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한 3주간의 여행 10.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09-09-22 09:58

조회수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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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일]


<아빠>

어제 밤에 늦게까지 작업했음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한꺼번에 몰아서 글을 올리다 보니 미진한 부분도 있고,

사진에 대한 설명도 추가되어야할 것 같다.

눈을 뜨기가 무섭게 진한 커피를 마시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초등학교 1학년생인 유리가 학교에 간다.

지난밤에야 다향이랑 친해졌는데 작별인사를 하려니 아쉽다.

다향이는 나보다 더하겠지?

지금도 때때로 승주에 사는 다영이, 다경이랑 남돌이얘기를 한다.

이럴 때면 ‘학교에 보내야 되는 게 아닌지?’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오전 11시에 후배의 집을 떠난다.

가을에 제주에 온다니까 그때 빚을 갚기로 하고 독립기념관을 찾아간다.

멀리서 보기는 여러 번 보았지만 한 번도 들린 적이 없는 기념관을 아이와 함께 간다.

독립기념관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잠깐 다녀갈 곳이 아니라 온종일 찬찬이 살펴봐야할 곳인 것 같다.

서둘러서 구경한다고 했는데도 꼬박 4시간이 걸렸다.










아침에만 해도 독립기념관을 보고, 병천으로 이동해서 병천순대국을 먹고,

유관순기념관을 둘러볼 생각이었는데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독립기념관에서 판매하는 호두과자로 점심을 대신했는데 맛이 영 시원치 않다.

천안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 있는 백화할머니호두과자가 그리워진다.


‘왜 맛없는 지역특산물을 판매할까?’

이문을 적게 남기더라도 훌륭한 것을 팔아야 계속해서 명성이 지켜지고,

장기적으로도 훨씬 나을 텐데….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유관순기념관은, 독립기념관을 먼저 보아서인지 그저 그랬다.


유관순기념관을 나와서 대전으로 방향을 잡는다.

수분님 퇴근시간에 늦을까봐 부리나케 달려갔는데 한참을 기다렸다.

‘공연히 바쁜 분을 더 정신없게 만드는 게 아닐까?’ 염려된다.

수분님을 만나서 천장스님이 계시는 관음정사로 간다.


지난해 처음 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자애롭게 대해주시는 스님이다.

때때로 카페에도 들어와 좋은 글도 많이 남겨주시고.

스님과 저녁공양을 하고, 차를 마시는 동안 수분님은 보살님들을 지도한다.

무엇인지 궁금하지만 불당을 훔쳐보기도 그렇고,

스님과 대화하느라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다만 어제도 새벽 2시까지 근무하셨으면서도

또 퇴근 뒤에도 일을 하신다는 게 놀랍다.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고.

보살님들이 돌아가고, 천장스님, 수분님과 차를 조금 더 마시고 헤어진다.

다향이랑 수분님 아들인 기원이는 TV를 원 없이 본다.


 수분님이 돌아가시고 잠자리에 눕는다. 새벽 1시다.

내일은 수분님이 대전 곳곳을 구경시켜주기로 했다.

지난해 대전에 잠깐 들렀다가 ‘큰 도시지만 딱히 볼만한 게 없고,

먹거리 또한 그렇다’고 쓴 게 걸렸던 걸까?


예를 들어 담양하면 ‘소쇄원’, 남원하면 ‘추어탕’과 ‘광한루’,

전주하면 ‘비빔밥’이 떠오른다.

그럼 대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얘기했던 것인데.

지난해에 이틀을 묵으면서 “이 마을에서 꼭 먹어보아야 할 음식이 무엇입니까?”

그런데 어느 누구도 대전을 대표할 만한 음식이 없다고 한다.

"꼭 구경해야할 곳은 어디입니까?" 물어도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모든 음식이 맛있어서일까?

그래도 벌교의 꼬막처럼, 순천의 낙안읍성처럼

고장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다향>

선암민박에서 다경이랑 다영이랑 남돌이랑 같이 놀았다.

그런데 남돌이가 발톱으로 자꾸 할퀴어서 남돌이의 손을 때려주려고 손을 잡았다.

그런데 남돌이의 손을 자세의 보니까 손이 조금 갈라져있었다.


아무래도 자갈밭을 걷다가 찢어진 것 같았다.

그래서 다영이한테 애기를 했다.

그랬더니 신문지로 남돌이의 신발을 만들어 보자고 했다.

그래서 나는 찬성했다.(물론 다경이도 찬성했고)

그래서 드디어 시작을 했다.


다경이는 남돌이를 들고, 다영이는 신문지로 남돌이의 앞발을 싸고,

나는 싼 신문지에 테이프를 붙였다.

이제 테이프를 한 개만 붙이면 되는데 남돌이가 그걸 못 참고

신문지신발을 휙 빼버렸다.

그때 다영이가 이런 소리를 냈다.


“안 돼. 얼마나 어렵게 만든 건데”

그러고도 몇 번이나 만들었지만 계속 실패했다.

또 실패하자 화가 나서 신발을 휙 빼버렸다.

신발은 그만두고 모자 만들기에 도전했다.

그 시각에 다영이는 옷 만들기에 도전했다.


옷하고 모자를 입힌 남돌이의 모습이 꼭 대감님 같았다.

(왜냐하면 남돌이는 수염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일기는 다영이네 집에 있을 때 놀기에 바빠서 쓰지 못한 일기다.

그래서 지금 썼다. 밤 11시 57분.

 ‘아함 졸려 이제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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