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다녀온지 열흘이 되었음에도 자꾸 생각이 납니다.
삼박 사일의 짧은 일정이었음에도 진한 그리움으로 남아습니다.
제주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논의 체취가, 알싸한 홍어가,
입에 짝짝 달라붙는 간장게장생각에 입안 가득 침이 고입니다.
여행에는 여러 가지 즐거움이 있습니다.
아직 가 보지 못한 길에 대한 동경과 미지에의 두려움,
우연히 얻어 걸리는 행운과, 그에 못지 않은 힘겨움.
그리고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 과의 친구맺기.
지지난 주의 남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걸 꼽으라면
'전국 우수 마당극 축제'와 맛있는 음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6,000원짜리 백반에 20가지의 반찬이 깔리고, 칼칼하며 얼큰한,
그것만 1만원을 받아도 괜찮겠다 싶은 매운탕까지 내줍니다.
(카드로 결제하기에는 민망해서 꼭 현금으로 지불하게 합니다)
알싸하고 졸깃졸깃한 홍어삼합덕분에 막걸리도 많이 마셨고,
(해남의 더덕 동동주도 목포의 인동주 막걸리도 모두 훌륭했지요)
난생 처음 간장게장다운 간장게장 게딱지에 밥도 비벼먹었습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풍부한 식자재와 손끝맛이 예술인 아낙들이
득실대는 곳에 사는 남자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싶습니다.
홍어삼합과 간장게장으로 배를 두둑하게 채우고 목포 유달산엘
오르는데 저 멀리서 꽹과리와 징소리가 울려옵니다.
길가에 마당극을 알리는 펼침막과 깃발이 꽂혀있습니다.
'이게 웬 떡이냐!'싶어서 소리나는 곳으로 달음박질 칩니다.
길놀이를 하고, 소싸움, 가마싸움을 하는데 빗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집니다. 그냥 내려갈까도 생각했지만 그냥 지켜봅니다.
마을부녀회와 장애인단체에서의 공연으로 길을 열고, 마당극
각설이공연이 펼쳐집니다.
어깨를 들썩이고, 추임새를 넣으면서 웃음과 울음이 뒤섞입니다.
다향이가 맨 앞에 앉아서 공연을 구경합니다.
카메라를 들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사진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 "왜 사진을 찍지 않았니?" 물으니까 "너무 재미있어서 사진
찍는 걸 깜박했다."고 합니다.
곧이어 마술쇼가 이어지고, 밸리댄스공연을 합니다.
밸리댄스를 구경하는 남정네들의 시선이 고정되고, 마술을 구경하는
아이들이 자지러지는 웃음을 터뜨립니다.
다음순서는 경기민요입니다. 아주머니 세 분이 나옵니다.
텔레비전의 '국악 한마당'에 자주 출연하는 무형문화재분들입니다.
어깨가 으쓱으쓱, 엉덩이가 들썩들썩.
어린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난장입니다.
밤이 깊어가면서 객석이 비는 게 아니라 관중들이 점점 많아집니다.
10시 30분이 되었을 때 관객을 내쫒습니다.
19세 이상의 마당극을 공연한다면서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추방합니다.
다향이때문에 마당에서 추방되었습니다.
'근데 성인용 마당극이 뭐지' 아쉬운 마음으로 유달산을 내려옵니다.
휴가를 정리할 때입니다. 목포에서 제주행 배에 몸을 싣습니다.
다섯 시간 동안의 지리한 항해끝에 저 멀리 제주섬이 보입니다.
잠깐씩 육지에 다녀올 때면 늘 반가운 마음이 앞섰는데 이번엔...
인천으로 향하는 '오하마나'호를 보면서 '저 배만 타면 집에갈 수 있는데...'
란 생각이 듭니다. 딱히 돌아갈 집도 없으면서 웃기는 일입니다.
제주항부터 자동차를 운전합니다. 서귀포까지는 꼬박 1시간 거리입니다.
동문시장통을 돌아나오는데 음악회가 한창입니다.
피곤하지만 않다면, 주차할 곳만 있다면 구경을 하고 싶습니다.
제주시만 해도 작은 무대가 많이 열립니다.
물론 육지의 공연과는 비교할 수준의 것이 아니지만 문화가 있습니다.
하지만 서귀포로 내려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자연경관은 무지하게 훌륭합니다. 제주시와는 비교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문화적인 욕구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채워지지 않는 허기의 정체가 무엇인지 늘 궁금했는데 그게 문화였습니다.
문화가 없다는 건 성욕이 왕성한 남녀에게 섹스를 금하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은 밥만 먹고 살 수 없는 존재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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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차리는 남자
그런 이유로 과천에 전세살던 사람들이 자기집을 마련해서 떠났다가
다시 과천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재개발이 되기 전에는 훨씬 더 좋았습니다.
답글
눈부신하루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역시 홍어를 먹지 못하는 바깥양반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맛난 음식이 차고 넘치는 고장의 사람들이 으뜸으로 치는
음식이라면 그럴만한 까닭이 이지 않을까요?"
답글
또미
과메기는 좋아하는데요..^^; 전 비려도 잘 먹는데요. 아무래도 선입견이..좀 있는거겠지요? 아무튼..울 동네에선 홍어 파는 음식점도 없...어요!
맛있는 회..봄에 5월쯤에 도다리 세꼬시[표준어로 뭐라하는지 몰라서 그냥 씁니다]..함 드셔보세요. 진짜 맛있습니다. 회도 그렇고 뭔 음식을 먹어도..그냥 그렇구나..하는 편인데요. 이건 정말 맛있습니다. 일년에 딱 고때 5월 정도에만 먹을 수 있다는데요. 진짜 맛있어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고..내가 딱 한끼 맛난 거 맘대로 먹을 수 있다면..전 도다리 세꼬시를 먹을겁니다. ㅋㅋ
밥상차리는 남자
그렇군요. 기회가 되면 맛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문화적 욕구불만을 토로한 게 어쩌다가
음식이야기로 바뀌었지요. ㅎㅎ.
밥상차리는 남자
서른 다섯에 홍어(삭힌 것)를 처음으로 맛보았습니다.
옛날 시외버스터미널의 화장실에서나 맡을 법한 고약한 냄새와
입 천장이 벗겨진다는 풍문으로 두려움이 앞섰지요.
하지만...
해 보고 후회하는 게 시도하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지론을 갖고있던 터라 두 눈을 질끈 감고, 한 입.
요게 씹을 수록 감칠맛이 나더군요.
처음 당구를 배울 때처럼 잠자리에 누우면 홍어생각에 침이
고이기 시작합니다. 단 한번의 경험으로 매니아가 되었습니다.
과메기를 접한 것도 그 즈음이었습니다.
기름기가 잘잘 흐르는 과메기를 물미역에 얹고, 미나리도 얹어서...
생각만 해도 비릴 것 같은데 이게 또 별미입니다.
두 음식고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곳에서 나고 자랐지만
하나의 공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탁주엔 홍어, 소주엔 과메기>
답글
또미
전 가끔 난장 같은게 생길 때...각설이 공연..좋아하는데요. 그게 정말 참 수준은 없지만서도..너무 재밌거든요. 우리남편은 그거 구경하는 걸 너무너무 싫어해요. 왜? 그런지...
걸쭉한 말에 노래도 잘 하고..뭐 엿도 맛있더만..ㅎㅎ
홍어삼합과 간장게장.......제가 못먹는 음식이 거의 없는데요. 이것과 개고기는 못 먹습니다.
음... ^^;;; 궁금하긴 해도..마주하면 또 못먹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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