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친정 엄마께서는 이 더운 날에 태어나셨습니다.
음력으로 6월 중순 끝 무렵이니 대체로 양력으로 치면 7월 중순에서 8월 초가 됩니다.
해마다 엄마 생신에는 대구에 내려가는데, 저 혼자만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다른 약속을 하나 더 만들어서 갈 때가 많습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일요일에는 친구 하나랑 영천 은해사와 그 주위 암자를 둘러
보자고 약속을 해 두었지요.
올해는 윤달이 있어서 여느 해보다 생신이 늦습니다.
생신 날 아침이면 큰 아들네, 작은 아들네가 각각 음식을 들고 집으로 와서 다 함께 먹고,
생일 케익에 촛불을 밝히고, 둘러서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면 손주들과 촛불을 불어
끄고 (주로 손주들이 촛불을 서로 다투며 끄지만), 손뼉을 치고, 케익을 한 점 씩 먹고는
앉아서 놀다가, 점심은 한우고기로 유명한 산내로 가서 갈빗살을 양껏 먹습니다.
그러면 엄마는 그 자리에 없는 딸들과 사위들과 손주들을 생각하며 마음 속으로
서운해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것을 못 먹다니...’ 하시면서.
어느 집에서나 어른의 생신이면 있을 법한 그런 풍경이겠지요?
우리 애들도 어릴 때에는 거의 데려갔는데, 고교생이 된 이후로는 주로 저만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종종 말씀하십니다.
“너희들 키울 때에는 우리가 딸 부잣집이었는데, 어떻게 된 게 이제는 딸들 보기가
힘이 드는구나!”
그러면 저는 대꾸합니다.
“그래도 아들들이 가까이에서 살고 있어서 자주 들여다보니까 엄마는 행복하신 거야.”
올해는 엄마 생신을 앞두고 큰아들 작은아들이 다 일이 있다고, 오늘 (금요일) 미리
축하를 한다고 했습니다. 큰 아들은 장인이 엄마와 생일이 같아서 해마다
그 집(아내가 1남4녀의 장녀)이 생일 잔치를 당겨서 하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1박2일로 어디 간다고 합니다.
작은아들 역시 주말에 친구들과 휴가 계획이 있는 모양입니다.
큰 누나인 제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큰 남동생이 먼저 말했습니다.
“평소에 자주 찾아뵙는데, 생일날 하루 안 간다고 머...”
“그래라. 내가 토요일에 가서 일요일 아침에 같이 밥 먹으면 되지.”
남동생 둘이 가족 다 함께 번갈아가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부모님 댁에 들러
저녁을 먹거나, 바깥에 나가서 사 드리기도 하는 것을 보며, 저는 늘 그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그들은 아들로서 며느리로서 당연히 할 일을
하는 것이겠지만, 멀리 떨어져서 산다는 이유로 생신 때에도 종종 빠졌던 저로서는
할 말이 없을 수밖에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고는 남편이 말했습니다.
“그래도 생신인데, 왜 그날 다른 약속을 해 두었대?”
내 동생들의 일인데 그가 뭐라고 하는 자체가 싫었어요.
남편은 자기 부모님 생신 때에는 웬만하면 빠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몇날 며칠 전부터 거기에 대하여 저에게 말하고는 합니다.
우리가 내려가기 어려울 때에는 부모님들을 우리 집으로 오시게 할 때도 있지요.
해야 할 일은 하는 나에게 그러한 남편의 태도는 저절로 반감이 들게 했고,
어느 때부터인가 친정 부모님 생신에 가자는 말을 그에게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마음을 상하기 싫었고, 아예 그런 마음을 비워 버렸다고 할까요.
그렇게 하니 내 행동이 오히려 자유로워졌습니다.
그렇지만 큰사위를 늘 든든하게 생각하시는 엄마께는 본의 아니게
조그만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일이 있어서 못 내려왔다느니 하는...
이번에도 아마 저를 보자마자 가족들 밥은 어떻게 하고 왔느냐는 걱정을
먼저 하시지 않을까 싶어요. 지난번에 전화했을 때, 내려간다고 하니
더운데 뭐 하러 내려오냐고~ 오지 말라고 하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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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하루
부모님 마음은 언제나 똑같은신것 같아요.
자식이 나이가 많아져서 중년이 되도 부모님에겐
항상 걱정이 되는 어린자식으로 보이시나 봐요.
답글
초승달
꼭 생신날이 아니더라도 부모님 생존해계실때 한번이라도
더 찾아뵙고 전화도 자주드리고 그렇케
후회없는 자식이 되길 바랍니다
이세상 부모마음 다같은마음~~~ㅎㅎ
답글
소엽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