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가게와 벼룩시장.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09-08-01 09:46

조회수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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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하나 내겠습니다.

 

나는 지금 흰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있습니다. 착용감이 좋은 운동화를 신었으며 멋진 모자까지 쓰고 있습니다. 티셔츠는 FILA SPORTS, 청바지는 CalvinKlein, 운동화는 NIKE AIR, 모자는 JORDACHE SPORT제품이며 모두 정품입니다.


자, 그럼 내가 몸에 걸치고 있는 물건의 가격은 얼마일까요? 믿기지 않겠지만 정답은 6,000원입니다. 티셔츠와 청바지는 1,500원씩, 운동화는 2,000원, 모자는 1,000원을 주고 구입했으니까 6,000원이 맞지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과천에는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운동을 펼치는 녹색가게가 있습니다. 그것이 문을 연 것은 다향이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니까 대략 8년쯤 된 것 같습니다. 그 기간 내내 우리가족은 녹색가게의 단골이었지요.


우리가족이라고 표현한 것은 녹색가게의 물품을 애용하는 게 나만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계절이 바뀔 때면 정희씨가 연차를 사용합니다. 그리고는 녹색가게로 달려가 필요한 옷가지를 구입하지요. 이런 사정을 모르는 정희씨의 직장동료들은 정희씨를 부러워한다고 합니다. 옷가지가 참 많다고 말입니다.


엄마아빠가 이렇다보니 다향이도 예외가 아닙니다. 늘 5,00원에서 2,000원짜리 옷을 입고 지내지요. 이런 사실을 아는 어머니가 끌탕을 합니다.

“얘, 하나밖에 없는 애한테 만날 남이 입던 것만 주워 입히니?”라고 말입니다. 늘 못마땅해 하시지요. 하지만 다향이(아이들)는 다릅니다. 새 물품의 기준이 공장에서 갓 나온 따끈따끈한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제가 갖고 있지 않던 물품을 의미하지요.


그 녹색가게를 중심으로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공원에서 벼룩시장이 열립니다. 장이서면 아이어른 할 것 없이 공원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물건을 내놓는 사람들, 물건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지요. 물론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우리가족도 벼룩시장에 참여를 합니다. 자리위에 물건을 펼쳐놓고 앉아 장사를 하지요.


그것만이 아니지요. 다향이와 나는 바자(bazar)란 바자는 거의 다 쫒아 다닙니다. 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도서바자는 물론 종교단체나 지역단체가 주최하는 바자, 그 어느 것도 예외는 아닙니다. 거기서 사람들을 만나고 바자라면 빠지지 않는 먹거리도 함께 나눠먹으면서 이웃 간의 정도 돈독하게 만들지요.


우리가족의 옷가지가 구입되는 경로를 아는 엄마들이 묻습니다.

“나도 몇 번 가봤거든요. 그런데 쓸 만한 게 없더라고요……. 그런데 다향아빠는 어쩜 그렇게 옷을 잘 골라요?”

거기에 별다른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필요한 게 있으면 발걸음을 자주하고, 또 오랫동안 이용하다보면 자연스레 좋은 물건이 눈에 띄기 마련이지요.

 

우리가족의 이런 행태를 놓고 주위의 의견이 둘로 나뉩니다. ‘뭘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사냐?’는 의견과 ‘바람직하다, 아이들의 교육에도 좋을 것 같다’는 것이 그것이지요.

 

하지만 우리가족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아나바다’운동에 동참할 것입니다. 그것이 작게는 가정경제에 도움이 될 뿐이지만 크게는 환경을 지키는 길이니까요. 다향이가 어른이 돼서도 그런 사실을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습니다.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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