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래도 아들한테 한번 가보려했는데 서울 갈 일이 생겼다
트렁크 하나 가득, 가방 하나 가득 어깨가 빠지게 짐을 챙겨 가, 강남, 목동 등등등 지하철을 갈아타며
볼일을 보고 아들의 원룸에 갔다.
문을 열자 훅 풍기는 퀴퀴한 냄새............. 아들은 아직 학원에서 돌아오지 않았고..
부서지는 어깨와 피곤함을 몰아내고 아들이 모아놓은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하고 화장실 소독을 하고 청소를했다.
떨어져사는 어미의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고..
'어? 엄마 왠일이야?'
의심많은 엄마는 혼자사는 아들이 혹시라도 불량한 일에 휘말렸을까봐 알리지 않고 몰래와서
염탐했는데, 아들은 공부에 찌든 얼굴로 엄마를 반갑게 맞는다..... 미안했다..의심해서..
'등 좀 지지고 싶어서 그래'라고 늙은 척 내가 방바닥을 차지하고자 했는데
아들은 극구 제 침대를 내게 양보했다. 싸우다 지쳐 침대에 누워,바닥에서 잠든 아들을 보았다.
저물어가는 여드름자국,, 파르스름한 수염자국, 으응.....하고 뒤채는 잠든 아들...
눈물이 핑돌아 아들의 잠든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왠일인지 아들을 처음 만났던, 그때가 생각났다.
내게는 야박했던 시어머니가 태어나지 않은 손자에게는 지극해서 당시에는 우리나라에서 최고라는 산부인과를 고집했다. 덕분에 강북에 살던 나는 강남까지 진찰받으러 가느라 고역이었지만,..
게다가 부장님 특진까지..
뱃속에서 거꾸로 누었다고 아예 제왕절개를 예약했기에 나는 아기를 낳은게 아니라 꺼냈다.
마취 후 깨어났을때 내 손목에 채워져있던 [남]이라는 표시....... 난, 솔직히 그때까지 내가 아기를 낳았다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첫아기라서 그랬나,,, 솔직하자면 엄마가 되었다는건 기쁨보다는 두려움이었다.
내가 한생명을 책임져야한다는건, 엄마가 되었다는건 , 막상 닥쳐보니 어마어마한 두려움으로 날 덮쳤다
산후우울증도 있었다.
경험이 없었기에 노심초사 , 안절부절, 전전긍긍 , 최고급을 고집하는 이기심도 있었다.
젖이 안나오면 안나온다고, 아기가 똥을 안누면 안눈다고 , 아기가 잠을 많이자도 걱정, 안자도 걱정
매일 매일 신경이 뻗치고 그래서 아이 아빠와 싸움도 잦았다.
아들을 키우는 일은 하나부터 만가지나 생경했고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그만큼 집착도 컸다.
첫사랑이었으니까......... 오롯이 주는 사랑은 처음이었으니까..
두번째로 낳은 딸은 그래서 훨씬 수월했다 . 키우기가.. 내가 넉넉한 마음이니 아기도 넉넉한 품성이됐다.
아들은 이기적으로 컸다. . .. 그런데도 책임감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왠지..
'아들... 나중에 엄마를 책임지란 말 안해.. 엄만 엄마를 책임질수있거든.그런데 엄마가 공부 열심히 하란말은 네가 엄마 아빠보다 나은 인생을 살길 바라기 때문이야.. 무슨 말인지 알아? '
아들은 눈을 감고 끄덕거렸다.
아들의 여드름 자국이 있는 얼굴을 쓰다듬었다.........언제 이렇게 컸을까 내 아기가..
아침에 학교가는 아들을 배웅했다
'엄마, 추워 들어가' '알았어' 해놓고 등짝이 넓은 우리 아들의 뒷모습이 사라질때까지 바라보았다.
뒤돌아보지 않고 걷던 아들이 골목을 꺾을때쯤 돌아보았다.
하염없이 서있는 내 모습을 보던 아들이 손을 흔들었다.............
아들이 학교 간 사이, 책상을 정리하다가 가정환경조사서를 봤다.
주소 전번 등등 묻는 난을 지나,
어머니와의 관계는? 이라는 난에 [최상]에 동그라미를 쳐놓은걸 발견했다.
그 아래 아버지와의 관계는 ? 에는 [중]에 동그라미가 쳐있었다.
어머니의 장점과 단점을 쓰시오 라는 난에 [장점 : 친구같다 / 단점: 장난이 지나치다]..라고 되어있었다.
아버지의 장점과 단점난에 대한 글은 생략................... 아들이 심하게 솔직하게 써서 여기 옮기기가 좀 그렇다.
부모님의 관계는? 난에는 [ 서로 안보는 사이] 라고 써놔서 날 웃겼다
아들이 16개월 때 , 너무 일찍 동생을 본 탓에 놀이방에 보내게됐는데,,,
두돌쯤 지났을까...유모차에 아들을 태우고 등에는 딸을 업고 놀이방에 가는데
아들이 갑자기 유모차에서 내려달라고 하더니, '엄마 가! 혼자 가꺼야' 라는게 아닌가...
아마 그때가 정신적 이유기였나보다...
그래도 몰래 뒤따라갔더니 아들이 눈치채고 '딸라오지 말랑까!!! '라고 성질을 부렸었다.
그게 참 기억에 남았었다. 웃기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분하기도 한,, 이상한 감정때문이었을거다
그때는 내 아기가 내 품을 벗어나는구나 하고 서운했는데, 지금, 올해 열아홉에 접어든 고3 내아들이,,
혼자 자취를하는 꼴을 보니,,,,,,,,,, 서운한게 아니라, 미안하고 서글프고 안타깝다..
엄마보다 20cm는 더 큰 아들이, 하루라도 면도를 안하면 수염자국이 디러운 내 아들이,,
내 눈에는,,,,,, 그래도 여전히 '따라오지 말랑까!'라고 외치던 20몇개월때의 그 모습 그대로 박혀있다.
난 어제,,,,,,,,,, 뒤척이는 내 아들에게 ,, 후끈후끈한 방안에서 , 그래도 이불을 여며주느라,,,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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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지맘
저도 님처럼 예전생각하며 아이를 볼때가 있겟지요?
님이 잠못드신 이유를 조금은 알것 같네요...
아들이 엄마마음 아주 잘알것 같은걸요~
답글
뽀샤시
저도 2세 만들어서
또 다른 행복을 느끼고 싶네요^^;ㅋ~~
답글
션~
저두 갑자기 집에 있는 아들들 생각에 짠~해지네요..
일하는 엄마덕에.. 방학내내 저희끼리 식사챙겨먹구.. 학원에 가는게 못내 맘에 걸리는데..
아직 한참 어린애같다가도 부모생각하는 기특한 모습보면..언제 저렇게 컸나싶고 그런 요즘예요..
어머니의 속깊은 마음.. 아들도.. 다 알거예요.. 엄마의 맘을 아니까.. 그렇게 홀로 열심히 생활하고 있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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