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책-링

글쓴이 또미

등록일 2009-08-17 12:12

조회수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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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링'영화를 보고 거짓말 안 하고 석달열흘 정도 시달렸었다. 그냥 멍하니 있다가도 불현듯 생각이 나서 무서워지고 그랬다. 머리 감을 때도 눈을 못 감고, 샤워기를 틀어 놓고 발가락을 쳐다보면서 머리를 감았다. 엘리베이터에 걸린 거울은 절대로 쳐다볼 수 없었고, 밤 늦은 시간 애국가가 울려퍼지면 황급히 텔레비전을 케이블로 돌렸었다. 지지직하고 화면이 무너질까봐 무서웠기 때문에.

 

그렇게 나는 공포영화 내지는 공포소설 종류가 너무도 싫었다. 예민하고 섬세한 사고 같은 거와는 거리가 먼데, 어찌된 일인지 공포영화를 본 후의 잔상은 너무도 생생하여, 오래오래 내 곁을 안 떠났다.

 

그랬는데 말이다. 지난 주 목요일 신문기사에서 공포, 추리, SF소설 어쩌고 하는 기사를 보고 말았던 거다. 참 누가 썼는지. 정말 사람 홀리게도 잘 썼다. 그 기사를 세번인가 네번인가 되풀이해서 읽었다. 그래, 자고로 삐기질을 하려면 글도 이 정도는 써줘야 하는거다! 무릎을 탁 쳐가면서.

 

그 길로 도서관에 가서 기사에 나온 책과 작가를 샅샅이 뒤졌다. (음..샅샅이 라는 건 거짓말이다. 메모를 못해서 가물거리는 기억에 의지했기 때문에 사실 있는지 없는지 확신은 못하겠다;;) 우리 동네 수준이 너무 고상해서인지 거기엔 기사에 나온 작가도 책도 없었다. 그래, 뭐 딴거 좀 아끼고 이참에 한번 사봐야지. 하고 돌아서는데 눈에 띈 것이 '링'이라는 제목을 단 세권의 책.

 

영화는 보여지는 것이기에 무섭고, 책은 글자이니 안 무섭다고, 무서울리 없다고 나에게 최면을 걸었다. 무서워 봤자 글자인데 뭐. 그래서 펼치게 된 링 1, 2, 3.

 

1권은 무서웠다. 영화의 잔상이 아직도 남은 것인지 거의 덜덜 떨면서 봤다. 세세하게 묘사된 배경과 비디오 내용은 이미 봤던 거였는데, 책이 더 사실적이고 꼼꼼하게 묘사돼 있어서였는지 너무 무서웠다. "안 하면 되는데 꼭 한다" 공포영화나 공포소설이나 주인공들은 항상 그렇다. 하긴 안 하면 안 되는거지만, 그렇게 간질간질 공포의 순간으로 사람을 몰아가는 거겠지.

 

다 풀렸다 싶은 과정과 결말은 예상과는 또 달랐다. 자연스럽게 2권으로 훅훅 넘어간다. 2권은 1권과 상당히 다르다. 기묘하지만 1권처럼 극한의 공포는 생기지 않는다. 더 큰 공포는 '이것'이라고 우기고 있지만 여기서부터는 어쩐지 맥이 좀 빠진다.

 

마치 헐리우드 영화처럼 화려하고 스케일은 크지만 알맹이는 좀 허무맹랑해진다. 물론 이런 일은 충분히 있을 법하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내가 모두 알고 있지 못한 거야 당연한 일이니까. 그런데 말이다. 링 바이러스로 7일만에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난다는 건, 책이 던져주던 "그럴것 같다"는 믿음을 무참히 깨놓은 건 사실이다. 아무리 거기에 과학적 설명을 곁들여도 과학적인 인물이 또 다른 주인공으로 등장해도, 작가가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건 우연이 아니고, 겉으로는 사람들이 바라지 않는 일처럼 보이는 일에도 사람들이 바라고 원하는 잠재의식이 스며들 수 있다" (맞나?)는 식의 부연설명이나 의문을 던져주어도 말이다.

 

3권은 아직 다 못 읽었는데 1, 2권과 또 다르다. 이렇게 비슷하지만 다르게 링으로 연결된 세 편의 책. 작가는 제목을 정말 알뜰하게도 써먹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제는 기사에서 추천했던 작품들을 구해서 읽어봐야겠다. 이제 겨우 한편의 책을 읽고 일본 추리, 호러, 공포소설에 대한 평을 하는 건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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