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잡곡밥
“와! 내가 좋아하는 하얀 밥이다.”
다향이가 펄쩍펄쩍 뛰면서 소리를 지릅니다. 그 순간 식당안의 사람들이 모두 우리 테이블을 쳐다봅니다. 정희씨와 나는 공연히 민망해집니다. 그도 그럴법한 일이지요. 네 살 바기 아이의 입에서 제 부친이 어렸을 적에 했을 법한 말이 튀어나왔으니까요.
재작년에 있었던 일인데요, 다향이는 집에서 흰 쌀밥을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정희씨가 아이를 가진 1998년 여름부터 100%잡곡밥을 지어먹기 시작했으니까요. 지금은 현미 반에 현미찹쌀 반, 거기에다 콩 보리 조 수수 팥 기장 흑미 녹두를 섞어 밥을 지어먹습니다.
하지만 처음엔 실수도 많았습니다. 팥은 미리 삶아 놓았다가 밥을 지어야 하는 것도 몰라 계란프라이로 끼니를 때운 적도 있습니다. 또 조나 기장에는 웬 모래가 그리도 많은지요. 쌀을 안칠 때마다 열심히 조리질을 해야 했지요.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잘 정제된 혼합잡곡이 없었습니다. 각 재료들을 따로 구입해 밥을 안칠 때마다 조금씩 덜어내 사용해야 했지요.
이렇듯 잡곡밥을 먹으면서 가족들의 면역력이 강해진 것 같습니다. 또 변비로 고생하던 정희씨의 증세도 많이 호전되었고요.
2. 효소.
“아빠, 쑥 주스.”
어디서부터 달려왔는지 다향이가 가쁜 숨을 몰아치며 ‘쑥 주스’를 달라고 합니다. 여기서 다향이가 말하는 것은 공장을 거쳐 나온 주스가 아닙니다. 내가 직접 채취 해다 발효시킨 효소를 일컫는 것이지요. 다향이는 유아 때부터 쭉 효소를 먹어왔습니다. 그래서인지 효소를 주스라 부르고, 몸도 매우 탄탄하지요.
쑥과 흑설탕을 항아리에 켜켜이 쌓습니다. 그리고 맨 위에는 쑥이 보이지 않도록 흑설탕을 수북이 덮어둡니다. 그 위에는 납작한 돌을 얹어놓고 항아리입구는 한지로 막습니다. 그렇게 하룻밤을 재운 뒤 돌을 꺼내고, 쑥이 보이지 않도록 다시 흑설탕을 덮은 뒤 역시 입구는 한지로 막아둡니다.
햇빛이 들지 않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보름정도 항아리를 놓아두면 효소가 잘 익습니다. 그것을 건더기는 건져내고 효소만 병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해 둡니다. 쑥 건더기에 소주를 부어두면 서너 달 뒤에는 한약 같은 술이 만들어지니 버릴 것이 하나도 없지요.
나는 효소를 자주 만듭니다. 철마다 아카시아 꽃, 매실, 인진(사철․약)쑥, 유기농포도, 모과 등을 사용해서 효소를 만들지요. 그것을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갈증이 생길 때마다 찬물에 희석시켜 마시는 것입니다.
효소는 사람이 마시면 소화와 정력에 좋습니다. 민간보약이라고나 할까요. 조미료로 쓰면 흰 설탕보다 맛이 깊고, 미네랄도 풍부하며, 불고기 등을 만들 때 희석시킨 효소를 사용하면 육질이 더 부드러워지고 맛도 좋아진답니다.
특히 쑥으로 담근 효소는 여성들에게 좋습니다. 쑥이 사람의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성질을 갖고 있으며, 또 철분이 풍부해서 출산과 생리를 하는 여성들에게 효과가 좋지요.
3. 육젓.
우리 집에서는 일체의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잡곡밥과 마찬가지로 정희씨가 아이를 가진 1998년 여름부터의 일인데요, 그게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더라고요. 이미 화학조미료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입맛을 바꾸는 것도, 또 간장과 소금만으로 맛을 내는 것도 여의치가 않았지요.
그래도 이왕에 시작한 것, 끝까지 가보자는 마음으로 1년 가까이 맛없는 반찬을 먹어야 했습니다. 이것저것 사용하다 우연히 발견한 게 바로 육젓입니다. 새우젓 중에서도 가장 살이 오른 6월의 새우로 젓을 담근다는 육젓! 그 육젓으로 간을 맞추면서부터 깊고 시원한 맛을 즐기게 되었지요.
4. 천연두유(天然豆乳)
다향이가 이유식을 할 무렵에는 직접 두유를 만들어 먹였습니다. ‘그냥 사 먹이면 될 걸 웬 유난이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요즘에는 더러 국산 콩으로 만든 두유도 판매되고 있지만 그때는 모두 수입 콩으로 만들었거든요. 문제는 수입 콩이 GMO, 즉 유전자 조작식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지요.
쥐눈이콩(약콩)을 프라이팬에 볶습니다. 그것을 믹서에 곱게 간 다음 우유와 함께 다시 갈아주는 것이지요. 우유와 콩가루를 섞을 때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소금을 그렇지 않은 사람은 꿀을 조금 타서 마시면 더욱 좋습니다.
