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하나 내겠습니다.
나는 지금 흰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있습니다. 착용감이 좋은 운동화를 신었으며 멋진 모자까지 쓰고 있습니다. 티셔츠는 FILA SPORTS, 청바지는 CalvinKlein, 운동화는 NIKE AIR, 모자는 JORDACHE SPORT제품이며 모두 정품입니다.
자, 그럼 내가 몸에 걸치고 있는 물건의 가격은 얼마일까요? 믿기지 않겠지만 정답은 6,000원입니다. 티셔츠와 청바지는 1,500원씩, 운동화는 2,000원, 모자는 1,000원을 주고 구입했으니까 6,000원이 맞지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과천에는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운동을 펼치는 녹색가게가 있습니다. 그것이 문을 연 것은 다향이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니까 대략 8년쯤 된 것 같습니다. 그 기간 내내 우리가족은 녹색가게의 단골이었지요.
우리가족이라고 표현한 것은 녹색가게의 물품을 애용하는 게 나만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계절이 바뀔 때면 정희씨가 연차를 사용합니다. 그리고는 녹색가게로 달려가 필요한 옷가지를 구입하지요. 이런 사정을 모르는 정희씨의 직장동료들은 정희씨를 부러워한다고 합니다. 옷가지가 참 많다고 말입니다.
엄마아빠가 이렇다보니 다향이도 예외가 아닙니다. 늘 5,00원에서 2,000원짜리 옷을 입고 지내지요. 이런 사실을 아는 어머니가 끌탕을 합니다.
“얘, 하나밖에 없는 애한테 만날 남이 입던 것만 주워 입히니?”라고 말입니다. 늘 못마땅해 하시지요. 하지만 다향이(아이들)는 다릅니다. 새 물품의 기준이 공장에서 갓 나온 따끈따끈한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제가 갖고 있지 않던 물품을 의미하지요.
그 녹색가게를 중심으로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공원에서 벼룩시장이 열립니다. 장이서면 아이어른 할 것 없이 공원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물건을 내놓는 사람들, 물건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지요. 물론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우리가족도 벼룩시장에 참여를 합니다. 자리위에 물건을 펼쳐놓고 앉아 장사를 하지요.
그것만이 아니지요. 다향이와 나는 바자(bazar)란 바자는 거의 다 쫒아 다닙니다. 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도서바자는 물론 종교단체나 지역단체가 주최하는 바자, 그 어느 것도 예외는 아닙니다. 거기서 사람들을 만나고 바자라면 빠지지 않는 먹거리도 함께 나눠먹으면서 이웃 간의 정도 돈독하게 만들지요.
우리가족의 옷가지가 구입되는 경로를 아는 엄마들이 묻습니다.
“나도 몇 번 가봤거든요. 그런데 쓸 만한 게 없더라고요……. 그런데 다향아빠는 어쩜 그렇게 옷을 잘 골라요?”
거기에 별다른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필요한 게 있으면 발걸음을 자주하고, 또 오랫동안 이용하다보면 자연스레 좋은 물건이 눈에 띄기 마련이지요.
우리가족의 이런 행태를 놓고 주위의 의견이 둘로 나뉩니다. ‘뭘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사냐?’는 의견과 ‘바람직하다, 아이들의 교육에도 좋을 것 같다’는 것이 그것이지요.
하지만 우리가족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아나바다’운동에 동참할 것입니다. 그것이 작게는 가정경제에 도움이 될 뿐이지만 크게는 환경을 지키는 길이니까요. 다향이가 어른이 돼서도 그런 사실을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습니다. <2004년>
제비꽃
저희집동네는 아름다운가게가 잇습니다
옷장에 두고 안입는옷, 주방에 안쓰는그릇 등등
깨끗이 빨고 씻어서 갖다드립니다
녹색가게 벼룩시장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네여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동의합니다 제비꽃님.
그런데 이곳 제주에는 아직도 나눔과 기부 문화가 약해서...
제주시는 조금 활성화돼 있다고 하던데 서귀포시는 서울에서
내려온 물건의 판매창구역할만 합니다.
눈부신하루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어른이라고 해서 인격적으로 완성되는 건 아니지요.
전 개인적으로 과천중학교 도서바자회를 좋아했습니다.
아이든 어른이든 중학생이 되면 동화책은 필요없는 것,
아이들이나 보는 책으로 치부하고 내놓거든요.
그래 정말 좋은 책을 헐값으로 구입한 게 많습니다.
그리고 중신교회 바자에서도 좋은 기억이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손에 쏙 들어오는 새 만년필이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 속으로 생각했지요.
'2만원에 주면 산다'고. 가격을 물었는데 5,000원 달랍니다.
당연히 기쁜 마음으로 구입했고, 지금도 잘 사용합니다.
만년필을 구입한 뒤 2년 뒤에야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다음 주 설교시간에 목사가 광고를 했답니다.
5,000원짜리 물건이 아니니 교인이 샀으면 반납하라고 말입니다.
특정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할렐루야!' 했는데...
눈부신하루
ㅋㅋㅋ........ 바자회에 나온 물건이었는데도 미련이 남으셨었나 보네요.
그래도 설교시간에 돌려달라고 이야기하신다는건...... 아침부터 깔깔깔 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