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일 오후에 다향이랑 산책을 합니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컨벤션센타까지 내려가서 오른쪽(중문해수욕장)으로 갈지,
아니면 왼쪽(주상절리와 대포항)으로 갈지 결정을 합니다.
어느 곳으로 가도 아름다운 제주의 남쪽바다(태평양)를 스쳐지나갑니다.
요즘 뜨고 있는 제주올레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코스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해가 구름뒤로 숨고, 바람까지 불면 체감온도가 뚝 떨어집니다.
온도계상으로는 분명 영상의 날씨인데도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림니다.
(바람이 자고, 해가 나면 가을점퍼를 입어야할 정도로 따뜻하지만)
그런 날이면 바지 안에 여자들이 입는 레깅스같은 걸 껴입고 나갑니다.
며칠 전에도 그랬습니다.
집안에 앉아있는데 우웅, 우우웅. 바람이 불고 나뭇가지들은 금방이라도
찢겨져나갈 것처럼 비명을 지릅니다.
"다향아, 산책가게 준비하자."
말해놓고 팬티위에 레깅스(?)를 입습니다. 그리고 양말을 신고,
운동선수들이 즐겨입는 긴 점퍼에 털모자, 장갑까지 단단하게 준비해서
산책을 나섭니다.
언제나처럼 다향이랑 산책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다향이가 말합니다.
"아빠, 아빠 양말이 다 보여."
"그래 왜 그러지?" 대수롭지 않게 말하면서 발을 내려다 봅니다.
정말 등산화위로 양말이 도드라져 보입니다. '보기 좋지 않은데...'
그리고 몇 발자국 더 내딛는데... 아뿔사! 종아리가 시립니다.
뭐에 홀렸는지 모르지만 레깅스(?) 위에 바지를 입지 않았습니다.
그냥 레깅스에 양말만 신고 외투를 걸친 것입니다.
"다향아, 아빠가 미쳤어, 미쳤어..."
손담비노래를 부르면서 얼른 집으로 뛰어가 바지를 껴입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집에서 몇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단지 안이었고,
허리께까지의 점퍼가 아니라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점퍼차림이었습니다.
정말 망신살이 뻗칠 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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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지맘
ㅋㅋ그래도 긴점퍼를 입으셨다니 다행이었네용..^^
님의 글을 읽을때마다 정말 소소한것에도 즐거움이 있다는걸 느낍니당,,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휴우! 긴 점퍼차림이었다는 것에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작은 일에 감사하며 즐겁게 살아야지요.
어차피 하늘에서 돈벼락을 맞을 일도 없을 테니까...???
뽀샤시
흐흐흐 그러실수도 있지요^^;
오후시간도 즐겁게 보내세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중문바닷가로 해서 신라호텔까지 4km.
호텔 안의 가족문고에서 한두시간 책을 읽고
돌아오기를 반복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합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해안에서 출렁이는 파도,
그리고 갈매기들...
꼬야
다향이와 아빠의 사이가 정말 부럽습니다.
저희 아이들과 아빠도 님처럼 그렇게 즐겁고 고민까지 상담할수 있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에 잠겨봅니다.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아빠가 일에 치여서 그런게 어려울 것입니다.
저처럼 집에서 생활하는 분은 많지도 않고,
젖먹이 때부터 돌본 분은 더더구나 없으니까요.
하지만 '눈높이를 맞추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요.
아빠가 어릴 적 - 부모님은 바빠고 혼자 놀던 때 -를 생각하거나
아이와 놀아주는 게 아니라 같이 논다는 사고의 전환 등이 필요하지요.
관계는 서로 길들이고 길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도요.
분꽃
푸하하하 ~~
다향이 말에 아빠는 혼비백산 하셨군요
그 모습을 상상도 해보면서 즐거운 산책길 이셨을것 같습니다......................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