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일 부모님께 전화를 드립니다.
사남매 모두를 혼인시키고 쓸쓸하게 사는 두 분에게
안부전화를 드립니다.
어떤 때는 하루에 두번씩 전화를 드리기도 합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엄마, 무말랭이는 어떻게 만들어야 해요?"
"엄마, 도라지사왔는데 어떻게 만들어햐 돼?"
"고사리는? 씀빠귀는?" 툭하면 물어서 귀찮게 합니다.
만드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닙니다.
요리책이 없어도 인터넷만 열면 레시피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꼭 어머니의 도움을 필요로하는 건 아니지만 전화를 합니다.
자식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대부분의 시간을 텔레비전앞에서 지내는,
이제 늙고 병들어서 쓸모없게 됐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아직도 당신의 존재가 자식들에게 필요하다는 걸 각인시키기위해서
거의 매일 전화를 드리고, 조리법을 묻습니다.
"엄마, 요즘은 뭐해 드세요? 아, 나도 그거 해먹어야지."
너스레를 떱니다.
대부분은 오후에 장을 보는데 어제는 아침에 마트를 찾았습니다.
정희씨의 은행(농협)심부름을 가다가 같이 있는 마트에 들렀습니다.
마른반찬과 찌개는 있지만 나물반찬이 없다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부들부들하고 맛좋은 제주고사리와 매콤새콤하게 무칠 도라지를 샀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니한테 전화를 겁니다.
"엄마, 도라지 사왔는데 어떻게 무쳐야 맛있어요?"
"에구, 별 걸 다해먹네!"하면서도 볶아먹을 건지,
고추장으로 무칠 것인지를 묻고, 세세하게 알려줍니다.
"알았어요, 엄마. 고마워요."
"고맙긴. 맛있게 잘 해먹어."
"예, 엄마. 맛있게 무쳐서 보낼 테니 맛좀 보세요."
"그래, 고마워."
아침부터 빨래개키고, 장 봐와서 도라지를 무치고, 고사리를 볶았습니다.
다향이랑 '꼬마 니꼴라'와 '식객(김치전쟁)'을 보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오전 11시에 피아노수업을 받은 다향이랑 12시 정오에 집을 나섭니다.
영화 두 편을 보고나면 산책할시간이 마땅치 않으니까 영화관에서 집까지
걸어오기로 약속하고, 버스로 이동을 합니다.
준비해간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영화를 봅니다.
'꼬마 니꼴라'는 어린아이들의 내면을 잘 그린 그림책같지만
식객(김치전쟁)은 관람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편의 영화를 보고 길을 나섭니다. 결코 짧지 않은 길을 걷습니다.
중간, 중간에 다리아프다는 다향이랑 쉬었다가 걷고 또 걷습니다.
바다위로 얼굴을 붉힌 해가 가라앉고, 달과 별이 떠오릅니다.
어둠이 깔린 길을 부녀가 걷습니다. 이야기도 하고, 묵찌빠도 하고,
따로 걷다가 손을 잡고, 손을 잡고 걷다가 저만치 달려가기도 합니다.
목이 마르면 준비해간 귤도 까먹고, 물도 마시면서 걷습니다.
오후 5시 15분에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걷기시작했는데
오후 7시 45분에야 집에 도착했습니다. 꼬박 2시간 30분을 걸었습니다.
둘이 지쳐서 집안으로 들어섰는데 식탁위에 메모지가 붙어있습니다.
[점심 잘 먹었어요. 고사리, 도라지 맛있었어요.]
그리고 개수대엔 밥공기 하나란 수저 한벌이 놓여져 있습니다.
다향이랑 내가 영화를 보러 나간 뒤에 정희씨가 밥을 먹으라 다녀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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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샤시
밥상차리는 남자님~
항상 즐겁게 생활하시네요~~
오늘도 가족분들과 행복한 하루 만드세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고맙습니다 뽀샤시님.
님도 즐거운 나날을 버내리라 생각합니다.
은지맘
님글을 일고 정말 따스한 정을 느끼게됩니다..
부모님께 자주 전화드려야겠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더 하고 앞으로 소소한 일에도 부모님을 생각할것 같은 기분좋은 예감도 듭니다...
님 글을 읽고 항상 마음이 따스해지는건..님이 마음이 따스한 분이시기 때문일것 같다는 느낌..
저도 그 도라지랑 고사리 맛이 궁금한걸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이크.
나물의 조리법에 대해서 연구를 많이 해야겠는 걸요.
항상 사소한 일들이 모여서 큰 행복과 신뢰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쿨한여자
저두 잘 읽고 갑니다..
매일 전화 드린다느게 어찌 그리도 어려운지..
즐거운 주말 되세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그냥 습관으로 굳히면 간단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전화드리거나
아니면 점심식사나 저녁식사후
아이들의 목소리를 더 반가워하니까 아이들의 하교후엔
무조건 안부전화를 드린다는 식의 습관.
쭈니비니맘
^----------------^;;
아이키우기 바쁘다는 핑개로 자주 전화 못드렸네요,,,
저희 친정부모님은 넘 편해서,,,
저희 시댁부모님은,,넘 어려워서,,,
다시금,,,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글입니당,,
부모님들,,,다 저희 소식 궁금해 하실텐데,,,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연세가 많아질수록 부쩍 외로움을 많이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 작은 일에도 노여워하게 되고...
그 마음을 조금만 이해하면 좋을 듯합니다.
자연
정말 어머님 언제나 따님 전화 기다리시는것 같아요.
시어머님 말씀 아들 키워도 안된다고 딸 최고라고 말씀하셔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자연니이임.
전 아들입니다.
제비꽃
참 마음이 따뜻하시네여
요즘 자식들이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도 자주 안하지여
저 또한 더러는 자식들 전화 기다리다 삐지기도 한답니다 ^^
글을 읽으며 한편의 수채화를 보는 느낌 입니다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과찬의 말씀입니다 제비꽃님.
자식이 가까이서 부모님을 모셔야하는데
부모님은 경기도 안양에 사시고 저는 제주에 사는 관계로
할 수 잇는 일이라는 게 목소리를 들려드리는 것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