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사랑이었네

글쓴이 SarA

등록일 2009-07-24 14:06

조회수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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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한비야

초판 : 2009-7.9

출판 : 푸른숲

책값 : 12,000원



리뷰 :



도전하는 삶이 아름다운 건 사실이지만


도전하는 삶만이 아름답다는 명제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평범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일상 역시 충분히 행복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테니 말이다.


긴장된 삶이건, 나른한 삶이건 각자 자신의 기질에 맞게 만족스러우면 그뿐일 터이다.


그럼에도 한비야가 많은 여성들(특히 젊은 여성들)의 롤모델감으로 손색이 없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그녀는 긴급구호활동 9년차에 접어든 현재


더이상 가슴이 뛰지않는 자신을 질책하며 미국유학을 결정했다.


50줄을 가뿐히 넘기고도 끊임없이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고 도전하는


그녀의 자유로운 영혼과 의지가 정말 부럽다.


마흔 살에 의사생활을 접고 미국 로스쿨에 진학했다는 안철수 부인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신선한 충격으로 며칠 괴로웠는데


이렇게 단단한 여성들의 유전자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걸까.


내가 한비야를 롤모델로 삼을 정도로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7년간 홀홀단신으로 세계 오지를 떠돌아다닌


체력과 정신력 모두를 아우르는 그녀의 강인함은 정말 부럽다.


겨우 내 나라 땅 끝에 붙어 있는 제주 올레를


머릿속으로 꿈꾸기만 하는 나처럼 유약한 여성들에게


한비야 같은 여성은 꿈결 같은 존재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내 딸이 나의 나약한 유전자를 물려 받지 않고


저토록 강하고 단단한 여성들을 롤모델 삼아 살아가길 바란다.


때때로 그녀들이 겸손하지 못하더라도, 때때로 오만하더라도


세상에 대해 당당하고 투철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을 순 없다.



이 책은 마치 보다 더 내밀한 사적인 영역을 다루고 있는 것처럼 홍보되고 있지만,


역시나 결국 잘난 여자의 질펀한 잔소리 한판이 펼쳐지고 있다.


그 잔소리는 7년에 걸쳐 세계 오지를 두 발로 걸어다니고,


9년에 걸쳐 세계 각국의 재난현장을 몸소 체험한,


그래서 다채로운 경험을 겪은 잘난 여자의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유효하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절실한 학습효과는


정말 물을 아껴야겠다는 것과 "나눔의 삶"에 관해서 였다.


아프리카의 물 부족이 얼마나 끔찍할 정도인지 간접 체험했을때


이만큼 누릴 수 있는 땅에 살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과


저토록 처절한 삶을 살고 있는 자들에 대한 미안함이 어우러져 잠시 숨고르기를 해야 했다.


이 짧은 에피소드는 30분 넘게 샤워하며 줄창 물을 틀어놓는 철딱서니 없는 딸에게도


작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내가 아무리 화를 내도 고쳐지지 않던 딸의 나쁜 습관은


아프리카 아이들이 그들의 더러운 강물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을 때


단박에 영향력을 발휘했다.


30분 넘게 들려오던 물줄기 소리가 한결 잠잠해지고 컵에 물을 받아 양치하는 모습을 확인하니


무지한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더욱 분명해지는 것 같다.



그녀가 월드비젼 코리아에서 일을 시작한 9년전에는


불과 백여명에 불과했던 후원자가 33만명으로 급격히 늘어난 것,


외식비를 아끼고 생활비를 아껴서 3년간 꼬박꼬박 납부한 적금을 통째로 기부하는


낮은 자들의 자선이 늘어나는 것,


그것은 나에게도 벅찬 기쁨과 뿌듯함을 느끼게 했지만


여전히 나누는 삶에 인색한 내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가끔 보는 조카녀석들에게 한푼이라도 더 용돈을 쥐어주고 싶은 측은지심이 내게도 농후하지만


그것이 대사회로 향하는 실천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한달에 만원이면 아프리카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텐데


이제 조금은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이런 각성을 느끼게 한 것만으로도 이 책에서 내가 얻어야 할 것은 다 얻었다.


이넘의 건망증 때문에 또 며칠후 흐지부지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월드비젼을 떠나 미국유학을 감행한 앞으로의 그녀의 행보가 궁금하다.


구호현장 한복판에서 이론과 실제의 괴리를 경험한 그녀가,


그래서 체계적인 시스템의 필요성을 느낀 그녀가,


자신이 아닌 사회를 위해서 또 그렇게 만학도의 길을 떠난 그녀가


노년의 삶을 멋지게 운용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일지라도 때때로 어떤 것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들도 있기 마련이다.


혹시 또 알겠는가.


나보다 한발 앞서 노년의 삶을 살아갈 이 당당한 여성의 행보가


내 노년의 삶에 중차대한 영향력을 행사할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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