽을 보고 있던 나도 펑펑 울며 오래도록 눈물을 닦았다.
얼마쯤 지났을까. B는 그때까지도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내 노래가 그렇게 감동적이었나...??
나는 조금, 겸연쩍인 생각이 들었다.
"야, 미안해, 그만 울어! 이별을 겪으면 성숙해지겠지. 나 이제 슬픈 노래 안 부를게.
잘 견딜게. 근데 내 노래가 그렇게 슬펐냐??"
어라라~~
벽에서 고개를 돌려 침대 아래에 있는 B를 보는 순간, 나는 황당함에 진짜 엉엉 울고 싶어졌다.
B가 글쎄 거대한 푸른색 헤드폰을 낀 채, 그 속의 노래를 들으며 엉엉, 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 노래가 아닌,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내 이별이 아닌, 자신도 이별~~
B도 이별을 하고 힘겹게 나를 찾은 건 나중에 알았다.
그것도 모르고 나 혼자 센치해져서 쇼를 했다니~~
"이봐 친구B! 그래! 너는 사람을 기막히게 하는 멋진 재주가 있어.
지금 생각하면, 넌 감동이었어ㅡ정말~~엉엉~~~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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