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잠 자려고 누운 해민이가 물었다.
'나 아빠는 어디 있어?'
어렸을 땐 이모부를 간혹 아빠라고 부르더니
세돌 반이 지나고 우리 나이로 다섯살에 접어들자
드디어 질문들이 이어진다.
'응, 해민이는 아빠 대신 할아버지 할머니랑 살고 있지?
엄마 아빠랑 함께 사는 아이도 있지만
다른 가족과 사는 아이도 있어.
사람마다 다 다르거든?
해민이는 아빠 대신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이모부, 누나
이렇게 함께 살고 있지?'
이렇게 답을 하고 나서 아주 잠깐 가슴이 서늘해졌다.
독신자 입양의 어려운 점은
아이에게 한부모 가정을 이해시키는 것이 단순치 않다는 거다.
아빠가 돌아가셔서 하늘나라에 있는 것도 아니고
이혼으로 어쩔 수 없이 따로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아예 처음부터 아빠라는 존재가 '없다'는 사실.
지금이야 아빠의 부재보다는 다른 가족의 존재에 초점을 맞추어 얘기해 주지만
좀더 자라면 구체적인 설명을 해야 한다.
설명하는 방식과 내용도 중요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건 내 마음가짐이다.
무거운 내용일수록 가볍게 가자,
그러나 아이의 마음이 움직이는 섬세한 결을 간과하지 말자...
이런 생각은 하고 있으나 오~막막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신앙이 중요한 건데 점점 날라리 신자가 되어가고 있으니...
오늘 아침 밥을 먹으면서는 해민이의 세번째 같은 질문,
'나 엄마 뱃속에서 나왔어?'
창의성 없는 이 엄마는 또 같은 레퍼토리를 읊조린다.
'응, 해민이는 다른 엄마 배 속에서 나왔는데
그 엄마가 키울 수 없어서..'
여기까지 하자 지난번과는 달리
해민이가 몸을 흔들며 '아앙!'하고 화난 표정을 짓는다.
곧이어 늘 하는 말이 이어지자 다시 녀석의 얼굴엔 웃음이 감돈다.
'낳아준 엄마가 해민이 키워줄 엄마 찾아주세요, 하고 수녀님께 보냈거든?
그래서 수녀님이 엄마한테 이쁜 아기 데려 가세요, 해서
엄마가 얼른 뛰어가서 엉덩이에 까만 점이 있는 예쁜 아기를 안고
이모랑 누나랑 같이 차 타고 엄마가 운전해서 집으로 왔어!'
해민이 엉덩이엔 귀여운 까만 점이 있는데
하느님이 젤 이쁜 아기 엉덩이에 까만 점 찍어놓고
엄마한테 찾아가라 했다고 늘 말해주었더니 아주 재미있어 했다.
이제 조금 지나면 해민이가 우리 집으로 온 첫날인 '가족 탄생일'이다.
나의 무딘 감성이 해민이의 성장을 따라가느라 헉헉거리지만
이젠 아이의 역사를 제대로 써가야 한다.
옛날에 동료교사들과 우스개로 치매협회를 만들었을 때
내가 부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남부럽지 않은 건망증을 자랑했었다.
흐린 정신으로 총명한 아들과 어떤 얘길 만들어 갈지
나도 참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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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
엄마 뱃속에 태어났어?? 란 말에 마음이 뭉쿨해지네요
그럼 해민이는 엄마 마음속에서 해민이가 태어났단다 라고 말하고 싶네요...
솔직한것도 좋지만 지혜롭게 상처받지 않게 잘 부탁 드리고 싶네요,,
디토님 항상 웃는 날이 가득하길 바래요..^^
답글
제비꽃
디토님의 따뜻하고 깊은마음이
앞으로도 어려운일을 지혜롭게 헤쳐나갈수
있으리라 생각되네여
디토님 가정에 주님사랑이 함께하기를
기도합니다 ^^
답글
디토
제비꽃님 항상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응원해 주시니 더욱 용기가 불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