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출발하자면 오롯이 하루를 까먹어야 되기에,
차라리 잘 시간을 아끼는게 낫다 싶어서 늦게까지 일을 해치우고
밤 11시에 출발했다.
네비게이션에서는 새벽 4시 20분에 도착예정임을 알리고 있었지만,
밤의 고속도로는 무인카메라만 잘 피하면 아우토반이다
밤 12시가 넘자 도로엔 거의 대형트럭들이 달린다. 택배회사, 프랜차이즈 회사의 재료배달차량
등등... 밤을 지새워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고마운 차들이다.
김천을 지나자 슬슬 등과 어깨가 뻐근해져 왔다. 문경쯤이 집까지의 하프라인을 좀 넘긴 지점이라
문경휴게소에서 잠깐 멈추었다. 대략 130km로 달린 결과 문경에 도착했을때가 1시 30분 무렵이었다.
밤공기를 쐬며 온 몸 운동을 하고 뜨거운 커피 한잔을 마시고 차에도 든든하게 먹이를 주고 다시 출발했다.
괴산을 지날때쯤 안개가 습격을 했다.
짙고 깊은 밤중, 귀신처럼 스며드는 안개는 좀 으스스하다.
아무도 없는 차안, 룸밀러에 비치는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의 모습, 돌아보면 없고...이런 얘기가 언뜻 떠올랐다.
중부내륙고속도로는 앞뒤로 차가 한대도 없고 쌍라이트레 비친 산 굽이와 차로 덮쳐오는 안개..안개...
운전을 한지 세시간이 지나자 등짝과 어깨와 뒷덜미가 견딜수 없이 아파왔다.
하루종일 ,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 쉬지도 못하고 운전을 했더니,, 역시 나이란 속일 수 없다. 예전엔 이쯤이야 까딱도 없었는데.. 에휴..
어서 집으로 돌아가 내 침대에 편하게 누워 자야지.. 얼른 가야지... 하다보니 엑셀레이터 밟는 발에 힘이 들어가서 나도 모르게 145km까지... 커헐.. 이넘의 차는 고속도로 용이라니까..
시내주행을 할때면 털털거리며 고물차티를 내는 것이 고속도로만 타면 안정감이 있고 미끄러지듯이 나가
서 속도계를 확인안하면 순식간에 140km이상으로 올라가버린다..
안개를 헤치며 여주쯤 이르자 반대편 차선에 차들이 정체되어 꼼짝을 않고 있었다
헐헐... 새벽 두시가 넘은 시간인데... 동해안가는 영동선쪽 차선이다.
금요일이라고 밤늦게 휴가지로 출발한 모양인데.. 그런 생각을 한 사람들이 꽤 많은가보다. 꽉막혔다.
등짝과 뒷덜미는 점점 뻣뻣해지고, 잠은 오지 않지만 눈이 꺼끌거리고 시거워졌다. 빨리가서 씻고 자자.
울 딸냄 궁뎅이를 투덕거리며..
집으로 돌아올때마다 30분 이상을 막히던 구리에서 내부순환로 타는 길도 쉼없이 한방에 속시원히
타버렸다. 아이고 통쾌해라. ..
집에 돌아오자 새벽 세시 15분. 예상시간을 한시간 이상 단축했다.
파김치가 되어 서류가방과 옷가방을 들고 현관문을 열려는 순간????????
지금 이시간에는... 각자의 방에서 엎어지고 자빠져서 배꼽을 내보이면 편하게 잠든 아이들의 숨소리만
새근거려야 하는데........
와하하하하하!! 와글와글와글 하고 현관문틈으로 쏟아져 나오는 이 소음의 정체는???? 새벽 세시가 넘은
이 깊고 깊은 오밤중에 말이다!!!!!
띡띡띡띡띡 키를 누르는 소리에 안쪽의 소란이 딱 멎었다.
현관문을 열자 제일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은 현관에 수북하게 쌓인,, 운동화!!! 쓰레빠!!! (슬리퍼보다 실감나는 단어가 쓰레빠다. 이 순간에는!!)
순식간에 훑어봐도 대략 10여 켤레는 넘게 보였다
그리고 이어 거실에 널부러져있거나 기대있거나 자빠져있거나 하면서 tv를 보는,, 시커먼 장정넘들의 모습.
엄마 왜왔어?
상당히 당황한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왔어????? 출장갔다가 돌아온 에미한테 왜 왔어? 저 샹느메새퀴, 넌 디졌다
일요일날 온다매!! 아들의 당황해하는 목소리에 부시럭거리며 일어나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장대같은 녀석들.. 간혹 아들방에서 튀어나오거나 안방에서 튀어나온 녀석도 있었다.....
엄마!!! 시커먼 바리톤 음색들 틈에서 부드럽고 달콤하고 새된 딸년의 목소리가 반갑게 날아와 꽂혔다
딸뇬까지 안자고 있었던 것이다...
딸뇬은 운동화를 튜닝중이었는데,, 나중에 사진을 찍어서 올려야겠다. 기가막히게 잘 만들어서
내게도 선물했다 아무튼...
편안한 마이 스윗홈에서 샤워 후 편한하게 자려고 하던 내 귀가는,,, 에미의 귀가날짜를 잘 못알고
친구녀석들을 잔뜩 데리고 와 밤새도록 축구시청과 축구게임으로 날밤을 새고 그날 새벽 6시에 서늘할때 축구를 하러 가기로 한 아들녀석때문에 ,, 왕창 깨지고 말았다.
쉴새없이 켜놓은 에어컨... 나중에 딸의 증언에 따르면...아들넘과 그 친구들은 울 집에서 에어컨을 맘껏
틀고 피서를 한 모양이다...하루종일, 맨날맨날 켜놓았다고 딸이 고자질을 했다...ㅠㅠ
싱크대에 설거지거리 수북,,, 걷는 걸음걸음 밟히는 먼지.. 세탁기에 넘쳐나는 세탁물들...
너무 피곤해서 딸을 데리고 안방으로와서 잠을 잤다.
오전 10시가 다 되어 잠이 깨었다. 역시 무리해서인지 온 몸이 녹작녹작 뻐근뻐근했다.
거실엔 새벽의 그녀석들이 그대로 있는게 아닌가?
새벽에 축구간다더니? 갔다왔어요!!
축구하고 울 집으로 다시 씻으러 온것이다...
닷새간 출장을 갔다온 결과, 아들 넘과 그 친구들에 의해 점령당했던 집구석은
텅빈 냉장고와 쑥대밭이 된 방들과 설거지 산을 이룬 주방과 수건 한 장 남지않은 목욕탕과
세탁기가 넘치도록 쌓인 빨래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오늘,,, 세탁기 두번 돌렸다......
아들 친구넘들은 또다시 놀러오겠다는 친근한 인사를 했다....
그냥,, 두어서너 넘만 와도 덜 힘들겠는데, 이넘들은 축구를 하기때문에 열명도 넘게 뭉쳐다닌다...
출장다니는 것 보다... 집에 와서 일하는게 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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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토
아 나도 입양캠프 갔다 와서 엄청 피곤한데 이 글보니 로그인 안 할 수가 없네..
어떻게 글을 쓰면 이렇게 리얼리스틱 시트코믹할 수 있단 말인가.
넌 디졌다 소리 들을 때마다 아들님은 더욱 튼튼해지는 듯..누봉님 감동이오...
답글
누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