내가 만든 두유를 아침저녁으로 마시기 시작한 정희씨는 사흘쯤 뒤부터 변비에서 해방되었습니다. 생후 한 달째부터 천혜녹즙과 두유를 먹기 시작한 다향이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5. 레몬의 다양한 활용법.
요즘은 두 집 건너 한집 꼴로 아토피가 극성을 부리고 있습니다. 제 이웃에만 해도 연우, 한경이, 소현이, 주희가 아토피로 고생을 하고 있으며, 그 엄마들은 아이들을 고쳐주기 위해서 많은 공부를 합니다. 그 중에 내가 얻어 들은 것이 천연스킨과 천연로션입니다.
스킨을 만들기 위해서는 레몬과 청주가 필요한데요. 우선 식초를 희석시킨 물에 레몬을 담가둡니다. 그렇게 해서 레몬에 남아있을 수 있는 농약성분을 없앤 다음 레몬을 으깨거나 얇게 썹니다. 그것을 유리병 같은데 담고 레몬이 찰랑찰랑 잠기도록 청주를 붓습니다.
그 다음 용기를 밀봉한 뒤 해가 들지 않는 그늘에서 보름쯤 숙성시키면 됩니다. 숙성이 다 됐으면 건더기를 걸러내고 남은 용액을 냉장고에 보관해 두고 사용하면 됩니다.
로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이상의 녹즙과 올리브유가 필요한데요. 그것을 1:1의 비율로 섞어 바르면 됩니다. 그런데 로션의 경우 스킨과는 달리 바를 때마다 만들어 써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레몬으로 헤어스프레이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레몬을 으깨거나 썰어서 푹 삶는 것입니다. 그것을 식힌 다음 분무기에 넣고 사용하면 훌륭한 헤어스프레이가 됩니다. 이 얘기를 해주면 곤충이나 벌레들이 달려들지 않느냐고 묻는 분들도 있는데요.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레몬에는 당분이 전혀 없거든요.
6. 죽염수와 유근피.
다향이는 비교적 건강한 편이지만 하나의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비염(脾炎)이지요. 날이 따뜻할 땐 괜찮지만 기온이 떨어지면 숨소리가 그렁그렁합니다. 그래서 사용하는 것이 죽염수와 유근피(느릅나무껍질)입니다.
팔팔 끓인 물에 아홉 번 구운 죽염을 섞어줍니다. 그때 농도는 약간의 짠맛이 감지될 정도가 좋습니다. 농도가 진하면 어른들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러우니까요. 이렇게 말하면 ‘식염수는 어때요?’라고 묻는 분들도 있는데요, 제 경험으로는 식염수보다는 죽염수가 훨씬 좋습니다.
유근피는 한약방에서 쉽게 구할 수가 있습니다. 그것을 보리차처럼 꾸준히 끓여 먹으면 비염에 효과가 있습니다.
7. 인동초(忍冬草)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면 참으로 난감합니다. 또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으로 약국으로 쫓아다니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무엇보다도 항생제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된다는 게 가장 속상한 일이지요. 그렇다고 아파서 보채는 아이를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럴 때 요긴하게 쓰이는 게 인동초입니다. 유근피와 마찬가지로 인동초도 한약방에서 쉽게 구할 수가 있습니다. 그것을 보리차처럼 팔팔 끓인 후 물 대용으로 마시게 하는 것입니다. 다향이의 경우엔 인동초 우려낸 물을 일주일 쯤 마시면 감기가 떨어지곤 했습니다.
8. 단 호박
다향이의 간식으로 내가 가장 선호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단 호박입니다. 영양이 풍부할뿐더러 호박에는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주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까요. 또 달착지근한 맛이 어린아이들도 좋아해 누구에게나 쉽게 먹일 수 있지요.
그리고 단 호박에서 나온 씨를 말려두었다가 아이와 함께 호박씨를 까먹는 재미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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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하루
밥상차리는 남자님의 글을 읽고 나니......
우리집엔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서 내가 뭘 챙기고 있나 하는 의문이 생기네요.
하나하나 정희씨와 다향이를 챙겨주시는 손길에 부러울뿐......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하루 세끼 밥을 차린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부는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청소하고, 밥하고, 빨래하며 설거지 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요.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삶의 굴레(?)
전업으로 살림을 시작한 게 11년 째, 매일아침에 새벽밥을 지은 건 16년 째.
'접시를 깨자'는 김국환씨의 노래에 100% 동감하고 있습니다.
밥상차리는 남자
혼합잡곡이 나온 다음부터는 저도 그걸 사용합니다 메이폴님.
그리고 메이폴님과 제 상황이 다르니 자책하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게 주어진 상황에서 메이폴님은 메이폴님의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 한다는 게 중요하지요.
답글
메이폴
글을 읽으면서........헐..나는 엄마도 아녀..하는 자괴감이 무럭무럭..
반찬도 사다멕였던 엄마로선.. 그냥 울고 싶네여...
1번은 ,, 마트에가면 9가지 곡물이 들어가는 잡곡 갈은걸 파는데, 그걸 사다 밥지을때 한주먹씩 넣습니다
콩이라면 질겁을 하는 아이들도 약간 갈려진 잡곡들(콩도있고 조도있고 등등) 은 잘 먹더군여..
근데 좀 비싸여...
암튼 그거말구는.. 먹이는 것에 대해서 ,, 울~~ 고 싶어라~ 로 제 심정을 대신합니다..흑흑..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